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봇 “AI 기반 스마트 축사 관리 플랫폼으로 축산업 탄소중립 실현할 것” [2025 고려대 초창패]
[IT동아 x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는 연구부총장 직속 스타트업 창업·보육 기관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운영합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하며 변화와 혁신을 꿈꾸는 고려대학교 소속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대한민국 농업 시장에서 축산업의 비중은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농업 생산액은 62조 7380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 중 축산업 생산액은 25조 5305억 원으로 전체 약 41%를 차지한다. 하지만 규모만큼 폐해도 크다. 가축 분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악취는 지역 사회의 갈등을 유발하고 수질 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2023년 축산환경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축분뇨 발생량 중 소(한·육우 및 젖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 내외로 배출량은 약 2200만 톤에 달한다. 하지만 인력난과 중장비에 의존하는 낡은 분뇨 처리 방식은 환경 부하를 가중시킨다.
정부는 탄소중립과 악취 저감을 목표로 축산 환경 개선 정책을 발표하고, 가축 분뇨를 고체 연료로 전환하는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축분뇨 고체연료 전환을 확대, 2030년까지 일정 물량을 고체연료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현장 농가 입장에서는 분뇨 운반과 건조에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해 고체 연료화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 스마트 축산 자동화와 바이오매스(유기성 폐자원) 연료 제조 활성화 기술을 제안한 스타트업이 있다. AI(인공지능)와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결합해 축사 분뇨 문제를 해결하려는 딥테크 스타트업, 가람봇이다. 가람봇은 어떤 방식으로 축산업 탄소중립 혁신을 꿈꾸는 것일까? 이무봉 가람봇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수질 정화 분야 전문가에서 축산 환경 개선 전문가로
이무봉 대표는 수질 정화용 수상 로봇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원격 관제 솔루션을 개발하던 기술 전문가였다. 그런데 어느 날 한우 농장을 홀로 운영하게 된 친구의 일손을 돕기 위해 축사에 방문하면서 예상치 못한 현실과 마주했다. 소의 분뇨를 처리하는 문제였다. 이무봉 대표는 “농가에서 마주친 가장 큰 골칫거리가 분뇨 처리였습니다. 냄새가 심한 데다 매번 중장비를 동원해 치워야 하니 노동력 소모가 심했죠”라고 말했다.
주변 농가들이 소 분뇨를 말려줄 기계가 절실하다고 한탄할 만큼, 젖은 깔짚(축사 바닥에 덮는 톱밥)을 건조하는 작업은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였다. 하지만 이무봉 대표는 축사 현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분뇨가 쌓여 질퍽해지기 전, 당일 배출된 분뇨를 즉시 섞어주고 건조하면 악취와 부패를 사전에 막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미 보유한 소형 자율주행 장비 기술로 충분히 타개할 만한 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가람봇을 창업했다.
이후 농장을 운영하던 친구를 팀원으로 영입해 현장 중심의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분뇨를 일회성으로 치우는 게 아니라 매일 축사 바닥을 관리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스마트 축사바닥관리 서비스'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가람봇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는 철학을 공유한다.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것은 연구실 속 첨단 기술이 아니다. 실제 농가에서 매일 고장 없이 굴러가는 직관적이고 튼튼한 로봇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처음 만든 시제품은 뿔처럼 생긴 콘 모양의 로봇이었다. 소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튼튼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소들이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았다. 힘이 좋은 소가 툭 건드리면 로봇이 뒤집혀버렸고 이 과정에서 고장도 잦아졌다. 가람봇은 소들에게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면서 깔짚을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낮고 넓적한 로봇으로 설계 방향을 정하면서 기술 보완을 진행하게 됐다.
소똥구리처럼 깔짚을 굴려 한우 축사를 관리하다
가람봇은 축사 바닥을 돌아다니며 분뇨와 깔짚을 자동으로 교반하고 통기시켜 건조 상태를 유지하는 로봇, 소똥구리 1호를 개발했다. 축사에 깔짚을 덮는 순간부터 관리가 시작되므로, 젖은 분뇨를 방치할 무렵 피어오르는 악취와 메탄가스를 최대한 차단 가능하다.
소똥구리 1호의 차별점은 깔짚퇴비축사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개발한 물 청소 기반 축사 관리 로봇은 액비 저장조나 별도의 후처리 시설을 구축해야 해 농가 부담이 크다. 반면 가람봇의 축사 관리 솔루션은 축사 내부에서 분뇨의 건조와 후처리까지 진행 가능하므로 별도 처리 시설을 지을 필요가 없다.

로봇과 축사 관리는 천장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시스템이 맡는다. 비전 AI(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분석) 및 피지컬 AI(물리 상호작용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 원격 자율주행을 제어해 오염이 심한 축사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게 이무봉 대표의 설명이다. CCTV 영상인식 기반의 원격 자율주행 제어 시스템이 로봇을 관리하고, AI 바닥 관리 시스템은 축사 바닥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교반 횟수와 운행 경로를 최적화한다. 축사 내 햇빛이 잘 드는 곳과 그늘진 곳, 바람이 통하는 곳과 막힌 곳의 건조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흙도 뒤집으면 금방 마르잖아요. 같은 방식으로 젖은 톱밥을 흔들어 흩뿌려주면 수분이 빠져나갑니다. 당일 배출되어 쌓인 분뇨를 바로 말리면 항상 처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람봇은 1개월간의 축사 현장 실증을 진행하며 깔짚이 뭉치지 않고 고운 바닥재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악취의 주원인인 암모니아와 메탄이 생성되는 혐기성 환경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셈이다. 이무봉 대표는 “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90% 이상 감축 가능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소똥구리 1호는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축사 바닥을 순회하며 그날 배출된 분뇨를 깔짚 속에 섞어준다. 깔짚에 갇혀 있던 수분이 섞이는 순간 자연적으로 증발, 바닥의 건조함을 유지시키는 방식이다. 로봇의 운행 데이터가 쌓이면 맞춤형 운영도 가능하다. 각 농가의 한우 사육두수, 사료 종류, 축사 구조에 따라 최적화된 운행 패턴을 학습하도록 설계했다.
가람봇은 소똥구리 1호에 이어 소똥구리 2호도 개발 중이다. 1호가 바닥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역할이라면, 소똥구리 2호는 충분히 건조된 분뇨와 깔짚을 수거해 바이오매스(펠릿)로 가공하는 역할이다.

현재 분뇨의 고체연료화 과정 중 걸림돌은 운반과 건조 비용이 생산 원가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가람봇은 소똥구리 1호가 깔짚과 분뇨를 건조시켜 놓으면, 소똥구리 2호가 이를 펠릿으로 만들어 수거하는 생태계를 구상했다. 바이오매스 처리를 위한 수거 과정과 별도 건조 비용이 없어 고체연료 경제성이 확보되는 구조다. 가람봇은 농가의 분뇨 처리 비용을 30%에서 50%까지 절감할 뿐만 아니라, 악취 민원을 해소하고 소의 건강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소똥구리 1호와 소똥구리 2호로 스마트 축사 관리 플랫폼이 완성되면 농가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는 게 이무봉 대표의 설명이다. 농가는 구독형 서비스로 스마트 축사 관리 플랫폼 도입 장벽을 낮추고, 가람봇은 축사에서 생산된 건조우분 펠릿을 열병합발전소에 공급해 수익을 창출한다.
보수적인 한우 농가 설득은 성장의 걸림돌
스마트 축사 관리 플랫폼을 구축한 가람봇의 고민은 수십 년간 손으로 익혀온 농민들에게 AI 로봇이라는 낯선 방식을 받아들이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한우 농가들의 스마트 축사 관리 플랫폼 도입 속도가 더디면 기업의 지속 성장도 불가능하기에 가람봇은 농가 설득에 역량을 집중한다.
가람봇은 무리한 사업 확장 대신 전략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실증 성공 사례를 축적해 서비스가 완벽히 작동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데 주력한다. 초기 도입에 따른 농가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조달청 혁신제품 및 농기계 등록 추진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축산 악취 개선 보조금을 활용하면 농가의 투자 비용을 대폭 낮추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확산 전략도 촘촘히 짰다. 세종시 연기면 및 주요 거점의 테스트베드를 중심으로 성공 사례를 구축한 뒤, 입소문을 통해 지역 단위 보급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농업 관련 벤처투자를 유치하고 대형 사료 제조기업과의 협력으로 시장 진입 속도를 앞당길 계획도 세웠다.
가람봇이 꾸준히 쌓은 성과도 농가와 투자 시장을 설득할 무기다. 2025년 국내 특허 4건 출원, PCT 국제특허 1건 출원, '축사 관리 로봇 및 이의 제어 방법'으로 특허 1건을 등록했다. 2026년 2월에는 ISO 9001(품질 경영 시스템 표준)과 ISO 14001(환경 경영 시스템) 인증도 취득했다.
정부 지원사업 선정 이력도 두텁다. 2024년 과기정통부 K-글로벌 창업멘토링, 중기부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디딤돌)을 받았다. 2025년에는 중기부 초기창업패키지 딥테크 분야 지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주관하는 '넷제로 챌린지X'에도 선정됐다. 2026년 2월에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스타트업부스터 우수기업으로 뽑혔다.
목표는 글로벌 농업 플랫폼 기업
가람봇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간 데에는 고려대학교 크림슨창업지원단의 도움도 컸다. 초기창업패키지 프로그램에 선정된 가람봇은 기술적 완성도 외에도 시장 적합성, 수익 창출 구조, 글로벌 확장 가능성까지 다각도로 접근하며 스마트 축사 관리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였다.
기업설명(IR) 발표 자료, 마케팅 전략, 홍보 계획 등 기업 활동에 필요한 멘토링도 제공됐다. 상표권과 브랜딩도 프로그램 지원 과정에서 챙길 수 있었다. 글로벌 IR에 참여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으로 사업 모델을 검증하는 기회도 얻었다.
이무봉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정리가 안 됐던 것들이 있어요. 고려대학교 크림슨창업지원단 도움을 받으면서 실제 사업 전략 구축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람봇 구성원들에게 멈춤 없이 나아가도 좋다는 강한 확신을 준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가람봇은 2026년 소똥구리 1호의 KC 인증과 혁신제품 등록을 마치고, 세종시 연기면 30여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펠릿 가공 로봇인 소똥구리 2호의 개발도 2026년 안에 완료할 계획이다. 이어 2027년에는 바이오매스 펠릿 시장에 진입하고, 2028년에는 스마트 축사 관리 AI와 고체연료 생산 자동화를 완성해 글로벌 진출 기반을 다진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가람봇은 해외 시장에도 주목한다. 현재 북미, 유럽을 중심으로 깔짚퇴비축사(CBP) 방식이 빠르게 확산 중이라는 게 이유다. 동물 복지ㆍ수명ㆍ생산성 향상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축분 저장조와 액비조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을 바꿔야 하는 압박도 전환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에 깔짚퇴비축사 도입이 확대된다면 스마트 축사 관리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라는 게 이무봉 대표의 분석이다.
스마트 축사 관리 플랫폼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먼저 고령화ㆍ악취 규제ㆍ깔짚 기반 축사 구조 등 대한민국 축산 환경과 유사한 일본에서 실증 데이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후 유럽과 북미에 차례대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무봉 대표는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골칫덩이인 가축 분뇨를 에너지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도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