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페이스 퀀텀 점프] 3. 공항개발 수출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편집자주] 5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 기고는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이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현황과 미래 전략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항공우주 분야의 핵심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글로벌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과 정책적 제언을 제시합니다. 본문 내용은 본지의 편집 의도 및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IT동아]
'제7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6~2030)'이 빠르면 올 상반기 발표될 전망이다. 5년 단위로 수립되는 최상위 법정계획이 매번 늦어지는 데엔 이유가 있다. 지방공항을 둘러싼 지자체 요구가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광역경제권 전략을 강조하고, 지방은 국토 균형발전을 내세워 공항 확충을 요구한다. 국가 마스터플랜은 결국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인 만큼, 상위계획과의 연계성, 수요 전망, 재원 조달, 운영 효율까지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
작년 12월에 발표된 ‘제4차 항공정책기본계획(2025~2029)’은 초일류 항공강국 도약을 표방하며 ‘신공항 건설’과 ‘지방공항 활성화’를 중심으로 인프라 확충과 고도화를 강조했다.
다만 공항개발 역량을 해외로 확장하는 중장기 전략은 상대적으로 논의가 좀더 필요해 보인다. 공항은 항공산업 가치사슬의 출발점이자 국가 교통·물류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다. 선진국들이 공항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항 25년을 맞이한 인천국제공항(IIAC)은 이미 전 세계 선진공항의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이 ‘브랜드’와 운영 역량을 국가 차원의 수출 전략으로 연결할 시점이다. 운영 효율성과 서비스 품질, 안전관리 측면에서 확보한 위상을 기반으로, 관련 기업들과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해 축적한 경험도 적지 않다.
2009년 이라크 아르빌공항 운영 컨설팅을 시작으로 올 1월까지 IIAC가 수주한 해외사업은 18개국 42개 사업, 총 5억9000만 달러(한화 약 8600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그간의 해외사업을 ‘수출산업’이라 말할 만큼 성과로 키우기에는 아직 아쉬운 규모다. 공기업 규제의 틀 속에서 개별 사업 단위로 추진해 온 구조적 한계가 누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공항 해외사업은 단순 운영을 넘어 공항개발, 투자, 스마트공항 운영, 복합도시 개발까지 포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항개발 사업은 기획·개발에서 금융·시공, 운영관리까지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대표적 융복합 산업이다. 원전·철도·방산처럼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장기 조달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이 산업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민관 협력체계, 즉 ‘패키지형 역량’이다. 공항 건설 이후 IT·상업시설·주변 지역개발 등 후방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파급효과는 현지국에도 분명한 이익이 된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중동·동남아·아프리카 등 신흥국은 항공수요 증가로 관문공항 중심의 수용력 포화 문제를 겪고 있으며, 신규 공항 건설과 도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적 공항 운영그룹인 프랑스 ADP, 독일 프라포트(Fraport)가 지분 참여와 제휴를 통해 사업영역을 넓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도 공항이 ‘새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핵심은 공항개발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금융·인력 체계를 갖추었느냐에 달려 있다. 공항산업은 항공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미국·유럽을 제외하면 성장성이 높은 거대 시장이다. 그러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필자는 공항개발 수출의 실질적 도약을 위해 다음의 네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공항을 ‘전략 수출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국가 차원의 추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해외사업은 개별 공기업의 부수 사업이 아니라, 국가 교통·물류·도시개발 역량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둘째,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공기업 경영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 경제적 파급력이 큰 해외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재무 건전성을 갖춘 공기업의 해외사업 예타 기준을 완화 또는 면제하고, 신속한 입찰 준비가 가능하도록 인력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예타 절차 탓에 적기에 입찰 준비를 하기 어렵고, 계약 확정 이후에야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구조적 제약이 크다.
셋째, 해외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전용 펀드와 금융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 공항개발은 투자·금융·리스크 관리·운영까지 총괄하는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적자금과 민간재원을 결합한 공동투자 방식으로 안정적 투자 시스템을 마련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넷째, 공항개발-운영-스마트공항-복합도시로 이어지는 ‘패키지 수출 모델’을 고도화해야 한다. 건설 이후 IT, 상업시설, 주변 지역개발 등 후방산업과 전문인력 양성까지 연결해 민관이 함께 진출하는 체계를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 동반 진출 경험을 가진 국내 기업들의 기대가 큰 만큼, 이를 산업 생태계로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공항은 이제 독립된 융복합 첨단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모든 걸 다 갖춘 우리 업계가 뛸 바깥의 세상은 넓다. 공항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때, 공항개발의 수출은 국가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국내 항공경영 및 항공우주정책 분야를 개척한 석학으로, 한국항공경영학회 초대회장으로서 학술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 국토교통부 자체평가위원 등을 역임하며, 국가 주요 정책의 수립 및 평가에 참여해 날카로운 현장감과 정책 전문성을 입증해 왔다. 또한, 항공우주양자연구소 개소,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항공·드론) 주관기관 선정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둬, 한국항공대를 글로벌 항공우주 교육의 플랫폼으로 도약시키며 학교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항공대 제9대 총장 취임 후 제10대 총장에 연임됐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