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게임 그래픽, PS3를 뛰어넘다 ‘엔비디아 프로젝트 로건’
엔비디아가 자사의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 '프로젝트 로건(Project Logan, 울버린)'을 미국 애너하임 시그래프 2013(SIGGRAPH 2013)에서 공개했다.
프로젝트 로건은 삼성전자 엑시노스5 옥타(Exynos 5420), 퀄컴 스냅드래곤800 등과 경쟁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야심 차게 출시한 모바일 프로세서(AP)다. 스마트폰, 태블릿PC에 내장돼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등을 실행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현존 최고의 3D 게임 실행 능력
프로젝트 로건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3D 그래픽 처리 능력이다. 엔비디아는 행사장에서 프로젝트 로건의 3D 그래픽 처리 능력은 소니의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약 1.5배라고 강조했다. PS3는 RSX라는 그래픽 프로세서를 채택했는데, 이 RSX는 엔비디아 지포스 7800과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 다시 말해 프로젝트 로건의 성능은 엔비디아 지포스 7800의 1.5배라는 뜻이다.
스냅드래곤800에 내장된 아드레노330 그래픽 프로세서는 엔비디아 지포스 8500과 비슷한 성능을 갖췄고, 엑시노스5 옥타에 내장된 말리 T628은 이보다 좀 더 높은 그래픽 처리능력을 갖췄다. 프로젝트 로건은 이 둘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그래픽 프로세서 제조사임에도 경쟁사보다 떨어지는 성능을 보여줬던 지금까지의 실망스러운 행보를 단숨에 만회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PS3는 HD급(1,280x720) 그래픽 게임을 30~60 프레임으로 구동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프로젝트 로건은 HD급 그래픽 게임을 60 프레임으로, 풀HD급(1,920x1,080) 그래픽 게임을 30프레임으로 실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프로젝트 로건으로 3D 그래픽을 시연하는 모습>
이처럼 성능이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력 소모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 프로젝트 로건의 전력 소모량은 대략 2W 내외다. 시중의 모바일 프로세서(엑시노스, 스냅드래곤, 아톰 등)는 1.5~3W 내외의 전력을 소모하고,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면 5W까지 소모한다. 참고로 PC, 노트북용 초저전력 프로세서는 17W를 소모한다.
다양한 최신 3D 그래픽 기술을 지원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프로젝트 로건은 OpenGL ES 3.0, OpenGL 4.4, 다이렉트X 11, 테셀레이션, CUDA 5.0 등을 지원한다.
OpenGL은 3D 그래픽을 보다 미려하게 구현하기 위한 API 도구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3D 효과를 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Open GL에서 불필요한 명령어를 제거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맞게 최적화 시킨 것이 OpenGL ES다. OpenGL ES 3.0은 가장 최신 버전이다. 게임로프트의 아스팔트8 등 최신 모바일 게임이 OpenGL ES 3.0을 활용해 뛰어난 3D 그래픽으로 제작 중이다.
OpenGL 4.4는 OpenGL을 이끄는 크로노스 그룹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기술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700 시리즈 등 PC용 그래픽 카드가 이를 지원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모바일 프로세서 가운데 이를 지원하는 것은 프로젝트 로건이 유일하다.
다이렉트X 11도 OpenGL과 마찬가지로 미려한 3D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한 API 도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작했으며, PC 게임에 널리 사용 중이다. 프로젝트 로건도 다이렉트X11을 지원하는 만큼 PC용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하기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테셀레이션은 비현실적인 3D 그래픽을 실제 사물처럼 보이게 해주는 기술이다.
최신 병렬 컴퓨팅 기능 CUDA 5.0(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을 지원하는 점도 흥미롭다. CUDA는 프로세서가 처리하는 일반적인 작업을 그래픽 프로세서를 활용해 보조하는 기술이다. 프로젝트 로건이 그래픽(부동소수점 연산)과 일반 작업(정수 연산)을 함께 처리하는 범용GPU(GPGPU)라는 뜻이다.
CUDA는 엔비디아가 고안해낸 기술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프로세서만 지원한다. 그렇다면 다른 회사가 제작한 그래픽 프로세서는 GPGPU를 지원하지 않는 걸까? 물론 지원한다. 이를 Open CL이라고 한다. 애플이 고안해내고, 크로노스 그룹에서 그 형태를 확정한 기술이다. Open CL은 삼성전자 엑시노스5 옥타 등 다른 회사의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에 적용됐다. 고안해낸 곳은 달라도, 둘이 지향하는 바는 같으니 참고할 것.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제조사들은 왜 모바일 프로세서에 GPGPU를 적용하는 걸까. 이는 ARM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가 일반 작업(정수 연산)은 빨리 처리하지만, 그래픽(부동소수점 연산) 처리 속도는 느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로 하는 작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프로세서가 그래픽(부동소수점 연산) 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GPGPU로 보조해 한층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것. 따라서 향후 등장할 모든 모바일 프로세서는 GPGPU를 지원할 전망이다.
프로세서 성능은 아직 미지수
엔비디아는 프로젝트 로건의 그래픽 처리능력만 강조하고, 일반 응용 프로그램 실행에 관여하는 프로세서 성능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프로젝트 로건의 성능이 전작 테그라4에서 약간 상향될 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테그라4는 고성능 ARM A15 코어 4개와 저전력 코어 1개를 혼합한 펜타(5)코어 프로세서다, 게임, 웹서핑 등 일반적인 작업을 처리할 때는 A15 코어를 활용하고,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대기상태일 때에는 저전력 코어만 사용한다. 프로젝트 로건은 여기서 클럭 속도만 향상시킬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행보를 감안하면 ARM 빅리틀 기술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
뒤쳐진 엔비디아의 승부수, 원칩과 라이선스
이처럼 뛰어난 3D 그래픽 처리 능력을 갖춘 프로젝트 로건을 공개했지만, 엔비디아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엔비디아는 2009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모바일 프로세서를 지정하고, 야심 차게 '테그라(Tegra)'를 출시했다. 하지만 그다지 성적이 좋지 못했다.
현재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극히 미미하다. 스마트폰에는 별로 채택되지 않고, 태블릿PC 위주로 사용되고 있다. 기타에 포함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이 같은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통신칩셋의 부재다. 통신칩셋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공간문제 때문에 스마트폰에 사용하기 쉽지 않다. AP에 통신칩셋까지 일체화된 퀄컴 스냅드래곤이 각광받는 이유다. 실제로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은 자체 통신칩셋을 생산할 능력을 갖춘 퀄컴,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통신칩셋 제조사 아이세라를 인수하고 AP와 통신칩셋이 일체화된 원칩(SoC)을 제작하려 하고 있다. 프로젝트 로건은 이러한 엔비디아의 계획의 첨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승부수는 라이선스다. 엔비디아는 프로젝트 로건을 타사에 라이선스로 제공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른 제조사들도 라이선스를 받아 프로젝트 로건을 생산하거나, 자사 AP의 그래픽 프로세서로 프로젝트 로건을 채택할 수 있게 됐다. 프로젝트 로건을 채택한 퀄컴, 삼성전자, 미디어텍의 AP를 보게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ARM, 이매지네이션과 유사한 전략을 취하게 됐다.
물론 엔비디아가 직접 생산하는 프로젝트 로건도 존재한다. 생산과 라이선스를 병행한다는 뜻이다.
프로젝트 로건은 개발단계에서 붙인 코드네임이다. 실제 제품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테그라5'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심기일전하는 의미에서 전혀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 로건은 2014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