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울산] 세컨드클로젯 “검증된 데이터 앞세워 스케일업 나설 것”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국내 작업복 시장은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1970~1980년대 제조업 성장기부터 이어진 '대량 구매' 관행과 저가 입찰 위주의 조달 방식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작업복의 기능과 디자인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으며, 현장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요구는 외면받아 왔다.
세컨드클로젯(대표 이유빈)은 이러한 작업복 시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다. 단순히 작업복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렌탈과 사후관리를 결합한 '데어바이(THEREBY)' 브랜드를 통해 작업복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작업복 구매 비용을 절감하고, 근로자에게는 더 나은 품질의 작업복을 제공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시장에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유빈 대표는 대학시절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유학 자금을 벌기 위해 모 대형 제조업체 사업장의 배관공으로 일한 경험도 갖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작업복을 입고 일하면서 기존 작업복의 문제점을 체감했고, 이것이 창업의 계기가 되었다고한다.
투자 유치 준비 중, 전문가 멘토링으로 방향성 점검
세컨드클로젯은 최근 시드 투자(초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첫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IR(투자설명) 자료를 보완하고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의 멘토링 프로그램은 전문가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이 대표는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 멘토링에는 오픈놀(대표 권인택) 투자심사팀의 강정문 수석이 멘토로 참여했다. 오픈놀은 커리어·채용 플랫폼 기업으로, 구직자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유니버시티'를 운영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적극적이다. 강정문 수석은 엑셀러레이팅에 기반한 투자 가능성을 중심으로 세컨드클로젯의 비즈니스 모델과 IR 전략에 대해 날카로운 조언을 전했다.

고객의 ‘페르소나’를 명확히 정의해야
멘토링에서 강정문 수석이 가장 먼저 지적한 부분은 고객 페르소나(구체적인 성격이나 특성)의 명확한 정의였다. 세컨드클로젯의 비즈니스 모델은 작업복의 개발해 판매하는 B2C 모델, 그리고, 기업에 작업복을 렌탈하여 수거, 세탁, 재배송하는 B2B 모델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현재 IR 자료에서 B2C(일반 소비자)와 B2B(기업) 고객이 혼재되어 있고, 세부 고객(목수, 전기 기술자, 토목 근로자 등)에 대한 페르소나가 명확하지 않아 핵심 고객을 타킷 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현장 근로자 50~1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강정문 수석은 인터뷰 방식의 객관성과 체계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설문조사 형태였는지, 심층 인터뷰였는지, 그리고 창업자가 원하는 답을 유도하는 방식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업의 핵심 고객을 찾기 위해서는 최소 100명 이상의 인터뷰를 수십번 반복하여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봇팅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덧붙였다.
B2C와 B2B 동시 공략은 어려워, 단계적 전략 필요
강정문 수석은 B2C와 B2B를 병행하는 현재의 전략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초기 스타트업이 B2C와 B2B를 동시에 공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인력과 자원이 분산되면 둘 다 제대로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명확한 우선순위 설정을 권고했다. 이 대표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우선 2~3년간 B2C 시장에 집중해 브랜드를 확립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B2B로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해외에서 모 기업이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한 사례가 있지만, 한국 시장의 특성과 기업 문화를 고려한 독자적인 모델이 필요하며, 구체적인 시장 조사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R 자료는 '기승전결' 갖춰야, 팩트 기반 표현 중요
강정문 수석은 IR 자료의 구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언을 전했다. 특히 매끄러운 기승전결 및 명확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IR 구성의 기본 요소를 설명했다. '현황 - 문제 인식 – 솔루션 - 시장 규모/경쟁자 분석 - 고객 반응 및 시장조사 등 검증과정 – 비즈니스 모델 및 스케일업 계획 / 마일스톤(핵심적인 중간 목표 및 성과 지점) / (만약 있다면) 출구 전략 - 팀 소개 - 투자 유치 금액, 사용 계획' 을 기반으로 순서를 구성하되 창업자의 스토리에 맞게 최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IR에서 '~할 것입니다', '~될 것입니다'라는 추정형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검증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시장은 이렇고, 고객은 이것을 원하고 있습니다'처럼 팩트에 기반한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제시한 모든 데이터는 부록에 상세히 첨부해 투자자가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작업자의 고충을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구체적인 문제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자는 좋은 작업복을 원하지만 기업은 비용 부담을 우려한다. 이 둘의 절충점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팀 구성 다양화와 핵심 기술 확보 필요
강정문 수석은 세컨드클로젯의 팀 구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영업, 마케팅, 물류,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당장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어렵다면,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이나 자문 구조라도 IR에 명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세컨드클로젯만의 차별화된 기술이나 노하우 확보를 주문했다.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려면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핵심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유형의 기술이건, 무형의 노하우나 네트워크이건 관계없으며,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향후 '원오브뎀(단순 공급 업체)'이 될 위험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 사업 활용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특히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있다면, 기술력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를테면 친환경 소재 개발이나 스마트 세탁 시스템 같은 차별화된 R&D 요소를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지자체와 협력해 친환경 작업복 보급 사업 같은 B2G(정부 대상 사업)의 전개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PoC 통한 실증이 투자 유치의 관건
투자 유치 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강정문 수석은 요즘 시드 투자 전에 이루어지는 프리시드(Pre-seed)를 비롯한 시드 투자도 세분화되고 있다며, 높은 밸류(기업가치 평가)를 받으려면 명확한 수익 구조와 시장 검증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전했다.
특히 그는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울산 지역 50~200인 규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제 렌탈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유닛 이코노믹스(단위 경제성)가 성립하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B2B 사업은 고객 관리가 생명이라며, 울산 지역 제조업체 담당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파악할 것을 권했다. 이런 무형의 자산이 나중에는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틈새시장 공략 가능성은 충분, 현장 경험 강점으로
멘토링을 마무리하며 강정문 수석은 세컨드클로젯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작업복, 특히 블루칼라 근로자를 위한 전문 작업복 브랜드는 드문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충분히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러려면 명확한 타깃 고객 정의, 구체적인 시장 조사 데이터, 검증된 수익 구조, 차별화된 핵심 역량 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 근로자들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멘토링을 마무리하며 강정문 수석은 "대표님이 직접 체험한 현장 경험이 있으니, 그 경험을 IR과 사업 전략에 녹여내시길 바란다. 블루칼라 패션은 재미있는 아이템이니 가슴에 와 닿을 정도의 스토리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이유빈 대표는 "오늘 멘토링을 통해 제가 간과했던 부분들을 명확히 알게 되었고 특히 고객 페르소나 정의와 시장 검증 데이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조언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IR 자료를 보완하고, PoC를 통해 실제 사업 모델을 검증해나가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작업복 시장은 여전히 혁신이 필요한 분야인만큼, 데어바이가 현장 근로자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울산시와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외에도 향후에도 꾸준히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울산은 다양한 분야 및 규모의 기업이 있어 시장 검증에 최적이며,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의 만남을 통한 네트워크 확대도 기대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