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클라우드 강자 된 까닭, 보너 보겔스 부사장에게 묻다
아마존(Amazon)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자상거래 기업이지만, 한국 내에서는 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 않기에 한국인 입장에선 그다지 인연이 없는 외국 업체 중 하나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존이라는 기업의 면모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만도 않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업체로 유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정상급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넥슨과 같은 다수의 국내 대기업들이 아마존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이용 중이다.
7월 25일,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을 전담하는 아마존 웹 서비스(이하 AWS)의 CTO(최고기술책임자)인 보너 보겔스(Werner Vogels) 부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IT동아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의 입을 통해 AWS의 특징, 그리고 한국 시장 공략에 임하는 아마존의 자세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용과 융통성, 그리고 민첩성이라는 이점
AWS는 스토리지(저장) 및 컴퓨팅(연산),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일반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외에도 콘텐츠의 전송, 네트워킹, 결제, 소프트웨어 및 기술 지원에 이르기까지 클라우드로 제공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겔스 부사장은 이러한 AWS의 토털 솔루션이 제공하는 이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AWS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비용입니다. IT사업을 운영하면서 서버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인프라를 장만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고, 이를 관리하거나 상황에 따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됩니다. 이때 AWS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이용한다면 이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지요"
인프라 구축 및 관리 비용의 절약 외에도 관리나 경영 면에서도 AWS는 이점이 많다고 보겔스 부사장은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융통성'과 '민첩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던 비용을 운영 비용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서버의 연산 성능이나 저장 능력에 따라 기업 전체의 전략을 달리해야 했지만, AWS는 언제나 자유롭게 성능이나 저장 용량을 조정할 수 있으므로 기업에서는 융통성 있게 경영 전략을 짤 수 있지요.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민첩성 역시 갖추게 됩니다"
37차례나 요금 인하를 할 수 있었던 이유
다만, 보겔스 부사장이 소개한 이런 많은 이점들은 AWS외에 다른 경쟁사들 클라우드 서비스의 그것과 상당 부분 겹치는 것이기도 하다. 경쟁사 대비 AWS 클라우드 서비스의 강점과 차별화 요소에 대해 그가 설명했다.
"경쟁사의 그것과 달리 우리는 고객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우선은 특정 기술을 사용하도록 묶어두지 않는다는 점이 첫 번째지요. 어떤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건, 어느 프로그램을 어떻게 쓰건 차별 없이 지원을 해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서비스 계약 면에서도 기업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합니다. 기존의 서비스에선 요금을 낮추려면 꼭 장기 계약을 맺어야 했으나 AWS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미지요"
고객의 자유를 보장 할 뿐 아니라 AWS의 요금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보겔스 부사장은 강조했다. 요금을 낮추면 당장 회사 자체의 수익이 감소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WS는 2006년 설립 이후 37차례나 요금 인하를 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한 탓도 있지만, 서비스의 분야나 지역이 크게 확대되어 고객들과 함께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과 분석을 거쳐 한 층 더 요금을 줄일 수 있도록 권고하는 트러스티드 어드바이저(Trusted Advisor)라는 도구도 제공하고 있지요. 덕분에 우리의 고객들은 7천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AWS는 고객들을 단순히 거래처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박리다매가 가능 한 것이죠"
점차 확대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고객층
그렇다면 어떤 기업들이 AWS의 고객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대해 보겔스 부사장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특정하기 어렵다'라면서 단순히 이용 기업의 수를 따지기 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이용하고 있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나스닥, 호주의 뱅크 오브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금융권은 물론이고 한국의 삼성전자와 같은 IT기업, 넥슨이나 네오위즈와 같은 게임 업체들도 AWS의 고객입니다. 그 외에도 쉘 오일과 같은 에너지 기업, 유니레버와 같은 생명과학 분야도 포함하지요. 그리고 클라우드와 그다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제조업이나 호텔업에서도 AWS의 고객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오토데스크나 GE, 인터콘티넨탈 호텔과 같은 업체들이 대표적이지요. 사업장 간의 협업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에게 맞춤형 서비스 제공하고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AWS는 한국에도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AWS에서 보고 있는 한국 시장의 특징은 무엇일까?
"한국에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다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시장이죠. 특히 전자상거래와 게임 산업이 흥하고 있으며 , 이들은 한결같이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AWS는 이들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지요, 이들을 위해 우리는 한국에 POP(상호 접속 거점)을 설치하는 등 현지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보겔스 부사장은 중소기업이 많은 점도 한국의 특성이라며, AWS가 기업의 규모에 관계 없이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관련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국에는 정말로 많은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사내에 1명 정도의 IT담당자를 두는 경우가 많고 AWS의 서버나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지요. AWS는 파트너들을 통해 대기업 수준의 ERP(통합 기업 정보 관리), CRM(고객 관계 관리) 등의 시스템을 소규모 기업들에게도 제공합니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쉽게 찾아 받아 쓸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도 운영 중이지요”
AWS의 미래? 지금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보겔스 부사장은 고객들 및 IT동아의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AWS는 항상 고객의 요구,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제공될지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제나 저희는 고객을 위한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의 창립자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우리 회사는 지구 상에서 가장 고객 지향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단기적인 이익 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AWS를 비롯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차적인 고객은 기업들이지만, 일반인들의 삶에도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전에는 몇 달의 시간과 수 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던 신약 개발 과정에 5만 개의 프로세서 코어를 사용하는 AWS의 클라우드 컴퓨팅이 접목되자 시간은 3시간, 비용은 1만 5,000달러로 줄어든 사례도 있다고 한다. 모든 요소가 맞물려 돌아가는 현대사회에 있어 클라우드 서비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는 거의 없어진 셈이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