한컴, "한국은 MS오피스가 점령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
2013년 10월 8일, 한글날을 하루 앞두고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한컴 오피스 2014(이하 한컴 2014)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광화문 가든플레이스에 있는 독립영화관에서 열렸는데, 한컴 관계자는 '소외됐지만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발표회 장소를 독립영화관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컴 2014 소개에 앞서 한컴 이홍구 부회장은 한컴의 미래와 소프트웨어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한컴은 지난 91년 처음 창립했으며, 정부 사업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만 활동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동안의 정적인 모습을 버리고 미래 지향적인 한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한컴은 최근 IT 트렌드인 '클라우드, 모빌리티(이동성), SNS'에 맞춰 모바일 오피스(씽크프리 오피스) 및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한컴은 한글이라는 워드프로세서에 이어 씽크프리라는 모바일 오피스, Asianux라는 기업용 솔루션 등을 선보였고, 조만간 클라우드 플랫폼을 선보이며 3년 안에 국제적인 종합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전하겠다"고 자신했다.
한컴은 이를 위해 '제품의 확산', '시장의 확산', '사용자의 확산'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품의 확산이란 지금까지 쌓아온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며, 시장의 확산은 국내에서만 하던 서비스를 세계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존 공공기관, 학교, 기업 등에서만 사용하던 한컴 제품을 일반 사용자에게까지 확대하며, 한컴의 세계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한 한컴 2014는 MS오피스, 오픈오피스, 리브레오피스 등 기존의 다양한 오피스 프로그램과 호환돼, 해외 기업과 문서를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운영체제 다각화 전략을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한컴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며, 클라우드 환경을 도입해 개개인의 사용자가 독립적으로 사용하던 환경을 벗어나 사용 환경을 더 넓힐 것이라는 목표도 함께 밝혔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이 부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이하 SW) 생태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컴은 지난 3년 동안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및 인력을 강화했으며,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청년 인재를 위한 기반도 확충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컴 서포터즈'라는 캠페인을 통해 정식 SW를 사용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컴 오피스는 약 1.300만 카피지만, 우리가 실제로 판매한 것은 100만 카피뿐이다"며, "이는 SW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이며, 이 때문에 '당당하라 대한국민, 당당하라 오피스'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컴 2014는 어떤 기능을 갖췄으며, 경쟁 오피스 SW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될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협업 기능이다. 이 기능은 문서 하나를 여러 작업자가 동시에 공동으로 편집할 수 있으며, 오피스 자체에 채팅 기능을 갖춰 작업자끼리 빠르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 상대방 이메일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협업 기능으로 초대할 수 있다. 또한, SNS 및 블로그, 클라우드 서비스 등과 연동해 통해 문서를 쉽고 빠르게 공유할 수도 있다.
또 다른 특징은 타 오피스 SW와의 호환성이다. 한컴 2014는 MS오피스, 오픈오피스, 웹 문서 언어(xml)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작성된 파일을 열 수 있다. 불러온 문서와 호환성도 높아졌다. 예를 들어 한쇼 2010(한컴 오피스 프레젠테이션)은 MS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PPT 파일을 불러오면 애니메이션 효과가 깨지거나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한쇼 2014는 이를 눈에 띄게 개선했다. 한셀 2014 역시 MS 엑셀의 VBA 언어로 작성한 매크로 기능을 그대로 불러올 수 있다. 또한, 한컴 2014에서 작성한 문서를 저장할 때도 hwp 외에 doc, docx, odf 등으로 저장할 수 있으며, pdf 저장 및 모바일 최적화 저장 기능 등도 갖췄다.
또한, 한글 2014는 PC에 저장한 동영상을 문서에 그림처럼(객체) 삽입해 문서 안에서 바로 재생할 수 있으며, 웹 동영상을 불러와 문서에 넣을 수 있는 동영상 태그 기능도 추가했다. 보안기능도 강화했다. 워드프로세서는 악성코드에 취약한 편인데, 이 때문에 SW 개발사는 보안 패치 등의 후속조치를 한다. 하지만 한글 2014는 악성코드 탐지기능을 제품 내에 적용했다. 이밖에 소책자 인쇄기능을 활용하면 문서가 소책자 형태로 자동 재배치 된다. 출력물을 반으로 접기만 하면 소책자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 작업 편의성을 위해 문서를 위/아래가 아닌 좌/우로 읽을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한셀 2014는 입력한 데이터 원본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원본을 참조해 계산할 수 있는 계산 영역을 추가했으며, 조건부 서식 및 문서 호환기능을 강화했다. 한쇼 2014에는 동영상을 불러와 원하는 부분만 잘라낸 후 삽입하는 편집기능을 추가했으며, 이밖에 앨범 만들기, 사진 해상도 조정, 프레젠테이션 파일로 동영상 만들기 기능 등도 갖췄다.
출시가격도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 좋다. 개인용 한컴 2014의 가격은 4만 2,900원이다. 한컴 관계자는 "불법 SW가 유통되는 이유는 터무니없는 가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품 가격을 소비자가 합당할 수 있을 만큼 조정할 계획이다"고 저렴한 가격 책정 이유를 밝혔다. 기업 대량구매 및 연간 라이선스 구매 방식도 별도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한컴은 올해 안에 맥(Mac)용 한글 2014를 출시할 것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맥용 한글 2014에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 구글, 네이버 등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웹앱(Web App)의 형태로 오피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만큼 MS오피스, 한컴오피스 등 설치형 오피스 프로그램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개발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사용환경을 바꾸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한컴 관계자는 "가장 좋은 것은 가장 쉽게 원하는 기능을 원하는 만큼 사용하는 것"이라며, "한컴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자국어 워드프로세서로 성공을 거둔 기업인만큼, 국민 누구나 당당하게 한컴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