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거래소 지분 규제 “시장 안정과 무관, 재검토 필요”
[IT동아 한만혁 기자]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주요 쟁점에 대해 금융당국과 업계, 학계, 법조계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탓이다. 대표적인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은행이 50%+1주를 보유해야 한다는 지분 규제와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소유 지분 제한 규제다. 금융당국은 시장 건전성 확보와 이용자 보호를 명분으로 이들 규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위헌 가능성과 혁신 위축,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디지털자산정책포럼이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과 공동으로 개최한 ‘2026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도 해당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회는 두 쟁점의 법적 타당성과 산업 혁신에 미치는 영향, 국가경쟁력 측면을 종합 점검하고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테이블코인 안정성, 발행 주체 지분 구조와 무관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혁신 관점에서 본 스테이블코인 발행 은행 지분 50%+1주 룰’을 주제로 해당 규제와 스테이블코인의 상관성에 대해 전했다.
이종섭 교수는 “금융당국이 은행 50%+1주 규제를 추진하는 배경은 감독 편의성 확보, 책임 소재 명확화, 규제 집행력 강화”라고 분석했다. 해당 규제가 시행되면 은행을 통한 감독 통제가 가능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위기 발생 시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동성 지원이 용이하며,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등 기존 규제 체계를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규제는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인 안정성과는 무관하다. 이종섭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정보 비대칭성, 담보 자산 유동성 관리, 시장 신뢰를 꼽으며 은행 지분 구조 규제는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은 지분 구조가 아닌 신뢰 메커니즘과 관련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종섭 교수는 대안으로 지배구조 규제에서 신뢰 인프라 기반 규제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지배구조 규제와 기술 기반 규제를 조화시키고, 은행과 핀테크의 경제학적 협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규제로 강제된 은행 중심 지배구조 대신 필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협업 모델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위헌 논란 여지 있어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와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법적 관점에서 본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 발표했다.
최승재 교수는 “금융위원회는 거래소가 금융투자업자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고, 은행이나 한국거래소(KRX), 대체거래소(ATS)에 준하는 지배구조 규제를 적용하려 한다”라며 “시장 건전성 유지, 이용자 보호, 특정 거래소의 시장 독과점 완화, 금융 시스템으로의 리스크 전이 차단 등 규제의 목적은 이해하지만, 거래소 지분 제한 규제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가 은행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은행은 개별 은행의 부실이나 파산이 금융 시스템 전체로 확산돼 실물 경제까지 마비시킬 수 있는 반면, 거래소는 그러한 시스템적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대주주 지분 제한은 강력한 진입 규제로 기존에 형성된 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라며, 공공성을 이유로 민간 창의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의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주주의 주식을 강제 처분할 경우 실질적 재산 가치를 국가가 아무런 보상 없이 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헌법 제23조(재산권 보장)와 제37조(기본권 제한의 근거 및 한계)의 재산권보호조항,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재 교수는 “규제 필요성이 인정된다 해도 목적의 정당성이 수단의 적절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라며 “최소한의 침해로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진행하고, 해당 규제에 대한 논의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라며 “규제 필요성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재욱 변호사는 현행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406조를 통해 거래소 지분 제한의 법적 배경을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은 원칙적으로 거래소 발행 주식 총수의 5%까지만 소유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거래소 사유화 방지와 불공정 행위 예방, 공익성 확보를 위함이다.
정재욱 변호사는 “해당 규제는 시장 지배구조 형태가 회원제에서 주식회사제로 변경되면서 특정인이 거래소 지분을 과다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라며 “이 규제를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KRX의 경우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자는 금융투자 허가를 받고 회원으로 등록된 금융투자회사로 제한된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공익적 성격의 사업자로 보기 어렵고, 제도적으로 독과점이 강제되는 구조도 아니다. 이에 기존 거래소의 지분 제한 규정을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재욱 변호사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실현되면 민간기업이 새로운 사업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렵게 된다”라며 “단순히 공익성을 이유로 해당 규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그 목적과 수단이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50%+1주·지분 제한 규제, 갈라파고스 우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치권 주요 인사도 은행 50%+1주 규제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김상훈 의원은 “두 규제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전례가 없던 것”이라며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신뢰도를 낮추는 규제”라고 비판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 역시 “두 규제는 행정 편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산업이 우상향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민병덕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지급결제 인프라”라며 “글로벌 정합성과 맞지 않는 규제를 도입하면 글로벌 표준과 동떨어진 섬(갈라파고스)이 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 50%+1주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는 시장 안정이 아닌 산업 정체를 야기할 것”이라며 “이들 규제는 단순히 하나의 조항이 아니라 한국이 디지털 금융의 개척자가 될 것인지, 글로벌 표준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나라가 될 것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종인 디지털자산정책포럼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은 AI 에이전틱 이코노미 시대에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지급결제 수단이 아닌 글로벌 금융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국제적 정합성을 갖춘 혁신적 리더십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은행 50%+1주,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시장 안정성 확보나 이용자 보호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글로벌 정합성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자산 2단계 법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비롯해 디지털자산 산업 혁신의 기반을 마련할 중요한 제도다. 글로벌 경쟁력과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이용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한쪽의 입장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하는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