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주파수 경쟁, 대체 누구를 위한 진흙탕 싸움인가
'9,950억 원.'
지난 2012년 8월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했던 800MHz와 1.8GHz의 동시오름 입찰방식 주파수 경매의 최종 낙찰가다. 시초가 4,455억 원으로 시작했던 이 경매는 단 하루가 지난 시점(18일)에 5,437억 원을 돌파했다. 이어 19일 6,005억 원, 22일, 6,633억 원, 23일 7,327억 원, 24일 8,093억 원, 25일 8,941억 원을 넘어섰으며, 26일 81회차 경매에 이르러 SK텔레콤이 써낸 9,950억 원까지 증가했다. 당시 KT가 한번 더 경매에 입찰하면 1조 원을 돌파하는 상황. 언론 및 업계, 여론들의 비판이 커져 결국 KT는 입찰을 포기했고, SK텔레콤이 써낸 9,950억 원에 최종 낙찰됐다.
위 내용은 본 기자가 올해 2월에 작성했던 '이동통신 3사가 바라는 1.8GHz, 대체 뭐길래'라는 기사의 서두 부분이다. 당시 이동통신 3사가 치고 받았던 '주파수 경쟁' 진흙탕 싸움은 언론, 업계, 일반인 등 모두가 봤다. 그리고 이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올해 여름. 다시 한번 이 같은 일이 재현할 조짐이다. 이미 주파수 경쟁 '전초전', '1차전', '2차전' 등 이동통신 3사가 동시에 대응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이러다 주파수 입찰이 시작되고 난 뒤에는 '끝장 대결'이 등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이동통신 3사는 치열하게,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까지 써가며, 자신에게 불리한 것에 대해서는 '이건 아니다!'라고 날을 세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IT 담당 기자로서 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한다. 그런데, 과연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 경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봤다. 미래창조과학부? 이동통신 3사? 아니면 또 다른 업계?
주파수는 공공재(public goods)다. 공공재란,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말한다. 사유재(private goods)가 아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공공재다. 사유화해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원에서 자기 주변에 선을 그어 놓고, 이 영역 안에 들어올 때는 돈을 내라고 한다면?
이동통신 3사가 내세우고 있는 논리
미래부가 발표한 주파수 할당방안 5가지 안에 대해 이동통신 3사는 각자의 논리를 앞세워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 강조한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의견이 상반된다. KT는 "재벌기업이 시장독식을 위해 KT를 모바일 사업에서 몰아내려 한다"라며, "현재 LTE 주파수 상황 자체가 불공정하며, 1.8GHz 인접대역까지 주파수 할당에서 배제된다면 KT는 '시장 퇴출'이라는 위기를 맞게 된다"고 강조했다.
- 참고기사: 이동통신 3사가 바라는 1.8GHz, 대체 뭐길래
- 참고기사: 신규 주파수 할당 5가지 경매안 공개
이 같은 KT의 주장에 대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먼저 SK텔레콤은 "이번 주파수 할당이 '특정기업의 투자비용 절감'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을 벗어나 미래 ICT 산업의 지속 발전과 전체 고객의 편익을 담보해야 한다"라며, "미래부가 발표한 LTE용 주파수 할당방안 중 다수는 KT가 7조 원 이상의 특혜를 누릴 수 있는 'KT 인접대역' 문제를 해소하지 않아 심각한 폐해가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미래부가 발표한 주파수 할당방안 중 일부안의 경우 SK텔레콤과 KT의 참여를 제한하며 마치 LG유플러스의 입장을 배려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라며, "하지만, 결국 KT에게 인접대역을 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LG유플러스는 KT 인접대역 할당 특혜로 보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보다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간단히 정리하면, KT와 비KT(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대립이다. 관건은 이번에 미래부가 경매에 내놓은 1.8GHz의 주파수 대역이다. 해당 주파수 대역이 KT가 현재 LTE로 서비스하고 있는 1.8GHz 주파수 대역과 바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장비 증설 등 큰 투자를 하지 않아도 지금보다 2배 빠른 전송속도(150Mbps)로 서비스할 수 있다. 즉, 주파수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신규할당 주파수를 가져와도 KT처럼 사용할 수 없다. 현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서비스하고 있는 1.8GHz 주파수 대역이 인접해있지 않기 때문. 그리고 LG유플러스는 해당 주파수 대역을 LTE가 아닌 3G로 서비스하고 있다. 인접해있더라도 9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두 이동통신사는 KT에게 일방적 혜택이라고 주장한다.
주파수 할당,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신규 주파수를 이동통신사에게 공정한 심사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할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산업계의 발전을 통해서도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아무리 '공정'하게 심사하고 진행해도 그 결과가 모두가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럴 때 등장하는 것이 '형평성'과 '효율성'이다. KT는 주파수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효율성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별도 투자해야 하는 형평성을 언급한다. 미래부는 여기서 최대한 잡음이 적은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가지 빠진 게 있다. 주파수 할당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공재인 주파수는 국민 모두 즉, 사용자 모두를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사용자에게 더 나은 혜택을 주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 사실 본 기자는 안타깝다. 국내 이동통신 3사 모두 이번 주파수 신규 할당 건에 대해 '사용자'를 언급한 경우가 있나. 손쉽게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원하고, 상대방은 그 이득이 불공정하다며 반발한다. 자, 주파수는 이동통신사업의 소중한 자원이다. 맞다. 그러나 주파수가 이동통신사의 사업 수단은 결코 아니다.
진흙탕 싸움이 아닌, 깔끔한 테이블에서 나누는 토론을 기대해 볼 수는 없을까. 그리고 그 혜택은 사용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