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놀 "시니어 인구의 은퇴 이후, 고독이 아닌 설렘으로 채웁니다" [SBA·콴티파이 팀빌딩 우수기업]

강형석 redbk@itdonga.com

※서울경제진흥원(SBA)와 콴티파이인큐베이터는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 '2025 SBA 팀 빌딩 지원사업'을 함께 합니다. IT동아는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10개 사를 찾아 실력과 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와 달리 구매력을 갖추고 능동적으로 소비와 여가를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주목받는다. 2024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인구의 63.2%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고, 52.8%가 패션·잡화를, 42.6%가 화장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이 중 남성이 84.1%(3053명)로 여성보다 5배 이상 많았으며, 5060세대 중장년 남성이 전체 고독사의 53.9%를 차지했다. 60대 남성 고독사가 27.8%(1089명)으로 가장 많고, 50대 남성이 26.2%(1028명)로 뒤를 이었다. 은퇴 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서 극심한 고독감을 느끼고, 이것이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셈이다.

김민지 시놀 대표 / 출처=시놀
김민지 시놀 대표 / 출처=시놀

시니어 인구가 마음껏 교류할 플랫폼이 없는 것도 문제다. 청년을 위한 소셜 서비스는 넘쳐나지만 정작 사회적 관계가 절실한 액티브 시니어는 누구와 대화하고 만날 방법이 제한적이다.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되는데 시니어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71.4% 수준이다. 이런 디지털 격차가 이들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에 기술로 중장년의 외로움을 치유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시니어들의 온라인 놀이터를 표방하는 '시놀'이다.

금융 전문가, 시니어의 외로움에서 기회를 보다

김민지 시놀 대표는 증권사 퇴직연금 은퇴컨설팅 부서에서 일하는 동안 '액티브 시니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목격하며 시놀 창업을 준비했다. 코로나19와 황혼이혼 트렌드로 시니어의 외로움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들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통계도 창업 결심을 뒷받침했다. 코로나 시기 시니어들의 외부활동이 반강제적으로 멈추면서 사회적 고립이 가속화됐다. 고령자 혼인통계를 살펴보니 홀로 생활하는 고령층 인구가 예상보다 많았던 것이다. 은퇴 후 어떻게 놀고 즐길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많아도 정작 누구와 함께 즐길지를 해결해주는 기업은 없었다.

김민지 대표는 은퇴 후의 시간에 주목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조기 퇴직자의 평균 연령은 51.2세에 불과하다. 반면, 이들이 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70.5세로 퇴직 후에도 무려 20년 가까운 시간을 더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그는 퇴직 후 남겨진 긴 시간을 건강하게 보낼 놀이 문화를 만들어 주는 데 집중했다.

시니어 인구를 위한 모임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시놀 / 출처=시놀
시니어 인구를 위한 모임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시놀 / 출처=시놀

시놀은 시니어 놀이터의 줄임말이다. '시니어 놀자!'라는 표어처럼,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놀았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비슷한 세월을 살아온 친구들이 서로 공감하며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온라인 놀이터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김민지 대표의 구상이다. 2023년 3월 설립한 시놀은 2025년 기준, 회원 수 10만 명, 월평균 이용자 수 3만 명 이상을 유지하며 시니어 시장의 수요를 입증했다.

시놀은 시놀, 시럽, 시럽인연 등 세 가지 서비스로 운영된다. 이 중 시놀은 동년배들과 모임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문화·여가활동을 함께하면서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도록 돕는 커뮤니티 개념 서비스다. 여행, 교육, 문화, 친목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이 가능하다. 현재 1300개 이상 모임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시니어 커플 매니저를 자처하는 시럽 서비스 / 출처=시놀
시니어 커플 매니저를 자처하는 시럽 서비스 / 출처=시놀

시럽은 장노년층이 스스로 만남의 기회를 찾도록 돕는 매칭 서비스다. 이른바 시니어판 틴더인 셈이다.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찜을 보낸 후, 상대에게 선택을 받으면 서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2030이 쓰는 데이트앱과 차이가 없지만 이혼, 사별, 기타 등 결혼 상태를 입력해야 하고 음주량을 적는 항목이 있다는 점이 차별 요소다. 이는 시놀 이용자들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키워드를 추출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시럽인연은 반려자 소개를 돕는 프리미엄 매칭 서비스다. 시니어 사용자 대부분 나이가 높지만, 마음에 들면 재혼에 대한 결정이 매우 빠른 편이다. 김민지 대표는 학벌이나 직업보다 외모와 성격이 더 중요하며, 인생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 본질을 꿰뚫어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놀을 통해 재혼에 성공한 시니어 커플이 10쌍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를 위한 조작 구성, AI 안심 정책으로 범죄 방지

시놀의 차별화 요소는 시니어 특화 사용자 경험(UX) 설계 역량과 인공지능(AI) 기반 안전 시스템이다. 김민지 대표는 시니어의 인지 패턴, 터치 정확도, 학습 곡선 등을 깊이 연구하며 인터페이스를 설계했다. 2년간의 사용자 분석과 1000회 이상의 사용성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쌓았다.

직관성과 실수 방지에도 공을 들였다. 스와이프 제스처는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럽지만 시니어 사용자는 방향 인식과 속도 조절이 어렵다. 시놀의 자료에 따르면 테스트에서 60대 이상 사용자의 43%가 스와이프를 실패했고, 큰 좌절감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놀은 수직 스크롤이라는 익숙한 방식을 택했고, 모든 버튼은 최소 56픽셀 이상 크기를 확대해 터치 영역을 확보했다. 중요한 행동(친구 편지 작성, 결제 등)은 2단계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해 실수를 원천 차단한 점도 차별점이다.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은 에러 메시지와 가이드 문구다. '잘못된 입력입니다' 대신 '전화번호는 010으로 시작하는 11자리 숫자를 입력해주세요'처럼 구체적이고 친절한 안내를 제공한다. 기술 용어 대신 일상 언어를 사용하고 모든 단계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려준다. 그 결과 65세 이상 사용자도 평균 1분 내에 회원가입하고 모임과 친구 검색을 완료 가능한 수준의 접근성을 달성했다는 게 김민지 대표의 설명이다.

시놀은 시니어 대상 온라인 사기와 범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전한 커뮤니티 환경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김민지 대표는 가장 염려되는 유형으로 신원 사칭, 로맨스스캠이라고 불리는 금전적 사기, 오프라인 만남 시 안전 문제 등을 꼽았다. 여러 범죄 유형을 파악한 후 시놀에 5중 AI 안심 정책을 적용, 다층적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

1단계는 가입 시 신원 인증이다. 실시간 안면인식 본인 검증과 프로필 심사를 통해 허위 계정과 의심스러운 사용자를 원천 차단한다. 월평균 15%의 가입 신청이 이 단계에서 거부된다는 게 김민지 대표의 설명이다. 2단계는 실시간 대화 모니터링이다. AI가 채팅 내용을 실시간 분석하여 금융 요구, 개인정보 요청, 성적 접근 등 의심스러운 패턴을 자동 탐지한다. 위험도가 높은 대화는 즉시 경고하고 심각한 경우 계정을 정지한다.

3단계는 이미지 및 영상 검증이다. 딥페이크, 도용 사진, 부적절한 이미지를 AI로 자동 필터링한다. 프로필 사진의 95% 이상을 실시간 검증한다. 4단계는 행동 패턴 분석이다. 단기간 다수 접근, 동일 메시지 반복 발송 등 사기 계정의 특징적 행동을 AI가 학습하여 선제적으로 차단한다. 5단계는 24시간 휴먼 검증 시스템이다. AI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는 전문 운영팀이 24시간 내 검토한다. 사용자 신고는 평균 2시간 내 처리된다.

기술로 새로운 인생 2막 만들 것, 헬스케어 확장에 속도

시놀은 데이터로 가치를 입증했다. 2024년 4월 진행된 사용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놀을 3개월 이상 활발히 이용한 사용자 그룹은 우울감 지표가 평균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고립감 척도는 41% 개선됐다. 앱을 사용하면서 실제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이다.

데이터는 성과로 이어졌다. ▲2025년 유한킴벌리 시니어 임팩트 펠로우십 사회적 혁신 기업가 선정 ▲매경 인구문제 해결 스타트업 100 선정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 ▲SBS 서울창업센터 동작 데모데이 대상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우수상 수상 등 다양한 기관의 주목을 받았다. 시놀이 2024년 주최한 '시니어, 함께 놀자 페스티벌'에는 1000명 이상 시니어 가입자가 방문하기도 했다.

시놀은 SBA 서울창업센터 동작에서 진행한 데모데이에서 대상을 받았다 / 출처=시놀
시놀은 SBA 서울창업센터 동작에서 진행한 데모데이에서 대상을 받았다 / 출처=시놀

시놀은 평생을 공부, 취업, 가족의 생계를 위해 살아온 중년들이 은퇴 후 쓸모를 다했다는 허무함 대신 이제부터 나를 위해 살아본다는 기대감을 가지도록 돕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2026년 중 테마별 모임 커뮤니티를 집중적으로 유치·확장하고, 월간 활성 사용자 10만 명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전국 주요 도시 커뮤니티 거점 확대도 추진한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광역시를 중심으로 지역 커뮤니티 매니저를 배치하고 오프라인 공간 확보를 추진할 예정이다.

중기적으로는 헬스케어 및 액티브 에이징 서비스 사업의 확장을 진행한다. 건강 관리, 취미 생활, 평생 교육 등 시니어의 삶의 질을 높이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를 꿈꾼다. 김민지 대표는 "시니어가 복지 대상이 아닌 사회의 주체로 인식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시놀은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한다. 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도 같은 고민이다.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시놀은 두려움 대신 '연결'이라는 서핑보드를 제안한다는 전략이다. 김민지 대표는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놀았던 것처럼, 나이가 들어도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시놀은 디지털 기술로 시니어의 외로움을 연결로, 고립을 소속으로 바꾸는 데 속도를 낼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