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울산] 빌라오아시스 “울산의 터프팅 예술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것”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울산광역시, 산업 수도라는 딱딱한 이미지 속에 예술의 맥박이 뛴다. 100년의 세월을 간직한 한옥 세 채가 나란히 어깨를 맞댄 곳, 빌라오아시스(Villa Oasis)다. 이곳은 한옥 안에서 형형색색의 실이 춤을 추고, 상상력이 직물 위에 새겨지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배소현 대표는 터프팅(천 위에 실을 심는 섬유 공예 기법)을 매개로 예술가와 대중, 그리고 한국과 세계를 잇는 거점으로 빌라오아시스를 설립했다.

울산시 북구 화봉동 소재 빌라오아시스 스튜디오 / 출처=빌라오아시스
울산시 북구 화봉동 소재 빌라오아시스 스튜디오 / 출처=빌라오아시스

한옥을 활용한 터프팅 교육 공방, 작품 전시, 아트 스테이(아트 레지던시) 등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터프팅 교육과 아트 스테이 프로그램은 국내외 작가들이 울산에 머물며 영감을 얻고, 결과물을 전시와 판매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공예주간' 행사 운영, 더현대 울산과 전시회를 기획하는 등 성과도 냈다.

성장 배경에는 울산광역시와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도움이 있었다. 2025년 9월, 프랑스에서 개최된 메종&오브제(Maison&Objet)에 이 공간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탰다. 프랑스 현지에서 사업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하고 기업 미팅도 주선했다. 이 과정에서 루이비통, 생제르맹 등 현지 브랜드 관계자와 만나 디자인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배소현 빌라오아시스 대표는 성장에 목마르다. 그 중에서 터프팅을 기업 성장과 연결, 스케일업하는 게 고민이다. 예술성과 상품성을 갖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이런 고민을 풀기 위해 투자 전문가인 이세종 넥스트지인베스트먼트 상무가 멘토로 나서 빌라오아시스의 사업과 브랜드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이세종 상무는 K-문화 콘텐츠ㆍ ITㆍ테크 기업 투자, 과기정통부 산하 K-ICT 멘토링센터 멘토로 활동 중인 전문가다. 넥스트지인베스트먼트는 기업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2025년, 운용자산(AUM) 2500억 원 달성을 눈앞에 뒀다.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 메인 비즈니스 모델을 정하라

청년 창업가인 배소현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예주간 행사를 주최하며 해외 작가 초청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터프팅 교육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아트 스테이와 전시 기획을 병행하며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중이다. 하지만 공모사업 의존도를 낮추면서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사업을 만들기 위한 고민도 깊다.

이세종 상무는 배소현 대표의 고민을 경청한 후 기업 현황 파악부터 시작했다. 매출은 터프팅 교육과 아트 스테이를 중심으로 창출된다. 전시 기획이나 협업(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수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배소현 대표가 집중하는 해외 작가 초청 프로그램은 적자 구조다.

빌라오아시스 멘토링을 맡은 이세종 넥스트지인베스트먼트 상무 / 출처=IT동아
빌라오아시스 멘토링을 맡은 이세종 넥스트지인베스트먼트 상무 / 출처=IT동아

초기 기업을 평가할 때 매출보다 성장 가능성을 본다는 얘기로 멘토링이 시작됐다. 이세종 상무는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사람, 둘째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중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내에 성장 역량을 갖춘 구성원 여부를 파악한다는 뜻이다. 다만,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 예술 분야의 특성상 비상근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것으로 봤다.

교육, 아트 스테이, 전시, 지식재산(IP)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려는 전략은 확장성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세종 상무는 "투자자들이 믿지 않는 말이 다 잘하겠다는 약속이에요"라고 말하며 대표 한 사람이 펼치는 역량에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투자 유치를 위해선 지금 당장 매출을 많이 내는 사업이 아니라, 미래 확장 가능성이 가장 큰 사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터프팅 교육과 아트 스테이가 안정적 수익을 내지만, 공간이라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템플 스테이(사찰 체험)처럼 전국으로 확장 가능하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울산 지역 한정으로 운영한다면 투자 매력도가 아쉽다는 분석이다.

관광 상품화를 고려하되, 확장성을 생각하라

배소현 대표는 아트 스테이 사업을 관광 산업과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 물었다. 한옥이라는 독특한 공간에 예술 체험을 결합한 상품을 제공한다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세종 상무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템플 스테이와 다른 점을 한 번 더 짚었다. 템플 스테이는 사찰 문화를 경험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전국 대부분 사찰이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 접근성이 높다.

반면, 아트 스테이는 차별화 전략이지만 울산 한정이라는 공간적 제약이 따른다. 이는 매출 확대 제한으로 이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확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게 이세종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아트 스테이를 관광 상품으로 연결하는 건 좋아요. 하지만 그게 미래에도 계속 빌라오아시스의 메인 비즈니스가 될지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은 중요해도 앞으로 5년에서 10년 후를 생각하면 다른 모델이 필요할지 몰라요"라고 조언했다.

빌라오아시스의 아트 스테이는 작가 지망생, 예술가가 일정 기간 머물며 다양한 문화활동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 출처=빌라오아시스
빌라오아시스의 아트 스테이는 작가 지망생, 예술가가 일정 기간 머물며 다양한 문화활동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 출처=빌라오아시스

사업 모델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라는 제안도 나왔다. 터프팅 교육과 아트 스테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동시에, 지식재산(IP) 및 예술 교육 플랫폼 등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도 병행 개발하는 전략이다. 이세종 상무는 전시, 아트 스테이를 브랜드 가치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 관련 활동에만 의존하면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이세종 상무는 지식재산(IP) 기반 비즈니스를 제안했다. 배소현 대표가 꾸준히 쌓아온 작가(아티스트) 네트워크를 자산화하고 이를 토대로 작가 인증 시스템, 글로벌 터프팅 라이선스 사업 등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형태다.

공방 운영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결국 콘텐츠와 네트워크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세종 상무는 "지금 대표님이 하려는 건 모두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걸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려면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해요. 무엇을 메인 비즈니스로 가져갈지 정하고, 나머지는 그걸 보조하는 역할로 재정의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빌라오아시스의 상업 디자인 사업 중 하나인 화면 프로젝트 / 출처=빌라오아시스
빌라오아시스의 상업 디자인 사업 중 하나인 화면 프로젝트 / 출처=빌라오아시스

빌라오아시스만의 시그니처 패턴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분명히 했다. 터프팅 디자인을 패턴화해 라이선싱 비즈니스로 활용하거나 패턴을 제품화하고, 전 세계에 판매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이세종 상무는 "반 고흐 미술관이 원작을 팔지 않고도 작품을 패턴화한 굿즈로 막대한 수익을 냅니다. 빌라오아시스도 터프팅 디자인을 패턴화해 비즈니스로 활용한다면 중요한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투자 유치 어려운 문화예술 분야, 지원사업이 중요하다

이세종 상무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숨기지 않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반도체 장비처럼 기술 분야에 투자 재원이 몰린다. 반면, 예술과 디자인 분야 투자 환경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세종 상무는 기관이 운영하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문화예술 분야 특성상 공공 예술 형태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고, 정부와 지자체 지원사업이 초기 기업에게는 중요한 자금원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원사업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자체 수익 구조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지원사업을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소현 빌라오아시스 대표 / 출처=빌라오아시스
배소현 빌라오아시스 대표 / 출처=빌라오아시스

이세종 상무는 배소현 대표에게 2026년 3월에 운영될 정부와 지자체 문화예술 창업 투자 사업을 준비하라고 권했다. 따라서 회사 소개서는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유치용이 아니더라도 협업이나 지원사업을 신청할 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세종 상무는 "빌라오아시스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떤 강점을 갖췄는지, 앞으로 어 게 성장할 것인지 명확하게 정리된 자료가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멘토링 마지막에는 빌라오아시스가 자체 수익을 바탕으로 운영하면서 천천히 성장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부분도 언급됐다.

멘토링이 마무리된 후 배소현 대표는 "이번 멘토링을 통해 명확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됐어요. 조언해 주신대로 메인 비즈니스 모델을 정하고, 자체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해 보겠습니다. 회사 소개서와 사업 계획서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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