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울산] 클로이수 “브랜드 리뉴얼 및 명품관 입점 통해 전통 칠보 명품화 기대”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칠보(七寶)는 금속 위에 유리질 유약을 올려 800도 이상 고온에서 구워내는 전통 공예 기법이다.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해 동서양을 거쳐 발전했으며, 한반도에는 약 1400년 전 신라시대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한국 칠보 브랜드 '클로이수(Cloisoo)'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남정(대표 김홍범)은 서울에 위치한 모 유명 백화점 명품관에 2026년 6월 독립 매장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임시 부스가 아닌 독립 전용 공간으로 입점하는 것은 국내 전통 공예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이다.
1968년 창덕궁 낙선재, 왕실 칠보의 민간 전승
클로이수의 역사는 1968년 창덕궁 낙선재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가 귀국 후 낙선재에서 문화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림, 도자기와 함께 칠보 작업도 진행했다. 당시 고(故) 김익선 고문이 이 작업에 참여했고, 그의 배우자인 이수경 명인이 왕실 칠보 기법을 배웠다.

이수경 명인은 이후 한국칠보공예사를 설립해 56년간 칠보 작업을 이어왔다. 초기에는 노리개, 비녀 같은 전통 소품 위주였으나 점차 화병, 보석함 등으로 작업 영역을 확대했다. 1970년대부터는 해외 전시를 통해 한국 칠보를 알렸고, 2011년에는 영국 헤롯백화점 전시업체 중 하나로 선정되어 한 달간 전시를 진행했다.
2002년 설립된 주식회사 ‘남정(南井)’은 이수경 명인의 호에서 따와 회사 이름을 지었다. 2014년 론칭한 '클로이수'의 브랜드명은 유선칠보를 틋하는 프랑스어 '클로아조네(cloisonne)'와 이수경 명인 이름의 '수(秀)'를 결합한 것이다. 현재 울산 남구에 본사와 전시장을 두고 있으며, 그의 아들인 김홍범 대표가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전통 기법 유지하되 디자인은 현대적으로
클로이수의 특징은 전통 칠보 기법을 유지하면서도 디자인을 현대화했다는 점이다. 모든 작품은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유약을 쌓고 굽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해 색의 깊이를 낸다. 이 과정에서 불순물이 제거되면서 천연 보석과는 다른 투명도와 색감이 나타난다고 한다.

김익선 고문과 이수경 명인이 개발한 일부 색상은 '아버지 색깔', '엄마 색깔'로 불리며 클로이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다. 특히 이수경 명인이 보통 2~3회 굽는 색상을 10회 이상 구워 만든 색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으나, 결과적으로 독특한 색감을 만들어냈다.
클로이수의 작품은 국내외 주요 인사들에게 선물로 전달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 등이 클로이수 작품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해외에서 먼저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울산 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와 손잡고 해외 진출 발판
클로이수는 울산 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의 스케일업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 전시회 등에 참여했으며, 지난 9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메종 오브제에도 참가했다. 메종 오브제는 매년 전 세계 3,0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하고 9만 명 이상의 바이어가 방문하는 대형 박람회다.
혁신센터는 전시회 참가 지원뿐 아니라 시장 조사, 바이어 매칭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김홍범 대표는 이러한 지원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2026년 브랜드 리뉴얼로 ‘명품 도약’ 기대
클로이수의 2026년 리뉴얼은 제품 라인업 확대가 핵심이다. 기존 전통 칠보 작품에 더해 최고급 보석과 칠보 기법을 결합한 하이주얼리(고급 주얼리) 라인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칠보 기법을 유지하되 일상에서 착용 가능한 형태로 디자인을 현대화한 제품들이다.
클로이수는 이번 리뉴얼과 함께 '색으로 채워진 영원의 이야기'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내세운다. 58년간 축적해온 색에 대한 철학과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담았다는 의미다. 이번에 오픈을 앞둔 백화점 명품관 매장은 국내 거점이자 해외 바이어를 위한 쇼룸 역할도 할 계획이다.
김홍범 대표는 "58년간 쌓아온 기술과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전통의 본질은 지키되 형태는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전통적 가치의 현대화, 과제도 남아
전통적 가치의 현대화는 많은 브랜드가 시도하는 방향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전통 기법을 유지하면 제작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면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
클로이수는 수작업 방식을 유지하면서 제품군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고가의 전통 칠보 작품과 상대적으로 접근성 높은 하이주얼리 라인을 함께 운영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모든 제품이 수작업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생산량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김홍범 대표는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한국 공예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품질 관리 시스템과 브랜드 관리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단기간에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꾸준히 브랜드 가치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68년 창덕궁 낙선재에서 전수된 왕실 칠보 기법은 김익선 고문과 이수경 명인을 거쳐 58년간 이어져왔으며 이제 김홍범 대표를 통해 현대적 고급 주얼리로 재해석되고 있다. 브랜드 리뉴얼 및 명품관 입점을 계기로 클로이수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