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 효율 개선” 구글 터보퀀트, AI 산업 어떻게 바꿀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AI가 장문의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서 AI 메모리 부담도 증가했다 / 출처=셔터스톡
AI가 장문의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서 AI 메모리 부담도 증가했다 / 출처=셔터스톡

[IT동아 강형석 기자] 거대언어모델(LLM)은 맥락(Context)과의 싸움이다. 초기에는 수천 단어 정도만 이해하던 수준에서, 이제 수백만 단어를 한 번에 소화하는 긴 맥락(Long-Context)의 시대로 넘어왔다. 그런데 AI가 정확한 답변을 내놓으려면 데이터가 풍부해야 한다. 문제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처리 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결국 AI 서비스 기업의 운영 비용 상승과 성능 저하로 귀결된다.

구글이 이 난제에 해답을 제안했다. 2026년 3월 24일(미국 기준), '터보퀀트: 극한의 압축으로 AI 효율을 재정의한다(TurboQuant: Redefining AI efficiency with extreme compression)'라는 제목의 연구 문서를 공개한 것이다.

구글이 선보인 터보퀀트는 AI가 맥락을 이해하는 데 쓰는 KV 캐시(Key-Value Cache) 용량을 대폭 줄이면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한 알고리듬이다. 입력 벡터를 무작위로 회전시키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확률 분포를 활용해 아주 적은 비트로 데이터를 표현한다. 설계 배경에는 AI 장비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데이터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터보퀀트는 AI 데이터 저장 효율 높여주는 양자화 압축 알고리듬

터보퀀트(TurboQuant)는 구글 리서치가 공개한 벡터 양자화(Vector Quantization) 알고리듬이다. 딥러닝·인공지능 분야 학술대회인 ICLR 2026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폴라퀀트(PolarQuant)와 양자화된 존슨-린덴슈트라우스(QJL, Quantized Johnson-Lindenstrauss) 등과 조합해 AI 데이터 압축에 활용된다. 목표는 AI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GPU 내 메모리에 저장해두는 KV 캐시를 가능한 한 작게 만들되, 압축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는 수학적으로 최소화하는 것이다.

AI 모델은 새 단어가 추가될 때마다 저장된 키(K)와 밸류(V) 값을 가져와 새 값을 추가한다. 그 과정에서 KV 캐시를 활용한다 / 출처=구글
AI 모델은 새 단어가 추가될 때마다 저장된 키(K)와 밸류(V) 값을 가져와 새 값을 추가한다. 그 과정에서 KV 캐시를 활용한다 / 출처=구글

AI는 입력된 모든 단어(토큰)에 대해 쿼리(Query, Q)·키(Key, K)·밸류(Value, V)라는 세 가지 벡터를 계산한다. 새로운 단어를 예측할 때마다 현재의 쿼리 벡터가 과거의 모든 키 벡터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따지고, 유사도에 따라 밸류 벡터들을 가중 합산해 다음 단어를 결정한다. 이 데이터의 집합이 KV 캐시다.

문제는 대화가 길어질수록 저장해야 할 K·V 벡터의 양도 비례해 늘어난다는 것이다. 메모리 안에 K와 V 데이터를 반드시 남겨두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80억 개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에서 3만 2000토큰(약 2만 4000단어)의 문맥을 처리하면, KV 캐시만으로도 4.6GB의 메모리를 차지한다.

KV 캐시 데이터는 16비트 부동소수점(FP16)으로 처리된다. 숫자 하나를 표현하는 데 16개의 비트를 쓰는 방식이다. 터보퀀트는 이 16비트 데이터를 4비트나 3비트 등 더 적은 비트로 압축한다.

다만 무작정 데이터를 압축하면 정보가 왜곡되어 AI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그래서 기존 압축 방식들은 왜곡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 블록마다 스케일(Scale)이나 제로 포인트(Zero Point) 등 보조 정보를 함께 저장해야 했다. 이 보조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커, 실제 압축 효율을 갉아먹는 것이 문제였다.

폴라퀀트는 고효율 압축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한다 / 출처=구글
폴라퀀트는 고효율 압축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한다 / 출처=구글

터보퀀트는 이 구조적 한계를 수학적 기교로 돌파했다. 첫 번째 접근은 무작위 회전(Random Rotation)을 활용한 폴라퀀트다. 고차원 공간에 흩어진 데이터를 무작위로 회전시키면, 각 좌표값들이 특정 확률 분포(베타 분포 또는 가우시안 분포)를 따르게 된다는 수학적 원리를 이용했다. 데이터 형태를 예측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두면, 복잡한 보조 정보 없이도 효율적으로 정수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잔차 양자화(Residual Quantization)와 QJL(Quantized Johnson-Lindenstrauss) 변환의 결합이다. 잔차 양자화는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압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잔차)를 1비트 단위로 세밀하게 잡아낸다. QJL 변환은 AI 모델 성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내적 계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편향(Bias) 없이 설계된 수학적 방식이다. 두 방식을 결합하면 데이터를 2.5비트~3.5비트 수준으로 줄여도 16비트 정밀도와 거의 차이가 없는 결과물이 나온다.

정리하자면 터보퀀트는 핵심 특징만 추려낸 정교한 요약본을 만드는 알고리듬이다. 이 요약본이 너무 정교해, 나중에 다시 펼쳤을 때 원본의 의도를 완벽히 재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전 학습이나 별도의 튜닝 없이 실시간 적용이 가능한 데이터 독립적(Data-oblivious) 특성 덕분에 끊임없이 새로운 토큰이 생성되는 LLM 처리 환경에 유리하다.

AI 데이터 효율 좋아져도 메모리 반도체는 “많은 게 최고”

터보퀀트 기술이 공개되자 AI 반도체 시장이 흔들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AI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AI 추론에 필요한 메모리가 줄면 칩 수요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진 탓이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터보퀀트는 AI 학습 단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구조다. LLM이나 AI 모델을 구축하려면 결국 GPU 내 대용량 메모리가 필수이므로, 고성능 메모리 제품 위주로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 효율이 개선되어도 AI 반도체 수요는 줄지 않을 전망이다 / 출처=IT동아
데이터 효율이 개선되어도 AI 반도체 수요는 줄지 않을 전망이다 / 출처=IT동아

단위 성능당 비용도 따져볼 만하다. HBM을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터보퀀트는 동일한 비용으로 5배 더 강력한 AI 서비스를 구현하게 해준다. 같은 하드웨어에서 4배~8배 긴 맥락이나 대용량 배치 파일 처리도 가능해진다. 전체 메모리 필요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구조인 셈이다.

데이터 처리 속도 문제가 해소된다면 온-디바이스 AI 시장에도 새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온-디바이스 AI의 가장 큰 걸림돌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부족한 메모리 용량이다. 터보퀀트가 이 장벽을 낮춰준다면 모바일 기기에서도 고성능 AI를 활용할 길이 열린다. 저전력 DDR 메모리(LPDDR) 수요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어, 클라우드 서버에 집중됐던 메모리 수요가 전 세계 개인 기기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AI 혁신 가능성 열었지만, 해결 과제도 존재해

터보퀀트의 차별점은 이론적 한계에 근접한 압축 효율이다. 구글 리서치팀은 터보퀀트가 달성한 왜곡률이 정보 이론에서 제시하는 하한선(Lower Bound) 대비 2.7배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술로 도달 가능한 최상위 수준의 효율성이다. 긴 문서 속에서 아주 작은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 역시 원본 모델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산 최적화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터보퀀트는 GPU의 병렬 처리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의 복잡한 알고리듬들이 데이터 검색·복구 과정에서 시간을 잡아먹었다면, 터보퀀트는 단순한 행렬 곱셈 위주로 작동해 지연 시간을 최소화했다. 구글 리서치팀에 따르면 터보퀀트를 적용했을 때 메모리 용량은 5배 이상 줄면서도 토큰 생성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거나 유지됐다.

AI 추론 측면에서도 변화가 기대된다. 현재 AI 산업의 관심사는 언어모델 자체보다 서비스 적용 범위의 확대다. AI 에이전트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창작과 생산성 향상에도 적극 활용되는 흐름이다. 같은 메모리로 더 많은 데이터를 소화한다면, AI 서비스의 질적 도약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터보퀀트 알고리듬 적용이 확대되면 AI 효율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 출처=셔터스톡
터보퀀트 알고리듬 적용이 확대되면 AI 효율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 출처=셔터스톡

검색증강생성(RAG)과 벡터 데이터베이스의 병목을 해소할 가능성도 열린다. 터보퀀트는 KV 캐시 압축 외에도 데이터 의존적 전처리가 필요 없고, 인덱싱 시간이 사실상 0에 가깝다. 방대한 문서를 실시간으로 검색하는 AI 서비스에서 인덱싱 과정을 대폭 줄이면서도 검색 정확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검색 기반 AI 서비스의 비용 구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점도 있다. 터보퀀트는 연산이 복잡하다. 양자화 전후로 무작위 회전 행렬을 곱하는 과정에는 추가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저성능 엣지(Edge) 장비나 초저전력 환경에서는 부담이 따른다. 수학적 평균 왜곡은 낮더라도, 특수한 연산이나 이상치(Outlier)가 많은 데이터셋에서는 예기치 않은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터보퀀트가 제안하는 비정수 단위(2.5비트) 양자화는 실제 하드웨어 구현 시 데이터 압축(Packing)과 압축 해제(Unpacking)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복잡도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 결국 터보퀀트의 최적화 알고리듬을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적용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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