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은 선명하게, 배경은 '뽀샤시'하게 찍어보자

이상우 lswoo@itdonga.com

신입사원 이씨는 얼마 전 부서 워크샵에서 단체사진 찍는 일을 맡았다. 평소 여자친구 얼굴을 '뽀샤시'하게 잘 찍는 터라, 여자친구를 찍는 것처럼 자신 있게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앞줄에 있는 사람 얼굴만 선명하게 나왔지만 뒤로 갈수록 사람 얼굴이 흐리게 나온 것이다. 때문에 직장 상사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사계 심도란 사진에서 피사체의 외곽선이 선명하게 표시되는(초점이 맞은) 범위를 말한다. 실제 촬영한 사진에는 촬영자가 초점을 잡은 곳 중심으로 주변이 서서히 흐리게 보이는데, 이 흐린 범위가 넓은 것을 '심도가 얕다' 혹은 '아웃 포커스(Out Focus)'라고 부른다. 이런 사진은 주로 피사체를 강조하고 싶거나 좀더 화사한 느낌을 주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이 범위가 넓으면 '심도를 깊다' 혹은 '팬 포커스(Pan Focus)'라고 부르며, 아웃 포커스 사진에 비해 선명한 부분이 넓어 풍경사진에 어울린다.

이 피사계 심도는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CCD, CMOS 등) 크기, 조리개 값, 초점거리 등에 의해 달라진다. 이번 기사에서 사진 촬영 시 상황에 따른 피사계 심도 조절방법을 알아보려고 한다. 단, 이미지 센서 크기는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한다. 참고로 이번 기사에서는 니콘의 DSLR인 D600과 D90을 활용했다.

조리개 값

조리개 값이란 조리개가 얼마나 열려있나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조리개가 많이 열리고 사진도 밝아진다. 이 조리개 값이 F1.4처럼 작으면(조리개가 많이 열리면) 배경이 흐린 아웃 포커스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조리개 값이 크면 피사체와 배경 모두 선명한 팬 포커스 사진이 나온다. 아래 두 사진을 비교해보자.

왼쪽 사진은 조리개 F32, 셔터속도 1/2초로 촬영 했고, 오른쪽 사진은 조리개 F4.8, 셔터속도 1/100초로 촬영했다. 두 사진 모두 D600이라는 로고에 초점을 맞추고 찍은 것이다. 왼쪽 사진은 뒤에 있는 카메라까지 선명하게 나온 반면, 오른쪽 사진은 뒤에 있는 카메라는 물론 D600 렌즈의 앞부분도 흐리게 나왔다. 보통 조리개 값으로 피사계 심도를 조절하는 것은 풍경사진이나 단체사진처럼 화각(카메라에서 한 눈에 보이는 시야각)을 마음대로 조절하기 힘든 경우 사용한다. 조리개 값에 따라 사진 밝기가 달라지니, 셔터속도나 감도를 조절해 밝기를 맞춰야 한다.

렌즈 초점거리

카메라의 다른 설정이 같은 조건일 때, 렌즈 초점거리(줌 인, 줌 아웃)가 달라지면 피사계 심도가 변한다. 초점거리가 멀어지면(줌 인 하면) 아웃 포커스 사진이, 초점거리가 짧아지면(줌 아웃 하면) 팬 포커스 사진이 나온다. 아래 사진을 비교해보자.

두 사진 모두 조리개 값, 카메라위치, 셔터속도 등 촬영 조건은 같으며, 초점거리만 다르다. 왼쪽 사진 초점거리는 85mm, 오른쪽 사진 초점거리는 21mm다. 초점거리에 따라 사진 화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조리개 값, 셔터속도 등을 함께 조절해야 한다.

피사계 심도 미리 보기

카메라 렌즈는 기종에 따라 피사계 심도를 계산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어디서부터 흐려지는지 계산할 수 있는 '심도 링'이 있다. 아래 사진에서 빨간 네모를 넣은 곳이 심도 링 부분이다.

심도 링을 보면 가운데 굵은 흰색 선을 기준으로 양옆에 4, 8, 16 등 조금씩 큰 숫자가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에는 16을 빨간 네모로 표시했는데, 양쪽 16위에 있는 눈금을 따라가면 0.9와 1.2가 나온다. 이 말은 조리개 값을 F16으로 했을 때 이미지 센서나 필름에서 거리가 0.9m~1.2m까지 초점이 맞은 것으로 보이며, 이 범위를 벗어나면 흐리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이미지 센서나 필름의 정확한 위치는 대부분 카메라 상단에있는 무늬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망원렌즈 심도 링에 있는 눈금 범위는 줌을 할수록 좁아지는데,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초점거리가 멀어질수록 심도가 얕아지기 때문이다.

피사계 심도를 뷰파인더(카메라 접안부)에서 미리 볼 수도 있다. 카메라 기종에 따라 본체에 피사계 심도 확인 버튼이 있는데, 이를 누르면 자신이 설정한 조리개 값, 초점거리 등에 따른 심도를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피사계 심도 확인 및 조절 방법을 알아봤다. 아웃 포커스나 팬 포커스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다. 상황에 따라 잘 조절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거나, 배경에 녹아 들게 만들 수 있다. 앞서 말한 이모씨처럼 단체사진에서 아웃포커스를 사용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반대로 여자친구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이 여자친구보다 더 돋보인다면 여자친구와 사이가 소원해 질 수 있다. 이 기사를 읽은 사람은 상황에 맞는 심도조절을 알았으니, 앞으로 주위에서 '사진 잘 찍는다'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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