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_피지컬AI] 속도 붙는 로봇 데이터·운영체제 생태계 확보 경쟁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꿨다면, 피지컬 AI(실물 인공지능)는 세상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는 온라인상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고 창의적인 활동을 가능케 하지만, 피지컬 AI는 산업현장부터 일상환경, 재해극복까지 사람이 하기 어려운 영역을 폭넓게 풀어낼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기술 기업들이 피지컬 AI 경쟁에 뛰어들었고,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이어진다. [위클리_피지컬AI]는 지난 한 주간 주목받은 기술 기업 소식과 연구 성과를 다루고자 한다.

로봇 OS 판매로 생태계 구축하려는 생추어리 AI

캐나다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생추어리 AI(Sanctuary AI)가 2026년 8월 29일, 로봇 운영체제 카본(Carbon)을 외부에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하드웨어가 상용화 수준에 오르길 기다리는 대신,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산업용 로봇에 피지컬 AI를 얹어 가치를 만들어내겠다는 판단에서다. 생추어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만드는 종합 로보틱스 기업이지만, 카본 판매를 통해 로봇 운영체제 생태계 확장까지 노리는 구상을 세웠다.

생추어리 AI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뚜렷한 성과가 자리한다. 생추어리 AI는 글로벌 1차 자동차 부품 공급사 라인에서 움직이는 목표물에 유연한 전선 커넥터를 꽂는 까다로운 작업을, 자사 로봇 손과 카본 소프트웨어만으로 처리했다. 40분 동안 313차례 작업을 시도한 결과 성공률은 99.5%를 넘겼고, 사이클 타임은 2.54초로 고객사 기존 생산라인 성능에 견줄 만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카본 운영체제가 적용된 로봇 손만으로 구현한 결과다.

생추어리 AI가 로봇 운영체제인 카본을 외부에 판매한다 / 출처=생추어리 AI
생추어리 AI가 로봇 운영체제인 카본을 외부에 판매한다 / 출처=생추어리 AI

하지만 피규어 AI가 연간 최대 1만 2000대 규모의 휴머노이드를 찍어낼 공장 봇큐(BotQ)를 가동 중인 것과 달리, 생추어리 AI는 하드웨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그래서 운영체제를 외부에 판매하고 학습 데이터를 쌓아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계도 뒤따른다. 생추어리 AI는 테스트를 진행한 자동차 부품사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고, 카본을 피닉스와 별도 상품으로 판매할 때의 가격 정책도 밝히지 않았다. 카본 운영체제가 다른 로봇 플랫폼에서도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을지 역시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전선 커넥터를 꽂는 작업에서 얻은 결과가 인상적인 건 맞지만, 그 자체로 사업 모델이 되기엔 이르다는 냉정한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다. 그럼에도 카본 운영체제가 기존 자동화 기술로는 풀지 못했던 영역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생추어리 AI의 판매 전략은 눈여겨볼 만하다.

로봇 학습 데이터를 사고파는 매장 구축한 키네틱 블록스

2026년 9월 1일, 노르웨이 피지컬 AI 스타트업 키네틱 블록스(Kinetic Blocks)가 휴머노이드 학습 데이터를 사고파는 마켓플레이스를 비공개 베타로 열었다. 그동안 로봇 학습에 필요한 시연 영상이나 원격조작 데이터는 거래 자체가 어려웠다.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을 일일이 수소문해 가격과 사용 범위를 협상하고, 권리 문제를 확인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기 때문이다. 키네틱 블록스는 이 과정을 온라인 장터에서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듯 간단한 절차로 압축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키네틱 블록스는 피지컬 AI 데이터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 출처=키네틱 블록스
키네틱 블록스는 피지컬 AI 데이터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 출처=키네틱 블록스

거래 방식은 간단하다. 데이터를 판매하려는 쪽은 1인칭 시점 인간 영상, 원격조작 기록, 로봇 실행 데이터 등을 개방형 표준 규격인 르로봇(LeRobot) 혹은 자체 포맷으로 업로드하면서, 데이터 출처를 증빙하는 서류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모든 데이터셋은 회사가 자체 개발한 품질 평가 체계인 KBQS 등급을 부여받는다. 구매자마다 제각각의 품질 기준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도록 하려는 장치다. 가격은 판매자가 직접 정하고, 플랫폼은 일정 수수료를 가져간다. 구매자는 결제와 동시에 상업적 이용 권리까지 확보하게 된다.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권리 관계부터 매듭짓는 구조인 셈이다. 피규어 AI가 공개한 피지컬 AI 데이터 매매 앱, 인덱스와 닮은꼴이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서비스는 누구나 참여할 수 없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계정 심사를 거쳐야 하며, 회사 측은 라이선스 가능한 데이터를 보유했거나 모델을 훈련 중인 팀으로 참여 대상을 제한했다.

키네틱 블록스의 행보는 피지컬 AI 업계 전반이 겪는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피지컬 AI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으나, 로봇을 학습시킬 실제 세계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한 탓이다. 피규어처럼 데이터를 직접 대량으로 사들이는 방식과, 키네틱 블록스처럼 여러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장터를 여는 방식은 결국 같은 병목을 다른 각도에서 풀려는 시도인 셈이다.

로봇이 고난도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콘스점프

개와 늑대, 고양이 등 네발짐승은 전속력으로 달리다가도 좁은 틈을 만나면 망설임 없이 뛰어넘는다. 도약 지점을 순간적으로 판단한 후 몸을 접어 넣고, 착지와 동시에 다시 달려 나가는 동작을 해낼 수 있어서다. 하지만 로봇에게 네발짐승의 이런 움직임을 그대로 옮기는 일은 피지컬 AI 업계의 난제로 꼽혀왔다. 홍콩대학교(HKU) 적응형 로봇제어연구실(ArcLab)과 영국 옥스퍼드 로보틱스 연구소가 손잡고 내놓은 콘스점프(ConsJump)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해법은 두 개로 나뉜 계층적 강화학습 구조다. 먼저 저수준 제어기는 실제 동물의 모션 캡처 데이터를 모방하는 학습을 거쳐, 걷기부터 질주, 도약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동작을 하나로 연결된 기술 공간으로 확보한다.

이 공간 안에서는 느린 걸음과 빠른 질주, 강력한 도약 사이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몇 가지 정해진 동작 사이를 딱딱하게 오가는 방식이 아니라, 연속적인 스펙트럼 위를 매끄럽게 이동하는 방식에 가깝다.

콘스점프 연구진은 저수준·고수준 정책을 구분해 로봇 움직임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 출처=콘스점프 논문
콘스점프 연구진은 저수준·고수준 정책을 구분해 로봇 움직임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 출처=콘스점프 논문

고수준 제어기는 저수준 정책이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파악한 상태에서, 시각 기반으로 감지한 문틈 정보를 바탕으로 충돌 없는 이동 경로와 적절한 동작 조합을 실시간으로 결정한다. 구체적으로는 초당 10회 빈도로 RGB-D 카메라(색상과 깊이를 처리하는 카메라) 영상을 처리해, 관절 하나하나를 직접 제어하는 대신 전진 속도와 회전 속도라는 두 가지 값만 출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세세한 동작 하나하나를 관제탑처럼 지시하는 대신, 방향과 속도라는 큰 그림만 던져주고 나머지는 저수준 제어기가 알아서 채우도록 역할을 나눈 셈이다.

연구진은 이 작동구조를 22kg급 사족보행 로봇인 유니트리 알리엔고(Aliengo)에 이식해 검증했다. 고수준 제어기는 약 6시간의 훈련만으로 완성됐다고 한다. 실제 시험에서 로봇은 문틈을 향해 가속하고, 도약 순간 다리를 접어 프레임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통과시킨 뒤, 착지와 동시에 달리기를 이어갔다.

문의 위치가 예고 없이 바뀌어도 로봇은 경로를 스스로 수정해 대응했다. 문이 높은 곳에 있을 때는 더 긴 조준 거리를 두고 관절을 더 깊이 접었고, 문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을 때는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식으로 움직임을 조절했다. 발끝이 문틀 모서리를 스스로 피해가는 궤적은 연구진이 미리 지시한 결과가 아니라, 제어기가 학습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찾아낸 해법이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 연구가 특별한 건, 로봇이 지상을 걷는 것부터 정밀한 통과 동작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낸 사례라는 점이다. 생물학적 개체가 지닌 민첩성의 수준까지 다리 달린 로봇의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콘스점프 작동구조가 도약 이외의 다른 고난도 동적 과제에도 확장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물류창고의 좁은 선반 사이나 붕괴된 건물의 파편 더미 등 복잡한 현실 공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수록, 콘스점프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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