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의 신흥 명가를 노린다, ASUS MX279H
에이수스(ASUS)라고 한다면 PC용 메인보드 제조사, 혹은 노트북 제조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메인보드 시장에서 입지가 매우 강해서 조립PC 사용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다. 이런 에이수스가 최근 들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넥서스7'을 위시한 태블릿PC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여세를 몰아 모니터 시장의 공략에도 힘을 싣는 중이다.
다만, 모니터 시장은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선도기업들의 입지가 무척 강하다. 그래서 그 외의 업체들은 주로 보급형 시장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에이수스 역시 모니터 시장에서는 도전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보급형 시장을 노릴 만도 한데, 요즘 이 회사의 움직임을 보자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의외로 고급형, 전문가형 모니터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작년에 에이수스가 선보인 전문가용 모니터 'PA246Q' 같은 제품은 기존 유명 브랜드 제품 못잖은 성능을 제공해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소개할 27인치 모니터인 'MX279H' 역시 고급형을 지향하는 제품이다. 아직 국내에는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해외 시장에서 350달러(약 4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으니 확실히 싼 제품은 아니다. 시야각이 넓은 AH-IPS 패널에 에이수스 독자의 화질 보정 기능, 그리고 뱅앤올룹슨 음향 기술을 탑재한 것 만으로도 제법 기대가 되는 이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자.
고급스러운 디자인 눈에 띄네
앞서 MX279H을 고급 기능을 다수 갖춘 모니터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기능 외에 외견도 제법 볼만하다. 우선 화면을 둘러싼 베젤 부분의 두께가 1mm라서 전원을 켜지 않고 언뜻 봐선 베젤이 전혀 없는 것 같이 매끈한 느낌을 준다. 이는 요즘 TV시장에서 유행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다만, 전원을 켜보면 화면 표시 부분 주변에 1cm 정도의 검은 공백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속았다!' 라고 외치며 제조사에 항의할 정도의 중대한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다른 회사 제품 중에서도 비슷한 기교를 부린 경우가 있다. 그래도 고개가 약간 갸우뚱거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화면 하단에 은색 베젤을 넣어 멋을 부렸으며, 하단 베젤 왼쪽에는 'IPS(광시야각패널)', 'SonicMaster(음향기술)', 'Bang & Olufsen(고급 오디오 브랜드)'등 제품에 포함된 자랑거리들의 목록을 적어놓았다. IT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라면 이런 로고만 봐도 제법 기대감이 높아질 것 같다.
모니터를 제어하기 위한 각종 버튼은 하단 베젤 오른쪽에 모여있다. 모두 터치방식 버튼이라 눌러봐도 유격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각 버튼이 적당히 돌출되어 있어 조작감은 여타의 터치식 버튼에 비해 좋은 편이다.
제품 본체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스탠드 부분이다. 동그란 고리 모양이 특색 있고 알루미늄 재질이라 질감도 좋다. 다만 세련된 디자인에 비해 기능은 평범하다. 높이 조절이나 회전 기능은 없으며 단지 전후 각도조절만 된다.
LED백라이트를 탑재한 신형 모니터답게 제품 두께도 얇다(17.5mm). 그리고 후면 전체를 고광택 블랙 컬러로 처리했으며, 측면과 후면 사이의 경계 면을 절도 있게 깎아낸 듯한 느낌으로 마감했다. 측면이나 후면에서 보더라도 디자인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최근 트랜드를 반영한 듀얼 HDMI 포트
후면 포트는 HDMI 2개와 D-Sub(VGA) 1개, 그리고 음성 입력 및 출력 포트 1개씩으로 구성되어 있다. DVI가 없는 대신 HDMI가 2개 있는 것이 특이한데, 최근 블루레이 플레이어나 비디오게임기 등의 AV기기에서 HDMI를 쓰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한 구성인 것 같다.
다만, PC에서는 여전히 DVI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MX279H는 HDMI 포트에 DVI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젠더(변환잭) 1개를 본체와 함께 제공하니 HDMI가 없는 PC를 가진 사용자라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우수한 시야각과 차분한 색감 인상적
전반적인 구성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써볼 차례다. MX279H의 화면은 1,920 x 1,080 풀 HD급 해상도를 지원한다. 이정도야 요즘 모니터로선 특이할 것이 없지만 더 주목할 만한 점은 AH-IPS 패널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AH-IPS는 요즘 나오는 고급형 스마트폰(옵티머스 G 시리즈 등)에 다수 탑재된 바 있는데, 시야각과 색감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MX279H의 화면 역시 이 점에서 빠지지 않는다.
에이수스에서 밝힌 MX279H의 최대 시야각은 178도다. 실제로 화면을 여러 각도에서 확인해 봤는데 거의 완전한 측면이나 상하 방향에서도 우수한 색감과 선명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급형 보니터에 주로 쓰이는 TN패널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다.
부가기능 강조하고 있지만 효용성은 ‘갸우뚱’
모니터의 화질은 패널뿐 아니라 화면에 표시되는 영상 신호를 다듬는 화상 보정 엔진의 역할도 중요하다. MX279H에는 에이수스 독자의 스플렌디드(SPLENDID) 엔진이 탑재되었다. 에이수스의 그래픽카드나 노트북을 써본 사용자라면 익숙할 이름인데, MX279H에 탑재된 스플렌디드 엔진은 모니터라는 제품의 특색에 맞게 튜닝된 것이 특징이다.
화상 엔진을 활용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현재 작업의 특성에 맞춰 화면의 밝기나 색 온도, 명암비 등을 일괄적으로 조정해주는 6개의 프리셋 모드(sRGB, 배경 강조, 영화, 표준, 야간, 게임)가 존재하며, 모니터 우측 하단의 단축키를 누르면 각 모드가 원 터치로 전환된다.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프리셋 모드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사용자가 직접 여러 기능을 직접 설정할 수도 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화면의 명암비를 크게 높이는 ASCR(ASUS Smart Contrast Ratio) 기능이다. 명암비가 높아지면 어두운 배경에 있는 물체도 선명하게 볼 수 있어 게임이나 영화를 즐길 때 유리하다.
기존 모니터 중에서도 명암비를 높이는 동적명암비(Dynamic Contrast Ratio. DCR) 기능이 있는 제품이 많다. 이런 제품 들은 대부분 수십만:1 내지는 수백만:1 정도의 수치를 내는데, MX279H에 탑재된 ASCR 기능의 경우는 무려 8천만:1에 달한다고 제조사는 밝히고 있다.
다만,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기자의 눈으로는 ASCR 기능의 활성화 여부에 따른 확연한 차이점은 그다지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기능을 직접 조정하는 것 보다는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6가지의 프리셋 모드 중 '표준' 모드에서 보여주는 차분하고 과장 없는 색감이 더 눈에 들어온다.
이보다 특색 있는 부가 기능이라면 화면 상에 그리드(안내선)을 띄우는 '퀵피트(QuickFit)' 기능이다. 띄 울 수 있는 안내선은 A4, 레터, 8 x 10, 5 x 7 등인데, 이를 이용하면 문서나 이미지 편집 시 특정 비율로 창 크기를 맞추고자 할 때 유용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소리 들려준 내장 스피커
화면은 만족스러운데 음향은 어떨까? 사실 모니터 내장 스피커는 내부 공간의 제약 때문에 음질이나 출력이 시원찮은 경우가 많았다. 반면, MX279H는 유명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과 협력해 개발한 소닉마스터(SonicMaster) 음질 보정기술이 탑재되어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장된 스테레오 스피커는 3W 출력, 32mm 크기의 유닛으로, 모니터 내장 제품 치고는 출력이 높고 크기도 크다.
실제로 MX279H에 탑재된 스피커로 음악을 들어보니 단순히 구색 맞추기 수준이었던 기존 모니터의 내장스피커와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고음의 섬세함이 약간 떨어지고 채널 구분이 다소 명확하지 않은 감이 있긴 하지만 출력이 상당히 강력하고 저음 부분의 표현도 제법 절도가 있다. 모니터 내장 스피커로서는 이 정도면 거의 최상급일 듯 하다.
국내 출시 시기와 가격이 관건
MX279H는 모니터 사업에 임하고 있는 최근 에이수스의 자세를 잘 엿볼 수 있는 제품이다. 전체 모니터 시장에서 점유하고 있는 영향력이 아직 크지 않은 상태지만 이런 와중에도 확연한 특색을 갖춘 제품을 선별 투입하여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번에 살펴본 MX279H의 경우, 화질과 디자인 면에서 그다지 흠 잡을 곳이 없으며, 생각 이상으로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내장 스피커도 인상적이다. 제공되는 여러 가지 부가기능 중에 효용성이 높은 것이 적은 것이 옥의 티지만 화질과 음질이라는 기본기가 충실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아직 국내 출시 일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 아무쪼록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으로 나왔으면 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