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제로] 8/완. 나도 누군가에겐 민원인이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불만이나 건의, 개선 사항 등을 제기하는 행위를 ‘민원’이라 합니다. 오늘도 전국에서 수 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또 처리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 창업, 운영, 지원 등의 관련 민원이 전국의 거의 모든 지원기관에 다양하게 접수되고 있는데요. 이런 민원은 창업자 또는 민원 제기자 또는 고객의 성향과 감정이 그대로 반영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지 [민원제로] 기획연재를 통해 알아봅니다.

연재순서

  1. 집요한 불만 제기 : “제가 그 유명한 진상 민원인입니다만...” (https://it.donga.com/106803/)
  2. 무차별적 난동 :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지!” (https://it.donga.com/106858/)
  3. 충성 고객과 극성 민원인은 같다 (https://it.donga.com/106988/)
  4. 민원인 유형과 대응 실제 (https://it.donga.com/107101/)
  5. 불만에 대한 첫 응대가 중요하다 (https://it.donga.com/107313/)
  6. 핵심성과지표를 분명히 하라 (https://it.donga.com/107513/)
  7.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도모하라 (https://it.donga.com/107695/)
  8. 나도 누군가에겐 민원인이다

우리 사회에서 민원은 이제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그 빈도와 강도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모든 조직이 자신의 '근원적 가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실천할 때, 민원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된다. 그렇다면, 근원적 가치 추구가 어떻게 민원 해결의 핵심이 될까?

모든 조직은 특정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저렴하고 맛있는 샐러드 배달을 홍보하는 식당은 '합리적인 가격', '맛있는 음식', '정해진 시간에 배달'이라는 가치를 고객에게 약속한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샐러드가 과도하게 비싸거나, 맛이 없거나,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배달된다면) 고객의 민원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출처=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출처=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이에 민원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약속된 가치가 제공되지 않았다'라는 신호다. 따라서 민원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조직이 제공하려는 본연의, 근원적 가치를 명확히 하고, 이를 일관되게 전달하면 된다. 고객은 자신이 기대한 가치를 받았을 때 만족하고, 그렇지 못할 때 불만을 표출한다.

조직에서 규정과 절차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규정은 근원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규정과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규정과 절차가 근원적 가치와 충돌할 때,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대부분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모든 상황을 규정화하면 좋겠지만, 어떤 상황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기에 사실상 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황의 맥락을 고려하여 본연의 가치를 떠올리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고객과의 소통 시, 조직은 다음과 같은 ‘가치 중심 접근법’을 고려할 수 있다.

1. 가치 명확화

조직이 제공하고자 하는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라. 예를 들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조직은 스타트업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스타트업 지원 사업은 막연한 지원이 아닌, 사업의 목적에 충실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사업이라면,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서 확실히 안착하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 주민센터에서 주민을 응대한다면, 주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고 정확히 제공하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2. 가치 내재화

조직 내 구성원들이 조직의 존재 가치를 이해하고 내면화할 수 있도록 교육하라. 예를 들어 조직의 존재 가치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어 시행하거나, 조직 리더들이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원과 주기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중요한 점은 조직의 가치를 내면화되는 시도 자체가 이뤄지고 있는가이다. 조직이 우선하는 가치를 구성원들이 언제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자신이 속한 회사/조직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즉시 이야기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당신의 조직은 가치 내재화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당신이 관리자라면 조직 구성원에게 조직의 존재 가치를 한번 물어보라. 당신이 조직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그 수준을 알 수 있다.

3. 가치 중심의 의사 결정

새로운 일을 기획하며, A로 할지 B로 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주요한 판단 시점마다 조직의 근본 가치에 비추어 어떤 결정이 옳은 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당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스타트업 대표가 무언가 요청/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어찌해야 할까? 스타트업 응대 부서라면 스타트업 대표를 최우선으로 응대하는 것이 조직의 존재 가치와 맞다. 또한, 스타트업 대상의 행사를 기획할 때도 정작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행사의 전반적인 구성을 과감히 변경해야 한다. 스타트업 지원이 조직의 근본 가치라면, 아무리 바쁘고 정신 없어도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의사 결정이 가장 우선이다.

4. 규정과 절차의 유연한 적용

규정과 절차는 중요한 지침이다. 따라서 이는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조직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지장을 주는 상황이라면, 규정과 절차도 도구임을 인식하고 필요시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원인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무조건 안된다고 하기 보다, 그가 원하는 바가 원래 가치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본다. 요구 사항이 애매하면 애매할수록 가치 중심의 판단을 해보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민원은 조직과 민원인 간의 가치 기대치가 어긋날 때 발생한다. 따라서 민원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조직이 제공하려는 가치를 명확히 하고, 이를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 "XX문서가 없으면 안 됩니다"라 기계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가치 중심적 질문을 던지면 분명 좀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근원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은 단순히 민원 수를 줄이는 목표를 넘어,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고 민원인과의 진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민원 관리의 궁극적 목표는 '민원인과의 신뢰 구축'이다. 근원적 가치를 추구하면 결국 모두가 즐거워진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겐 민원인이다.

글 / 김영준 ( 3dbiz@naver.com )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혁신사업실 실장. 스타트업의 글로벌 스케일업, 대기업 연계 오픈이노베이션, R&D 지원 등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맡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이나 대기업, 여러 기관 등 대상으로 기술 트렌드, 글로벌 진출, 기업가정신 등의 주제로 100회 이상의 강연을 진행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등 수상. 주요 저서로, [3D프린팅 스타트업], [하드웨어 스타트업], [가상현실을 말하다], [민원제로] 등이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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