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의 수준을 높여라, 아토믹플로이드 슈퍼다츠 이어폰
스마트폰 보급으로 동영상과 음악에 대한 접근이 한결 수월해짐에 따라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충전케이블과 더불어 이어폰이 핵심 주변기기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이 분위기에 따라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들어 있는 (번들)이어폰 대신 자신만의 취향, 성향, 목적에 따라 별도의 이어폰을 구매하는 사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폰 제조사 역시 최근에는 우수한 품질/음질의 이어폰을 번들로 제공하며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듣는 음악'에서 '즐기는 음악'을 중시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단순히 듣는 수준을 넘어 음악을 충분히 즐기고 만끽하려면 무엇보다 '음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음질은 일반적으로 ▲음원(콘텐츠) 자체의 녹음 수준, ▲재생기기의 재생 능력, ▲음향기기의 출력 능력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스마트폰 사용자라도 이어폰 하나만 바꾸면 동일한 음원 및 재생기기로 만족스러운 음질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수십 만원 대의 이어폰/헤드폰 명품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속속 등장하여 음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리스너(listener)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 명품 이어폰은 흔히 '막귀(음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혹은 구분하려 하지 않는 성향)' 체질의 사용자라도 청음(聽音)의 수준을 한층 높여준다. 모든 제품이 그러하듯 비싸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특히 이어폰과 같은 음향기기는 더욱 그러하다.
1년 전 리뷰를 통해 소개한 영국 프리미엄 이어폰 브랜드인 '아토믹플로이드(Atomic Floyd)'는 팝음악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넘어온 고급 이어폰이다. 팝에 관해서는 축구만큼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만들어서 그런지 특히 팝, 락 장르의 사운드 출력에 만족스러운 음질을 들려준 것으로 기억된다. 지난 번 중급 모델인 '미니다츠+리모트'에 이어 이번엔 아토믹플로이드의 최상위 모델 제품인 '슈퍼다츠+리모트(이하 슈퍼다츠)'로 영국 혈통의 사운드를 체험해 본다. 미니다츠+리모트 리뷰는 http://it.donga.com/11361에서 볼 수 있다(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미니다츠 리뷰부터 읽기를 권한다).
포장부터 구성품 하나하나까지 프리미엄
슈퍼다츠와 미니다츠는 외형적으로 거의 비슷하다. 슈퍼다츠의 드라이버(귀에 꽂는 부분)가 약간 크고 도톰하며 드라이버 밑부분의 메탈 무늬도
다르다. 그 외 케이블 형태, 리모컨 구성, 전반적인 디자인은 모두 동일하다. 포장 박스 역시 미니다츠와 동일하며 지난 리뷰에 언급한 대로
포장부터 프리미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구성품은 귓구멍에 맞게 바꿔 끼울 수 있는 이어캡 3세트(소형, 중형, 대형), 비행기내용 변환잭,
다른 AV 기기에 꽂을 때 필요한 DJ잭, 이들을 담아 휴대할 수 있는 고무 파우치 등이다. 이외에 품질보증서와 설명서 등도 들어 있다.
특히 품질보증서는 잘 보관해야 하며, 아토믹플로이드 이어폰은 현재 공식 수입원인 ㈜극동음향에서 품질보증 지원을 하고 있다.
케이블 부분은 빨간색으로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고, 케이블 하단부는 특수 섬유를 적용해 줄꼬임을 최대한 예방한다(꼬이긴 꼬인다. 그래도 잘 풀린다). 실제로 가방이나 주머니 등에 둘둘 말아 가지고 다녀도 일반 이어폰에 비해 확실히 엉킴이 덜하고 쉽게 풀어진다. 케이블 끝 연결잭 부분은 금도금 처리를 통해 음질 저하를 최소화한다(원래 고급 음향기기는 다들 그렇다). 케이블 길이는 미니다츠와 동일한 120cm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에 적당한 수준이다.
한편 왼쪽 드라이버 부분에는 리모컨이 달려 있는데, 기본적으로 애플 사의 기기, 즉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과 호환된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 LG 옵티머스 시리즈 등 안드로이드 기기는 음악 재생/멈춤 버튼 밖에 작동하지 않는다. 참고로 노트북 등의 PC에서는 리모컨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당연하다). 애플 기기에서는 재생/멈춤 버튼을 한 번, 두 번, 세 번 누를 때마다 재생/멈춤, 다음 곡, 이전 곡 선택이 가능하다. 전화 올 때는 재생/멈춘 버튼으로 받고 끊을 수 있다(안드로이드 기기도 적용).
귀에 꽂는 드라이버 부분은 이어캡 덕분에 귓구멍에 딱 들어맞는다. '들어맞는다' 보다는 '틀어박힌다'란 표현이 정확하겠다. 그만큼 귀에 꽉 들어가니 쉽게 빠지지 않을뿐더러 외부 소음도 거의 차단된다. 귀에 꽂으면 재생 음악이 외부로 거의 새지 않아 주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전철, 버스 등에서 음악 없이 그냥 꽂고 책 읽기에 정말 좋다.
40만 원대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은 과연?
슈퍼다츠는 2013년 7월 말 현재 공식 판매가가 41만 5,000원이다(미화 399불). 보편적으로 판매되는 나름 중급 이어폰이 5만 원
내외임에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가격대다. 물론 프리미엄 이어폰이라면 대개 슈퍼다츠와 비슷한 가격대이거나 그보다 훨씬 비싼 제품도
많다. 이들 이어폰을 체험하지 못한 이들은 한결같이, 그런 명품 이어폰이 과연 그 값어치를 제대로 하느냐 의문을 갖는다.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지만 그래도 청음 소감을 간단하게 전달하려 한다. PC 성능을 테스트할 때 게임을 실행해 보듯, 슈퍼다츠의
음질을 테스트하기 위해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을 장르별로 면밀히 들어 봤다. 단 본 리뷰어는 음향전문가나 사운드매니아가 아니므로 학술적,
기술적 평가는 내릴 수 없음을 밝힌다.
참고로 아래 음악은 순전히 본 리뷰어의 취향에 따라 선정된 것이며, 인터넷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최고 음질인 320K(HQ)로 테스트했다. 재생 기기로는 애플 아이팟 4세대에 번들 이어폰을 비교 사용했다.
1) 락/팝 장르
팝과 락의 본 고장인 영국 태생의 이어폰이라 아무래도 락/팝 음악을 집중적으로 들어 봤다. 맨 먼저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Painkiller'. 음량의 거의 최대로 올리고 듣고 있자니 어깨가 저절로 움직인다. 낮게 깔리는 드럼(스네어+킥)
연타와 칼 같이 날카로운 보컬, 좌우로 명확히 분리되어 들리는 일렉 기타 연주가 신명 나게 어우러진다. 일반 이어폰의 경우 강렬한 악기
연주에 보컬이 묻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슈퍼다츠는 보컬이 사운드의 중앙에, 일렉 기타 등은 좌우에, 드럼 베이스음은 바닥에 깔려 조화를
이룬다. 이는 국카스텐의 '거울'을 들을 때 더욱 극명하게 들린다. 노래 중간 즈음 일렉 기타의 터질 듯한 연주 속에서도 베이스 기타를
중심으로 드럼 하이헷(작은 심벌) 연타, 보컬 하현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하나하나 모두 잡혀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넥스트의
'Lazenca, Save Us'에서는 도입부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중창단의 합창 속에서도 신해철의 낮은 목소리마저도 선명하게 흐른다.
가만히 앉아 들을 수가 없다. 자연스레 어깨를 들썩이며 헤드뱅잉을 하며 발은 드럼의 스네어 리듬에 따라 까딱이게 된다. 아울러 음량이 커도 음이 찢어지지 않고 귀가 아프지 않아 좋다.
2) 연주 장르
최근 개봉한 슈퍼맨 영화 '맨오브스틸'에는 세계적인 영화음악 감독인 한스 짐머(Hans Zimmer)의 OST가 들어갔다. 그의 음악은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맨오브스틸 OST 중 'If You Love These People'과 'What Are
You Going To Do~'은 연주곡을 듣고 있자니 극 중 한 장면이 떠오르며 온 몸에 전율이 감돌게 만든다. 한스 짐머 특유의 웅장한
연주가 마치 헤드폰을 듣는 것처럼 풍부하게 귀에 전달된다. 그의 이전 영화 OST인 '인셉션'의 'Dream is Collapsing' 역시
프리미엄 이어폰의 성능을 체감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눈을 감고 들으면 정말이지 극장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다.
괜한 칭찬이 아니다. 예상대로 기대대로 번들 이어폰과는 차원이 다른 섬세함과 풍부함을 전달한다. 이 차이는 음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체감하리라 생각한다.
3) 발라드 장르
이어폰/헤드폰 테스트에 자주 활용하는 발라드곡은 성시경 노래다. 그의 'ㅅ/ㅆ', 'ㅈ', 'ㅊ' 발음을 통해 치찰음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다. 치찰음은 간단히 말해 위 자음을 발음할 때 나는 센소리인데, 일반 이어폰은 치찰음이 너무 강하게 들려 상당히 귀에 거슬린다. 심한
경우 귀가 아릴 정도다. 성시경의 '두 사람'으로 확인한 슈퍼다츠의 치찰음 수준은 역시 차분한 정도를 유지했다. 성시경 노래만 주구장창
들어도 치찰음으로 인한 거북함과 불편함은 거의 없었다(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니 그게 더 거북했다). 물론 고급 이어폰이라는 선입견이 모든
걸 긍정적으로 들리도록 할 수 있다지만, 슈퍼다츠에는 적어도 그런 얄팍함은 들어있지 않다.
그 외에 평소 즐겨 듣는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 역시 여러 차례 들었다. 여지껏 이 노래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몇 개의 악기가 연주되고 있는지를 지금에야 파악할 수 있었다. 팝/락음악도 좋지만 발라드 음악도 슈퍼다츠와 정말 잘 어울리는 듯했다.
4) 랩/힙합 장르
그루브(groove, 흥겨움)한 음악을 즐기기에는 역시 힙합/랩만한 장르가 없다. 그 그루브함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도 슈퍼다츠가 제격이다.
다이나믹 듀오의 'BAAM'과 프라이머리의 'LOVE'를 반복 청취했다. 둥둥 울리는 강한 베이스 사운드에도 래퍼의 빠른 가사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귀에 들린다. 일반 이어폰이라면 이런 힙합 음악에선 보컬 목소리가 베이스에 묻혀 흐드러지기 마련인데, 슈퍼다츠는 보컬 랩을 사운드
전방에 확실하게 내세우면서 강한 비트의 중저음까지 손실 없이 살리고 있다. 랩의 명확성은 버벌진트의 '완벽한날'을 들으면서 더욱 도드라진다.
번들 이어폰으로 듣던 노래를 슈퍼다츠로 들르면 마치 새로 편곡한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만큼 풍부하면서도 세밀한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힙합을 듣다 보면 그 그루브 리듬에 발걸음이 맞춰지는 게 당연하다.
끝으로, 사람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가청주파수)는 16Hz~20,000Hz인데, 슈퍼다츠는 이 보다 너른 대역의 5Hz~25,000Hz 소리를 출력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은 듣지 못하지만 그만큼 세밀한 소리를 출력하는 것이다.
음악, 듣지 말고 느끼며 청음의 수준을 높여라
어찌 보면 지금의 이어폰은 한 기기의 액세서리라기 보다는 사용자의 오감 중 청각을 만족시키는 핵심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맛있는 음악'을 느끼는 데에도 이제는 비용을 지불할 가치는 있다. 혼신을 다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작곡자, 연주자, 가수를 위해서라도 그들의 음악을 세밀하게 듣고 즐기고 느끼는 게 팬의 기본 자세다.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나 음악만큼은 듣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제대로 음미하며 청음의 수준을 끌어올려 보길 권한다. 만약 큰 맘 먹고 슈퍼다츠를 구매했다면,
그동안 다른 이어폰으로 듣던 노래 먼저 다시 들어 보는 게 좋다. 분명 사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