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AUNCH 2013] 창업에서 범하기 쉬운 4가지 실수란?
국내 최대 스타트업 및 테크 컨퍼런스 '비런치 2013(beLAUNCH 2013)'이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5월 1일부터 3일까지 스타트업 지원 전문기업인 beSUCCESS 주최로 열렸다. 비런치 2013은 한국과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뉴욕, 유럽, 아시아 등 국내외 스타트업 및 테크 분야 종사자 1,500여 명이 참여하며, 올해가 2회째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각지의 창업가와 투자자, IT 전문가들이 강연을 통해 국내외 IT 소식과 스타트업 업계 소식을 전달했다. 또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해 글로벌 진출 전략과 창업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2일 행사에서 쿠팡 김범석 대표는 '창업을 할 때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 4가지'를 소개하고 새내기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IT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초기 실수로도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그는 새내기 창업자들에게 "먼저 창업을 한 이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참고해 실수를 예방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실수 1. 모든 것을 잘 하려고 한다
김 대표는 "1가지의 핵심 경쟁력을 파악하고 그것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누구나 창업을 하면 모든 일을 잘 해보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힐 수 있다. 하지만 3~4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하다 보면 모든 토끼를 놓칠 수도 있다.
그는 먼저 사업에서 우선 순위를 정하고 핵심에만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꼭 달성해야겠다'라는 1가지 목표를 정하고 이에 몰입하라는 것이다. 해당 목표가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쿠팡은 고객 유치, 공급자 유치 등 여러 요소 중에서도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보았다. 김 대표는 "만약 꼭 달성해야겠다는 한 가지 목표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창업자의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수 2. 고객이 아닌 경쟁에 집중한다
사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고객이 결정한다. 예를 들어 1번 식당의 목표는 매출을 높여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2번 식당의 목표는 고객이 웃는 것이라고 가정하자. 1번 식당은 매출을 올리고자 가게 규모를 키우고, 투자 대비 수익을 올리고자 맛이 없거나 신선하지 않은 음식도 판다. 반면 2번 식당은 경쟁사를 신경 쓰지 않고 고객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집중한다. 단기적으로는 1번 식당이 부각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2번 식당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막상 사업을 하다 보면 잊기 쉽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고객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쿠팡은 매출이 적었을 때도 콜센터 규모를 업계 최대 규모로 늘렸다. 장기적으로는 고객이 사업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회사 직원도 고객이다. 직원에 대한 대우도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쿠팡은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직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단체 보험도 마련했다.
김 대표는 "투자는 단기적으로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스타트업일수록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라도 따가운 반응이 오더라도 꾹 참고 견뎌라. 그것이 올바른 투자라면 장차 빛을 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수 3. 선입견 또는 문화적 결정론에 빠진다
김 대표는 7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2010년 한국에 와서 사업을 시작하니 "한국에서는 이렇게 해야 돼. 이렇게 하면 안 돼"라며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문화 결정론에 빠지면 더 이상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게 된다. 이미 정답이 나와 있기에 새로운 일을 시도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김 대표는 "사업을 할 때 선입견에 휘둘리지 말라.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쿠팡은 개발 조직에서 직급을 없애고 수평 문화를 도입했다. 당시 "한국에서 수평 문화는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시행 착오도 많았지만, 수평 문화가 정착되자 직원들의 만족도와 생산성이 높아졌다.
실수 4. 구성 인력에 맞춰 사업을 운영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성장 속도에 맞춰 과감하게 인력을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이 잘 되면 회사가 커지고,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직원도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사업에 적합했던 인재가 시간이 흐른 뒤 회사 규모만큼 역량을 갖추지 못할 때가 있다. 많은 창업자들이 이 문제를 프로세스로 보완하거나 인사 구조 변경을 미룬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김 대표는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사 문제다. 하지만 나 역시도 중요한 인사 문제를 미루다가 후회를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조직 전체가 위험을 떠안을 수는 없다. 실력주의 문화를 고려하라. 만약 입사 순번으로만 직책을 준다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국 창업 환경, 에코시스템이 절실해
김 대표는 창업자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에 대해서도 충고했다. 그는 "사업을 할 때 비즈니스 결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 기업 문화에 따라 기업의 장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충분히 고민하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시장이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인당 GDP가 2만 불 이상이며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5곳뿐이다. 그 중 하나가 한국이다. 게다가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와 뛰어난 인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시장에 창업 환경이 잘 마련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 이유는 에코시스템이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코시스템이란 스타트업 생태계를 형성해 창업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선례를 통해 실수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그는 "비런치 2013과 같은 행사가 다양하게 마련돼 에코시스템이 형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