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들 위한 상생 IT아울렛 열었습니다" - 대원CTS 김영로 부장
요즘 용산전자상가로 대표되는 PC관련 판매 유통 업체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이슈가 없는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PC나 PC관련 제품들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몇몇 업체들, 특히 오랫동안 관련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터줏대감들이 중심이 되어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그 중 대원CTS(대표 정명천, http://www.dwcts.co.kr/)는 최근 판매점을 위한 IT기기 전용 쇼핑몰을 오픈하고 회원사를 모집하고 있다. 도매상과 소매상, 제조사와 유통사를 한층 밀접하게 연결해 상생을 하겠다는 대원CTS의 야심 찬 도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김영로 부장(45세)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대원CTS는 용산에서 손꼽히는 '큰손' 중 한 곳이다. 특히 HP, 씨게이트, 마이크로소프트, 델, AMD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30여 글로벌 IT기업들의 제품을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원CTS가 어떤 회사인지, 김영로 부장(45세)에게 소개를 부탁했다.
"대원CTS는 1988년에 '대원컴퓨터'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컴퓨터 관련 제품을 유통하는 사업으로 시작했지요. '대원'이란 이름은 큰 '대(大)'에 둥글 '원(圓)'으로, 컴퓨터 유통의 중심에 해당하는 동심원이 되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지요. 그리고 2010년에는 회사명을 대원CTS로 바꿨는데, 이는 Computer & Total Solution, 즉 컴퓨터 외의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까지 포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윈도8, 하스웰 나와도 시장은 '요지부동'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근 용산을 중심으로 하는 컴퓨터 관련 유통업체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다. 대원CTS에서 보고 있는 최근의 시장상황은 어떠할까?
"용산 경기의 바로미터는 조립PC,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각종 부품 류(CPU, 그래픽카드 등)의 판매량입니다. 그런데 요즘 소비자들은 조립PC에 정말로 관심이 적습니다.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데다 각종 모바일 기기들에게 관심이 쏠린 탓도 있죠. 최근 윈도8이나 하스웰(인텔 4세대 프로세서)의 출시와 같은 제법 굵직한 이슈가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좀처럼 움직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각종 신제품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시장의 활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주머니를 열지 않는 소비자들의 탓만은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로 부장은 제조 및 유통사들의 책임도 크다고 말한다.
"10여 년의 방식으로 지금도 장사를 하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실 요즘 소비자들은 고성능, 최신형 제품을 살 이유가 그다지 없습니다. 수년 전부터 전반적으로 성능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진 탓에 구형이나 보급형 PC로도 충분히 업무를 보고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직도 용산에서는 소비자들이 고급, 고성능의 제품을 사주길 바라고 있어요"
'탈PC' 없이 용산의 미래는 없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원CTS는 팔릴만한 제품이 무엇인지,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김영로 부장은 강조했다.
"그래서 요즘 대원CTS는 조립PC용 부품의 비중을 줄이고 완제품과 주변기기의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대원CTS가 취급하는 제품 중 PC부품의 비율은 25%에 불과해요. 다만 프린터나 모니터의 판매상황은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PC의 일부라고 여기던 물건이지만, 지금은 '탈PC'를 했거든요"
김영로 부장의 말 대로 프린터나 모니터는 PC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프린터는 팩스와 복사기의 기능을 겸한 복합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모니터 역시 TV 수신기능이나 AV기기 연결 기능을 강화하는 등, AV기기로 변모하고 있다. 그리고 탈PC를 하고 있는 제품 중 의외의 것도 있었다.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판매도 의외로 꾸준합니다. SSD(반도체 기반 저장장치)가 인기를 끌면서 HDD의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PC외에도 DVR(디지털녹화장치)이나 게임콘솔, 외장하드 등에도 HDD가 많이 쓰이기 때문이죠. 컴퓨터 관련 유통업계는 이런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소매상을 위한 원스탑 쇼핑몰, 컴퓨터코리아
시장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대원CTS는 컴퓨터 관련기기 판매상 전용 쇼핑몰인 컴퓨터코리아(www.computer.co.kr)를 5월 28일에 오픈 했다. 대형 유통사(도매상)에만 제품을 공급하던 기존의 사업형태에서 벗어나 이제는 최종판매자(소매상)들을 직접 상대한다는 것. 컴퓨터코리아의 설립의의에 대해 김영로 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판매가 줄고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니 유통경로를 단축시켜 이를 극복하자는 것이 컴퓨터코리아의 일차적인 설립목적입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엉뚱한 곳에 눈을 돌리기보단 저희가 원래 잘하던 것, 즉 ‘유통’에 집중하자는 것이죠"
다만, 주로 도매상을 상대하던 대원CTS가 소매상을 직접 상대하게 된다면 기존의 고객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거의 없다고 김영로 부장은 말했다.
"만약 저희가 직접 들여오는 제품만 컴퓨터코리아에서 판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재 컴퓨터코리아에서는 그 외의 제품도 시장에서 직접 매입해 판매합니다. 당연히 도매상들이 저희에게 직접 물건을 팔 수도 있습니다. 판매를 많이 할 수록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니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마우스패드에서 서버 고객까지, 차별은 없다
컴퓨터코리아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직접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오프라인 판매점, 그리고 온라인 오픈마켓의 판매자들이 주 고객이다. 현재 이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물어봤다.
"이제 문을 연지 한달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벌써 회원 수 3,000을 넘었습니다. 대원CTS에서 직접 들여온 제품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 그리고 출처가 확실한 정품만을 공급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원스탑’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평가 받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판매자들은 어떻게 컴퓨터코리아를 가입해 이용하면 될까? 컴퓨터코리아의 가입 자격 및 절차, 그리고 이용 형태에 대해 김영로 부장에게 물었다.
"딱히 고객을 가려서 받지는 않습니다.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은 물론이고, 심지어 마우스패드와 같은 사소한 물건만을 취급하는 고객사도 있을 정도니까요.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판매자라면 소정의 심의과정을 거쳐 가입이 완료됩니다. 다만, 제품 구매 대금의 경우는 현금 외에 여신거래도 가능한데, 이러자면 서울신용보증을 이용하거나 담보가 필요하긴 하지요. 이러한 과정은 모두 온라인으로 할 수 있으니 크게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김영로 부장은 컴퓨터코리아를 이용하는 사업자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판매자들에 대한 약간의 조언도 덧붙였다.
"현재 컴퓨터코리아를 이용하는 회원들에게 제공할 매장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원들에게만 부여되는 품질인증제도도 도입할 예정이고요. 다만, 결국 장사는 회원들이 직접 하는 것이지요. 배송날짜를 반드시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항상 남들과 같은 제품이라도 다른 방식, 다른 서비스로 팔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차별화'와 '상생'의 양립이 바로 '기본 마인드'
인터뷰를 마칠 즈음, 대원CTS의 김영로 부장은 IT동아의 독자 및 자사의 고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제가 종종 IT동아의 기사를 보면서 느끼는 것인데, IT동아는 어려운 이론이나 원리를 쉽게 풀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입니다. IT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고 있지요. 대원CTS의 컴퓨터코리아가 하고자 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판매자들에게 다양한 양질의 제품을 편하게 공급하고자 할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니까요. IT제품 유통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상생할 수 있는 아울렛, 그것이 바로 컴퓨터코리아라는 점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김영로 부장는 인터뷰 내내 '차별화'와 '상생'을 여러 번 강조했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자신만의 판매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조사 및 유통사, 판매점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원CTS가 25년 동안 사업을 이끌어나가며 용산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할 수 있던 것도 바로 이런 '기본 마인드' 덕분이 아닐까 싶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