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저렴하게 보고, 추천도 받자! 교보문고 'sam'

안수영 syahn@itdonga.com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이용자가 늘어나며 전자책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전체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는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전자책 가격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전자책으로 변환된 책 종 수가 전체 책의 15.3%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책을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급변하는 시대와 바쁜 일상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독자에게 꼭 맞는 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어디 없을까.

이에 교보문고가 저렴한 가격에 전자책을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인 'sam(샘)'을 선보인다고 20일 밝혔다. sam은 마치 휴대폰을 구입하는 것처럼, 약정 기간(1년/2년) 동안 요금을 내면 전자책과 전자책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정액 서비스다. 또한 각 독자에게 알맞은 책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기능도 갖췄다.

전자책을 저렴하게 보는 방법, sam

sam은 약정 기간과 매달 읽을 책의 수에 따라 6가지 요금제 중에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우선 약정 기간은 전자책만 보는 것은 1년, 전자책과 전자책 단말기 'sam'을 함께 이용하는 것은 2년이다. 참고로 전자책은 전자책 단말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월 이용 권수는 5, 7, 12권이며, 12권은 가족끼리 책을 공유해 읽을 수 있는 서비스다. sam 서비스를 통해 받은 책은 최대 6개월까지 읽을 수 있다. 소장하고자 하는 도서가 있다면, 추가 가격을 더 내고 소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관계자는 "추가 금액을 더 내더라도 그냥 전자책을 구매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 추가 금액은 해당 콘텐츠에 따라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전자책과 전자책 단말기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 24개월 약정 기간이 끝나면 전자책 단말기는 고객 소유가 된다. 요금제 가입 시 독자가 부담하는 단말기 가격은 9만 6,000원이며, 전자책 단말기만 별도로 14만 6,300원에 구매할 수도 있다. 가족끼리 사용하기 위해 전자책 단말기를 추가 구매할 경우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편, sam 서비스에는 약정 기간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중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내야 한다. 위약금은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단말기에 대한 잔여 할부금이 있다. 또한 sam은 회원제를 통해 전자책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 해지 시 콘텐츠에 대한 위약금도 함께 발생한다. 위약금은 (전자책 정가 기준의 할인 사용 금액 X 사용 월수) + (전자책 단말기 정가 − 납입한 전자책 단말기 금액의 총액)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sam 서비스는 기존에 전자책을 단권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약 30~50% 가량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보통 전자책 1권 가격은 7,000~8,000원이지만, sam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가격은 약 3,000원 선이다. 사실 상당수의 독자들이 한 번 보았던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경우가 드물다. 대개는 한 번 보고 다시 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책을 여러 번 보지 않는 독자라면, 저렴한 가격에 일정 기간 동안 책을 구독하는 sam 서비스에 만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am 서비스로 구독할 수 있는 전자책의 수는 약 1만 4,000종(1만 7,000권)에 불과하다. 출판사가 sam에 공급하기로 한 콘텐츠가 매우 적은 것. 이에 대해 교보문고는 올해 말 3만 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판매 촉진 측면에서 서적 종 수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퍼브(5개 서점사, 4개 출판사, 언론사가 공동 출자한 회사) 김병희 이사에 따르면, 독자들이 충분히 즐길 만한 수준이 되려면 전자책 콘텐츠가 대략 30만 종은 있어야 한다. 실제로 종이책 판매를 보더라도 일주일 동안 약 10만 종의 책이 팔린다고 한다.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위주로 보는 독자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라면 불편을 겪을 수도 있겠다.

sam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적합한 책을 찾아주고 권해주는 '큐레이션' 기능도 제공한다. '샘통' 서비스를 통해 교보문고 MD, 분야별 전문가, 작가 등 전문가들이 독자에게 알맞은 전자책을 직접 추천해 준다. 또한 일반 독자들도 직접 전자책을 추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책 선택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의 독서 취향이나 활동을 자동으로 분석해, 독서 패턴을 알려주는 '독서노트' 서비스도 있다. 독서노트를 활용한다면 좀 더 합리적인 독서 습관을 기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교보문고 측은 "전자책 단말기에도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슬림한 디자인, 가벼운 무게, 완충 시 최대 6주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본문 검색/사전/하이라이트/메모 기능, SNS 연동 등의 기능은 경쟁사 제품과 유사하다. 다만 액정 파손율을 줄이기 위해 강화 유리를 채용했으며, 해상도 및 터치 반응 속도에 집중해 편안하게 독서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제로 현장에서 단말기를 만져보니, 전반적인 성능도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sam 서비스는 인터넷교보문고(www.kyobobook.co.kr) 또는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된 ‘샘존’에서 가입할 수 있다.

취지는 좋지만… 출판 생태계 괜찮을까?

교보문고가 야심차게 내놓은 sam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저렴하게 전자책을 볼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기존에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이들을 끌어들여 독서 인구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이번 행사에서 교보문고는 "sam 서비스의 타겟층은 학생, 직장인, 여성이며, 그 동안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잠재 독자들에게 어필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전자책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이로 인해 출판업계가 위축될 것이 우려된다. 한국출판인회의(출판 문화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는 "교보문고의 회원제 서비스가 무한 가격 할인 경쟁을 촉발해 출판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라고 우려하며 지난 29일 성명서를 냈다(http://bit.ly/VIY4gt). 최근 각 서점사는 높은 할인을 통해 도서를 판매하고 있다. 출판사들이 도서를 유통업체에 넘길 때 매기는 가격을 공급률이라고 하는데, 사실 서점사가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공급률을 낮췄기 때문이다. 출판업계는 "공급률이 낮아지면 출판사는 이익을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출판사는 위기에 벗어나기 위해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도서를 위주로 출판을 진행할 수 있고, 그러면 학술/문예 분야의 서적 출판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도서정가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해 교보문고 관계자는 "sam 서비스 출시 이전부터 출판사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재 sam 서비스에 동참하기로 한 업체는 약 230여 곳이며, sam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이다 보니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기존의 전자책 서비스와 양립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sam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운영되어야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 유통사, 출판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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