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도입…대포폰 근절 승부수 될까
[IT동아 김예지 기자] 최근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범죄에 사용되는 ‘대포폰(불법 명의 휴대전화)’ 유통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집계된 보이스피싱 피해는 약 2만 1588건, 피해액은 1조 1330억 원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안면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19일 이통3사(SKT, KT, LG유플러스) 및 알뜰폰 사업자로 하여금 신규개통, 번호이동, 기기변경, 명의변경 등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절차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적발된 대포폰 9만 7399건 중 92.3%(8만 9927건)가 알뜰폰인 점을 고려해 알뜰폰은 비대면 채널(43개), 이통3사는 대면 채널부터 선제적으로 적용한다. 이는 올해 12월 23일부터 시범 적용됐으며, 2026년 3월 23일부터 정식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 제도와 달라지는 점은?
기존에는 신분증 스캐너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부정가입방지 시스템으로 진위를 확인 후 개통을 진행했다. 비대면(온라인) 개통 시에는 전자문서 형태 신분증을 검증하고, 간편인증과 공동인증서 등 본인인증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분실 신분증이나 위조된 정보를 이용한 부정 개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으로 도입되는 안면인증 시스템은 신분증 사진과 가입자의 얼굴 정보를 실시간 대조해 타인의 명의 도용을 막는다는 설명이다. 비대면 개통 시에는 패스(PASS) 앱을 활용한다. 과기정통부는 “안면인증 시 데이터 송수신이 불가피한데, 패스 앱은 통신사가 직접 운영하는 개통 절차 내에서 구동되므로 외부 데이터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3개월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과기정통부는 기술적 완성도와 현장 적응력을 동시에 점검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안면인증 실패 시 예외를 적용한다. 과기정통부는 “KAIT,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유관기관 및 알뜰폰협회 등과 협력해 시장 불편 사항을 즉시 개선하고, 정식 운영을 위한 점검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우려점은?...연이은 해킹 사고로 인한 불신
본격 정책 시행을 앞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인 우려와 불안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잇따른 해킹 사고로 통신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생체 정보마저 유출되면 딥페이크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얼굴 영상 정보를 실시간 대조해 동일한 사람인지 확인한 후, 안면인증 결과값(Y, N)만 저장 및 관리한다”며, “생체 정보는 저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면인증 시스템 구축을 맡은 IT 서비스 개발 기업 데이사이드(대표 신윤철)의 허동욱 본부장은 “안면인증 과정에서 신분증 이미지와, 눈 깜빡임·좌우 움직임 등 실시간 얼굴 정보가 안면인증시스템에 암호화 상태로 임시 저장된다. 그러나 특징 정보를 추출해 비교·인증하는 시간은 0.04초 이내 완료되고, 인증이 완료되면 전송된 정보는 즉시 폐기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부와 통신사가 얼굴 영상을 저장하지 않는다 해도, 기술적·운영상 문제로 유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만약을 대비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정보보호 전문기관과 협의해 안면인증 시스템의 보안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취약계층 불편 초래…실효성 의문

기술적 완성도와 편의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오래된 신분증 사진과 현재 모습을 대조하는 방식의 정확도 문제와 더불어, 정교해진 딥페이크 기술이 인증망을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명이나 각도 등 환경 요인에 따른 인증 실패 가능성도 한계로 꼽힌다. 특히 인증 소요 시간이 늘어날 경우,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개통 절차 자체가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안면인증 시스템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안내를 강화하고, 인증 실패 시에도 예외적으로 개통을 허용하는 현장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시범 운영 기간 발생한 오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정식 도입 전까지 보완책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인 대상의 시스템은 2026년 하반기에 적용된다. 과기정통부는 “외국인 여권으로 개통 가능한 회선 수를 2회선에서 1회선으로 제한하는 등 외국인 명의 대포폰 방지 방안을 마련해왔다”며, “외국인 안면인증은 2026년 하반기 시행 예정인 ‘외국인등록증 사진 진위확인 서비스’와 연계해 차단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완성도보다 중요한 건 신뢰

다만 안면인증이 도입되더라도 명의 도용 외 다른 범죄 수법까지 모두 막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포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인이 직접 개통한 후 타인에게 넘기는 방식의 대포폰은 기술만으로 막기에 한계가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대포폰 양산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회선을 넘길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통신사가 이용자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통신사의 관리 책임도 대폭 강화된다. 과기정통부는 유통망의 부정 개통을 묵인하거나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통신사에는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처분을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 엄격히 관리할 계획이다.
안면인증 도입의 성패는 기술적 완성도 이전에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 정부와 통신사는 이번 도입을 계기로 보안 체계의 견고함을 증명해야 하며, 만에 하나 발생할 사고에 대해서도 확실한 책임 대책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시범 운영 기간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