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킨들파이어HD, 국내 전자책 시장은?

아이폰, 아이패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애플의 무서운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폰과 아이패드 기기 자체의 디자인과 기본성능, 기능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 중심에 서 있는 '앱스토어' 가 없다면 어땠을까? 단순히 모바일 기기라는 하드웨어 하나만으로 오랜 기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해당 기기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이제 필수 요소다. 그리고 그 앱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수는 약 66만 개이다. 이 중 아이패드 전용 앱은 22만 5,000개 정도. 앱 개발자들은 아이폰, 아이패드에 맞춰 앱을 개발하고 애플은 심사를 거쳐 해당 앱을 앱 스토어에 올린다. 사용자는 요금을 내고 자신에게 유용한 앱을 검색해 내려받아 사용한다. 사용자가 낸 요금의 일부는 앱 개발자에게 돌아간다. 이렇게 정착한 애플의 선순환 구조 모바일 생태계는 실제 여러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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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순환구조가 비단 앱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스마트폰, 태블릿PC는 앱만 소비하는 기기가 아니다. 음악, 동영상, 전자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화한다. 애플은 미국 내 시장에서 음악은 '아이튠즈', 전자책은 '아이북스' 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창구를 열어놨다. 다만, 국내 실정상 애플은 해당 서비스를 국내에서 일부만 제공하고 있다.

전자책 리더기와 전자책

2012년 9월 6일(현지시간), 전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은 이전 제품보다 한단계 성능을 강화한 태블릿PC '킨들파이어 HD'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자체 전자책 리더기인 '킨들' 을 선보인 것이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이날 아마존이 발표한 킨들 파이어 HD는 8.9인치 크기의 해상도 1,920x1,200의 화면, 32GB 메모리(저장공간), 전면 카메라 등을 탑재하고 499달러에 내놨다. LTE 이동통신도 지원한다. 또한 16GB 모델은 299달러, 7인치 화면 크기 제품은 199달러에 출시했다. 이전 제품도 배터리 사용 시간 등을 향상하면서 가격을 낮춰 선보였다. 199달러 제품을 159달러로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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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양의 전자책 콘텐츠에 기인한다. 애플의 앱스토어에 등록된 66만 개의 앱이 아이폰, 아이패드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 CEO가 "사용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이 아니라 제품을 이용하고 콘텐츠를 내려받을 때 수익이 발생한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자책 리더기 역할을 하는 태블릿PC 킨들파이어 HD를 싼 가격에 공급해 저변을 넓히면, 장기적으로 볼 때 수익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략이다. 통 큰 배짱이자, 과감한 결단이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미국 내 아마존의 이러한 시장 전략과 비교해 볼 때, 국내 전자책 시장은 아직도 발걸음 단계다. 아마존이 인터넷 서점의 위치에서 전자책 리더기까지 갖춘 플랫폼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아직 인터넷 서점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용 앱을 출시하는 등 나름의 대처를 해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틀은 실제 책을 유통하는데 맞춰져 있다.

사실 아마존의 위와 같은 행보는 미국 내 시장 변화의 흐름을 따른 것이다. 지난 2011년 2월 아마존은 분기 실적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전자책이 종이책 판매를 앞섰다" 라며,"종이책이 100권이 팔릴 때, 전자책은 11권이 팔린다" 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체 큰 흐름이 전자책 유통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자체 전자책 리더기까지 갖춘 플랫폼을 확보하는데 아마존은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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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이와 같은 유통 구조가 아니다. 한 국내 인터넷서점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시장이 매년 200~300% 가까이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규모와 비교했을 때는 5% 이하 정도로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들고 다니는 책이 대세다.

전자책 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없지는 않다. 지난 2011년 11월 22일,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교보문고는 자체 전자책 리더기 '교보 e리더(KYOBO eReader)'를 출시한 바 있다. 이보다 먼저, 2010년 3월 24일, 인터파크가 전자책 리더기 '비스킷(Biscuit)'을 출시하기도 했다. 2009년 9월 15일, 전자책 법인인 ㈜한국이퍼브(예스24, 알라딘, 리브로, 영풍 문고, 반디앤 루니스, 한길사, 비룡소, 북21, 북센 등의 관련 업계들이 출자한 공동 법인)가 출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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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아마존 킨들을 꿈꾼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책 리더기나 태블릿PC가 없어서? 이는 핑계다. 그동안 삼성전자 외 중소업체에서 내놓은 전자책 단말기가 수십 종이다. 성능도 나쁘지 않았다. 아이패드,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PC도 여러 기종이 출시되었다. 문제는 콘텐츠에 있다. 각 대형 서점과 출판사들 그리고 인터넷 서점간 얽히고 설킨 관계는 하나의 전자책 리더기에서 보고 싶은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수가 없었다.

최근 지금까지 조용하던 한국이퍼브에서 공동으로 전자책 리더기 '크레마 터치' 를 선보였다. 가장 큰 특징은 광학식 터치 방식으로 손으로 화면을 터치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예스24, 알라딘, 반디앤 루니스, 대교 리브로, 영풍문고, 대교북스 등에서 공동으로 제공한다. 국내 전자도서관도 이용할 수 있다. 판매처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10만~12만 원선의 출시 가격도 이전 전자책 리더기와 비교해 저렴한 편이다. 오는 9월 10일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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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씩 넘기며 종이책을 읽는 것이 아직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LP와 카세트 테이프, CD는 어느새 추억이 됐고, MP3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 뻔하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마존처럼 전자책 자체 즉, '콘텐츠' 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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