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안되는 아이폰? 아이팟은 MP3 플레이어다!
애플이 지난 2012년 9월 12일(현지시간) 아이폰5와 함께 새로운 아이팟 터치(5세대)와 나노(7세대)를 공개했다. 두 제품 모두 디자인과 기능을 일신했다. 비록 MP3 플레이어 시장이 스마트폰에 밀려 축소되는 추세라고 할지라도, 새로운 아이팟 터치와 나노는 다양한 부가기능을 바탕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 전망이다.
더 커지고 더 빨라진 아이팟 터치 5세대
애플이 새롭게 공개한 아이팟 터치는 5세대 제품이다. 기존 4세대 제품에서 많은 것이 변경됐다. 먼저 크기가 커진 화면이 눈에 띈다. 예전에는 3.5인치 크기에 불과했으나, 이제 4인치로 한층 커졌다. 이에 따라 해상도도 960x640에서 1,136x640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화면이 커지면 화면의 선명함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이팟 터치 5세대는 다르다. 예전 화면과 동일한 수준의 선명함을 보여준다. 크기는 늘리되 기존의 장점은 고스란히 취한 셈이다. 여기서 언급한 '선명함'이란 화면이 늘어나면서 흐릿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디스플레이 패널도 한층 개선됐다. 아이팟 터치 5세대는 시야각 178도에 달하는광시야각 IPS 패널을 탑재했다. 이 때문에 화면을 위에서 내려보든 아래에서 올려보든 그대로 보인다(색상이 유지된다). 예전 제품은 시야각이 160도에 불과해, 화면 정면에서 시선을 조금만 옮겨도 색상이 여지없이 왜곡됐다. 즉, 기존 아이팟 터치의 주요 불만 사항을 해결한 것이다.
성능은 2배 이상 향상됐다. 아이팟 터치 5세대는 아이폰4S에 사용된 A5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내장했다. 따라서 아이폰4S에 버금가는 성능으로 개선됐다. 아이폰4S는 빠른 웹서핑 속도와 뛰어난 게임 실행능력을 호평 받은 바 있다. 아이팟 터치 4세대가 A4 싱글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카메라가 강화된 점도 눈에 띈다. 후면 5백만 화소의 '아이사이트(iSight)' 카메라를 내장해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페이스타임이나 셀프카메라 등에 활용되는 전면 카메라는 120만 화소다.이전 제품의 후면 카메라는 100만 화소가 채 되지 않았으며, 초점을 잡아주는 AF(Auto Focus) 기능도 없었다.
외장 재질도 이전 제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변했다. 아이팟 터치는 흠집이 나기 쉬운 스테인리스 재질이었다. 그러나 아이팟 터치 5세대는 맥북, 아이패드 등에 적용된 알루미늄 유니바디(금형을 통째로 찍어내는 공법)를 채택했다. 알루미늄 유니바디는 그 튼튼한 내구성 때문에 호평 받은 바 있다.
색상도 다채롭다. 예전에는 검은색, 흰색 두 가지였으나, 이제는 빨간색, 파란색 등 5가지 색상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이왕 색상을 다양하게 늘린 거 2가지 색상을 더해 무지개를 완성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액세서리가 추가된 점도 흥미롭다. 아이팟 터치 5세대의 후면 왼쪽 하단에는 아이팟 터치 루프를 걸 수 있는 고리가 있다. 아이팟 터치 루프는 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액세서리로, 간단히 말해 가죽 끈이다. 스마트 커버에 이은 또 하나의 공식 액세서리다.
이어셋도 변경됐다. 기존 이어버드 대신 '이어팟(EarPods)'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이어셋을 함께 제공한다. 이어팟의 형태는 참 특이하다. 애플은 "이어팟은 사람의 귀를 본 따 만든 헤드폰이라 그 어떤 이어셋보다 더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라며, "격렬한 운동을 해도 귀에서 빠지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커넥터도 기존 30핀에서 '라이트닝'으로 변경됐다. 라이트닝이란, 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8핀 커넥터로 기존 30핀 커넥터보다 크기가 작고 앞뒤 구분 없이 꽂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30핀 커넥터와 아이팟 터치 5세대를 연결하려면 4만 원에 이르는 '라이트닝-30핀 어댑터'를이용해야 한다. 아이팟 터치 5세대에는 기본 제공하지 않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운영체제는 아이폰5와 동일한 iOS6다. 따라서 70만 개에 이르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대다수를 실행할 수 있다. 70만 개의 앱 가운데 게임 수가 가장 많은 만큼 아이팟 터치 5세대는 휴대용 게임기로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상당히 높게 책정된 가격은 아쉽다. 가장 저렴한 32GB 모델이 39만 9,000원이고, 64GB 모델은 54만 9,000원이다. MP3뿐만 아니라 앱도 실행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가격이 높은 편. 게다가 저렴한 8GB 모델이 사라져 선택의 폭은 한층 좁아졌다.
더 이상 손목 시계로 쓸 수 없습니다, 아이팟 나노 7세대
애플은 이번 발표에서 아이폰5, 아이팟 터치 5세대와 함께 아이팟 나노 7세대도 함께 공개했다. 아이팟 나노는iOS를 사용하지 않는 소형 MP3 플레이어다. MP3 재생 기능뿐만 아니라 동영상 재생, 나이키+ 연동, 팟캐스트 감상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참고로 나이키+란, 나이키와 연동해 사용자가 얼마나 운동했는지 알려주는 기능이다.
아이팟 나노 7세대는 기존에 없던 홈버튼을 추가했다. 또한 정사각형에서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때문에 더 이상 손목시계로 활용할 수 없다. 2.5인치(해상도 240x432)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저장공간은 16GB다.
아이팟 터치 5세대와 마찬가지로 이어팟 이어셋을 제공하며, 라이트팅 커넥터로 PC와 연결할 수 있다. 가격은 19만 9,000원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