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계의 온누리 상품권, '브로컬리(VLocally)'
얼마 전, 경주에 사는 선배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았다. 우편도 택배도 아닌 휴대폰으로 날아온 쿠폰 하나. 이것으로 후배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남자친구와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후문.
최근 들어 이렇게 기프티콘, 기프티쇼와 같은 모바일상품권을 선물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구매, 결제, 전송까지 다 되는 편리함이 모바일상품권의 강점이다. 현재 SK플래닛은 기프티콘을, KT엠하우스는 기프티쇼를, LG유플러스는 기프트유라는 모바일상품권을 서비스하고 있다. 모바일상품권 시장은 이동통신3사가 이끌고 있는 셈.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들도 대형 프랜차이즈 상품을 모바일상품권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모바일상품권은 찾기 쉽다. 이에 비해 지역 맛집 및 소형 프랜차이즈 모바일상품권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나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까운 유명한 맛집 메뉴를 주변 사람에게 선물할 방법은 없을까. 여기 답이 있다. 지난 2011년 9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숨포인트가 브로컬리(Vlocally)라는 이름으로 오는 4월 재도약을 꿈꾼다. 브로컬리는 브로컬리마켓(Vlocally market)이 서비스하는 소상공인 대상 모바일상품권 서비스다. 새 서비스 시작 전, IT동아가 브로컬리마켓의 김동규, 조정호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IT동아: 기존의 숨포인트 서비스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 없다. 숨포인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조정호 대표: 숨포인트는 모바일상품권 사업이 아닌 통합 포인트(마일리지) 서비스다.대기업이 운영하는 통합 포인트 서비스를 보고, 이를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발전시키고 싶었다. 숨포인트제휴 브랜드(또는 가맹점)의 상품을 구매하면 쌓이는 포인트를 CJ 원카드나 해피포인트 카드처럼 제휴 매장 어디에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서비스 명칭을 숨어있는 맛집의 마일리지를 뜻하는 숨포인트로 만들었다.
김동규 대표: 이렇게 2년 전 숨포인트를 시작했지만,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실제로 가맹점은 포인트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 보다 당장 발생하는 매출을 원했다. 때문에, 진짜 지역 소상공인들이 원하는 것은 포인트 서비스보단 상업 서비스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고민 끝에 모바일상품권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그래서 통합 포인트 서비스를 모바일상품권 서비스로 변경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통합 포인트 서비스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중소형 프랜차이즈나 소상공인들은 기존 모바일상품권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에 우리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바일상품권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 브로컬리는 지역 맛집 또는 전국적으로 가맹점을보유하지 못한 소형 프랜차이즈 업체 등 기존 모바일상품권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브랜드까지 포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IT동아: 그렇다면 브로컬리라는 서비스명칭은 어떻게 짓게 됐고,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
김동규 대표: 서비스를 바꾸다 보니 아예 새로운 명칭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음악 서비스 중에 '멜론'이 있지 않은가? 우리도 멜론처럼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이에 여러 야채 이름을 나열하다가 브로콜리(Broccoli)가 나왔다. 브로콜리 영어 철자를 조금만 바꾸면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지역 '로컬(Local)'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나온 이름이 브로컬리다(VLocally)다. 브로'콜'리가 아니라 브로'컬'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IT동아: 브로컬리는 어떤 서비스로 구성돼 있는가, 자세히 설명해달라.
조정호 대표: 첫 번째로 '단품 메뉴' 모바일상품권을 지원한다. 사용자는 이를 특정 상점 내 특정 메뉴로 바꿀 수 있다. '금액형' 모바일상품권도 있다. 특정 상점에서 상품권에 지정된 금액한도 내로 다양한 상품으로 구매할 수 있다. '기프티카드'도 있다. 브로컬리와 제휴를 맺은 상점 어디서나 금액만 맞으면 다양한 상품으로 바꿔 쓸 수 있는 서비스다.
IT동아: 최근 유비클과 제휴를 맺고, 투자를 받는다 들었다. 유비클은 어떤 기업인지?
김동규 대표: 유비클은 다양한 프랜차이즈 모바일상품권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큐피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모바일상품권을 팔기도 하지만, 사실 주력은 B2B 사업(기업 상대 사업)이다. 카카오톡을 포함한 여러 메신저에서 보낼 수 있는 모바일상품권이 있지 않은가. 그 모바일상품권을 유비클이 제공하는 거라고 이해하면된다. 유비클은 B2B 기프티콘 서비스 기업 중 거래량 측면에서도 뛰어난 기업이라 파트너를 맺게 됐다. 큐피콘의 경우 전국적으로 가맹점을 확보한 대기업 대형 프랜차이즈의 기프트콘을 판매한다. 4월 서비스 시작 이후 큐피콘에 브로컬리 카테고리를 따로 열어 브로컬리와 제휴를 맺은 가맹점을 노출시킬 계획이다.
IT동아: 거래량이 많은 유비클과 파트너를 맺으면서 이전보다 강화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어떠한 것이 있는가.
조정호 대표: 첫 번째로 모바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브로컬리마켓은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로 구성된 벤처지만, 유비클은 이미 많은 기업과 사용자가 알고 있는 경쟁력과 노련미를 갖춘 기업이다. 두 기업이 함께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로 소상공인들과 프랜차이즈 마케팅팀을 상대로 영업할 때 한 층 더 여유가 생겼다. 대형 프랜차이즈 모바일상품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과 함께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신뢰도를 부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브로컬리 상품권을 판매할 때 유비클이 보유한 채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유비클의 큐피콘은 리워드(적립)앱을 서비스하는 기업들과 제휴를 맺은 상태다. 아무래도 이러한 구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투자금보다 더 큰 힘이 된다.
김동규 대표: 큐피콘과 연동판매를 함으로써 기대하는 효과도 크다. 큐피콘의 경우 B2B 중심 서비스지만, 일반 사용자를 상대로 한 매출도 무시할만한수치는 아니다. 브로컬리를 큐피콘과 연동해 판매한다면 큐피콘의 유저들에게 브로컬리를 노출시킬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모바일상품권 시장에선 판매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큐피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존 모바일상품권 브랜드(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와 브로컬리 가맹점의 상품권을 함께 판매함에 따라 경쟁업체와 차별화 될 것이다.
IT동아: 유명 프랜차이즈도 제휴를 제의한 적이 있는지? 혹시 이들을 제휴매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기본 철칙 같은 것이 있는가?
조정호 대표: 이미 기프티콘, 기프티쇼 등으로 모바일상품권 서비스를 운영 중인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중복 제휴의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브로컬리는 기존의 모바일쿠폰 시장에 포섭되지 못한 소상공인과 제휴를 해나갈 것이다. 작게는 골목상권, 지역상권의 개인 맛집부터 크게는 전국적 가맹점을 보유하진 않았지만 전국 프랜차이즈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다. 흔한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에 10여 곳(또는 그 이하) 밖엔 없지만 충분히 알릴만한 가치가 있는 상점을 대상으로 한다.
IT동아: 유비클처럼 리워드 앱과 연동판매 제휴를 준비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유는?
조정호 대표: 준비 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매출 성장을 위해서다. 숨포인트를 서비스할 때 매출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를 분석했다. 다양한 매출 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우리 상품권이 우리 앱만으로 판매가 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브로컬리로 서비스를 다시 개편하면서 다양한 앱과 연동 및 기업 상대 프로모션 상품권 공급으로 매출채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김동규 대표: 기대효과를 덧붙여 말하자면, 다양한서비스와 연동은 자연스레 잠재적 고객 확보로 이어진다. 우리 앱을 직접 쓰지 않는 사용자에게도 연동된 서비스로 브로컬리를 알릴 수 있다.
인터뷰 그 뒷 이야기
브로컬리가 집중하는 것은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상품이 아니다. 브로컬리는 소비자에게 구석구석 숨어있는 다양한 멋의 '맛집'을 선물한다. 소상공인들에겐 훌륭한 마케팅 플랫폼이 되기도 하는 브로컬리를 기획한 그들은 법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결국 전공 공부 대신 창업이라는 길을 택했다. 그만큼 숨포인트라는 회사에 애착이 크다며, 브로컬리와 제휴를 맺은 상점들을 소개할 때 직접 발로 뛰어 콘텐츠를 만든다고 전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다른 이유도 있다. 브로컬리는 지역 '맛집'에 초점을 둔 서비스인 만큼 진짜 맛집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식 서비스 시작 전 만나본 브로컬리 서비스는 잡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상점이 제공하는 정보뿐만 아니라 그들이 직접 보고 느낀 바를 예쁘게 보여주는 것이 브로컬리의 참된 매력이리라.
글 / IT동아 윤리연(yoolii@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