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시대를 맞이한 HP가 내놓은 해법, '엔비X2'
1부: 외형 및 특징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대가 열림에 따라 PC와 노트북을 판매하는 회사들이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특히 태블릿PC의 등장이 치명적입니다. 노트북의 수요를 직접적으로 잠식하고 있으니까요. 시장조사기관 IDC는 2012년 PC(노트북 포함) 판매량이 2011년보다 감소해 PC가 등장한 이래 최초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PC와 노트북을 판매하는 회사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해도 좋겠지요. 그러나 이 업계에서 짧아도 20년, 길게는 50년 이상 버텨온 회사들입니다. 그리 순순히 물러설 회사들은 아닙니다. 그간 쌓아온 저력을 무시해선 곤란합니다. 대표적인 회사를 하나 꼽으라면 세계 1위의 PC 업체 HP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2012년 3분기 기준).
사실 HP는 태블릿PC가 세계적으로 유행함에 따라 독자적인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PDA 제조사 팜을 인수해 Web OS라는 스마트폰, 태블릿PC용 운영체제를 설계하고, 이를 탑재한 'HP 터치패드'라는 태블릿PC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아마 이글을 읽는 독자들 대다수가 HP 터치패드라는 제품이 있었는지조차 모르실 겁니다.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태블릿PC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HP는, 아니 정확히 말해 HP PC사업부는 자사가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할 HP의 하이브리드PC(컨버터블PC) '엔비X2(ENVY X2)'가 바로 이러한 HP의 결의가 드러나는 제품입니다.
핵심은 '윈도'와 '키보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가 장악한 시장에 진입하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만한 매력적인 요소를 갖춰야합니다. 그렇다면 애플 아이패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등 기존 태블릿PC와 엔비X2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단연 '윈도 운영체제를 탑재한 노트북, 태블릿PC란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엔비X2는 MS의 최신 운영체제 '윈도8(Windows 8)'을 내장했습니다. iOS,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기존 태블릿PC와 달리 수많은 윈도용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엔비X2는 'MS 오피스(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한컴 아래아 한글', '어도비 포토샵' 등 업무용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온라인, PC용 게임 등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웹 기반 인터넷뱅킹도 모두 정상적으로 실행할 수 있죠.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PC도 문서작성, 게임, 인터넷뱅킹 등을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윈도에서 하는 것만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뱅킹에 필수인 공인인증서 발급은 아직까진 윈도를 설치한 PC에서만 가능하고,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PC에선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문서, 이미지 편집 등도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문적인 작업은 아직 윈도를 설치한 PC의 영역이지요. 엔비X2는 이처럼 전문적인 작업이 가능한 기기입니다.
윈도 운영체제를 탑재했다는 점은 그렇다 치고 '노트북, 태블릿PC'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분명 노트북과 태블릿PC는 전혀 다른 제품입니다. 두 제품을 나누는 가장 큰 차이점은 입력방식의 차이입니다. 노트북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태블릿PC는 터치스크린을 채택했습니다. 입력방식의 차이에 따른 활용법의 차이가 두 제품을 가르는 경계입니다. 때문에 노트북은 보다 생산지향적인, 태블릿PC는 소비지향적인 제품입니다. 쉽게 말해 노트북은 일할 때, 태블릿PC는 가지고 놀 때 좀더 선호 받습니다.
그렇다면 두 제품의 장점을 절충하면 어떨까요? 키보드와 마우스, 터치스크린이라는 두 입력방식을 동시에 채택하는 겁니다. "어라 그러면 그냥 터치스크린을 채택한 노트북아냐?"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하나를 더 채택하면 되죠. '키보드를 분리할 수 있는 기능'을요.
이처럼 평소에는 노트북으로 사용하다가 키보드 독(Keyboard Dock)을 분리해 태블릿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하이브리드PC 또는 컨버터블PC라고 부릅니다. 전자는 노트북과 태블릿PC의 활용법을 섞었다는 의미고, 후자는 노트북이나 태블릿PC의 형태 가운데 선택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같은 뜻이죠. MS와 HP는 하이브리드PC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컨버터블PC라고 부릅니다. 마음 대로 부르셔도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HP 제품인 만큼) 하이브리드PC 엔비X2는 기존 태블릿PC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업무효율과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문서 작업을 할 때 키보드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죠. 기존 태블릿PC도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매하면 얼추 비슷한 느낌을 낼 수는 있습니다만… 키보드 독 내에 추가 배터리까지 내장해 사용시간을 늘린 엔비X2만큼의 효율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확장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전용 케이블로 확장해야 하거나(아이패드), 마이크로 SD카드 슬롯 및 마이크로 HDMI, 마이크로 USB 단자가 전부(갤럭시노트)인 기존 태블릿PC와 달리 일반 USB, HDMI 단자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SD카드 슬롯과 일반 SD카드 슬롯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TV, 모니터로 화면을 출력할 수 있고, 마우스나 USB 메모리 등 외부 장치를 연결할 수 있으며, 저장공간을 최대 160GB(엔비X2의 저장공간 64GB + 일반 SD카드 최대 64GB + 마이크로 SD카드 최대 32GB)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용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네요.
최대의 장점은 고급스러움과 배터리 사용시간
하이브리드PC 시장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용자라면 알겠지만, 삼성전자나 에이서 등 경쟁사에서도 엔비X2와 비슷한 제품이 출시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엔비X2가 이 경쟁 제품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장점은 고급스러움입니다.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본체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처음 만지는 순간 금속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운치를 더하네요. 플라스틱으로 본체를 구성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지만, 아무리 느껴봐도 알루미늄만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 지문이 별로 묻어나지 않는 것도 장점이네요.
얇고 가벼운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두께는 8.6mm(제조사 공식), 1cm가 채 되지 않습니다. 키보드 독과 합쳐도 2cm 내외에 불과합니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 '울트라북' 수준이지요. 무게는 700g입니다. 아이패드가 모델별로 620~660g인 점을 감안하면 좀 더 무거운 편입니다만, 이 수치에는 함정이 있지요. 아이패드는 10인치(정확히는 9.8인치) 급 제품이지만, 엔비X2는 11인치(정확히는 11.6인치) 급 제품입니다. 1.5인치 가량 더 큰데도 불구하고 무게 차이는 얼마 나지 않는 셈입니다. 키보드 독과 함께 휴대해도 1.4kg에 불과합니다. 전원 어댑터를 더해도 1.67kg에 지나지 않습니다. HP는 동급 최경량이라고 선전하고 있는데요, 사실이니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훌륭합니다. HP는 문서작업과 인터넷을 할 경우 태블릿PC 본체만으로 10시간,키보드 독과 연결할 경우 19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고, 동영상을 감상할 경우 태블릿PC 본체만으로 7시간, 키보드 독과 결합하면 12시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주말에 집에 가져가 엔비X2의 배터리 사용시간을 확인해봤습니다.
화면 밝기를 50% 정도로 맞추고(이 상태로도 밝기가 상당합니다), 인터넷과 동영상 감상을 했습니다. 그 결과, 태블릿PC만으로 8시간 10분, 키보드 독과 결합해 15시간 30분 가량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섞어서 작업한 점을 감안하면 HP의 발언은 얼추 들어맞네요(사실 조금 모자란 것 같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죠). 윈도를 탑재한 태블릿PC의 사용시간이 이정도 수준까지 발전하다니 개인적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예전에는 노트북 배터리 사용시간이 5시간만 되도 오래간다고 좋아했는데… 기술의 발전이 무섭네요.
무소음 제품인 점도 마음에 듭니다. 엔비X2는 제품 구동 시 말 그대로 아무런 소음이 발생하지 않은 팬리스(Fanless, 프로세서의 열을 배출하기 위한 팬이 없다는 의미)다. 정숙해야 하는 도서관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죠. 무소음 제품을 원하는 사용자라면 엔비X2를 눈여겨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낮은 해상도와 뒤떨어지는 게임 실행 능력은 아쉬워…
분명 엔비X2는 뛰어난 제품이지만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화면 해상도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엔비X2는 해상도 1,366x768(화면비 16:9)의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채택했습니다. 광시야각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점은 마음에 듭니다. 전후좌우 어디에서 쳐다봐도 왜곡 없이 색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해상도가 최근 추세인 고해상도와 조금 동떨어져 있네요.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고해상도 태블릿PC,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풀HD(1,920x1,080)를 채택했으면 좀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토로해 봅니다. 참고로 윈도8부터는 고해상도 DPI(Dot Per Inch)를 지원하기에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글씨나 이미지가 한층 선명해집니다(기존 윈도7까지는 해상도를 올리면 글씨와 이미지가 작아지면서 한 화면에 나타나는 정보량이 늘어났습니다). '윈도8 스타일 UI'에서 확 '티'가 나죠.
게임 실행 능력은… 음 솔직히 처참합니다. 그냥 이야기를 안 하는 편이 더 나을 듯도 해요. 엔비X2에는 'SGX545'라는 그래픽 프로세서를 내장했습니다. 처음 들어보시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사용되는 그래픽 프로세서와 비슷한 수준의 제품입니다. 성능이 조금 더 뛰어나긴 합니다만, PC용 게임을 원활히 실행하기에는 한참 모자랍니다. '아키에이지', '블레이드앤소울' 등 최신 온라인 게임은 아예 실행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정도를 간신히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간헐적으로 화면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게임 실행 능력은 기대하지 마세요.
전원 어댑터도 조금 아쉽습니다. 분명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리하지만, 태블릿PC나 스마트폰 충전기만큼 작고 가볍지는 않네요. 조금 더 작고 편리하게 만들었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말입니다. 후속 제품에선 개선하길 바래요.
내부 저장공간 64GB 가운데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46.2GB에 불과한 점도 아쉽습니다. 윈도8 복구 영역에 11.1GB를 할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이크로 SD카드나 외장 하드로 용량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엔비X2의 가격은 현재(2013년 3월 4일 기준) 88만 원입니다. 경쟁 태블릿PC의 64GB 모델보다 조금 더 비싼 수준입니다. 게다가 키보드 독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가격이네요.
지금까지 엔비X2가 어떤 제품인지 대략적으로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가치는 '어떤 제품인가'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 제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로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이어 2부 리뷰를 통해 엔비X2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제품인지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