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울산] 세컨드클로젯 "작업복 시장 혁신, 브랜딩 전문가 손길도 더했다"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데어바이 브랜드의 작업복(왼쪽)과 최근 브랜딩 강화 작업을 거친 제품 패키지 구성품(오른쪽) / 출처=세컨드클로젯
데어바이 브랜드의 작업복(왼쪽)과 최근 브랜딩 강화 작업을 거친 제품 패키지 구성품(오른쪽) / 출처=세컨드클로젯

[IT동아 김영우 기자] 많은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첨단 장비 도입, 공정 개선, 인프라 향상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정작 작업자들이 매일 착용하는 작업복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작업복의 편의성과 기능성은 작업자의 피로도, 안전성, 업무 효율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된다.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이 작업복 산업에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작업복 개발·제조부터 판매, 렌탈 및 사후관리까지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데어바이(THEREBY)'를 운영하는 세컨드클로젯의 이유빈 대표가 울산을 거점으로 작업복 시장 혁신을 꿈꾸고 있다.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을 통해 브랜드 전문 기업 브랜드디렉터스와 3개월간 협업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다진 세컨드클로젯은 한층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 경험이 만든 작업복 혁신 아이디어

세컨드클로젯의 이유빈 대표는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다. 그는 10여년간 국내외 패션 업계에서 일하며 의류 디자인 관련 전문성을 쌓았다. 그리고 유학 자금을 모으기 위해 2년간 배관공으로 일하기도 하는 등, 독특한 이력도 갖췄다. 특히 매일 작업복을 입고 일했던 이 경험이 훗날 자신의 운명을 바꿨다고 그는 밝혔다.

"작업복은 작업자들이 편하고 안전해야 하는데, 1970년대 이후 디자인이나 기능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의류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싶었다"고 이유빈 대표는 창업 계기를 밝혔다.

미국과 영국 등은 도심에서도 산업 현장 기술자들이 하이비스(Hi-vis, 가시성 작업복)를 입고 다니는 등, 작업복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고 세분화되어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제조업 강국을 표방하면서도 산업 기술자들이 매일 입는 작업복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미비하다. 이유빈 대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싶었다고 한다.

"매일 입는 작업복은 기술자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태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매우 변화가 필요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빈 대표는 강조했다.

이유빈 세컨드클로젯 대표 / 출처=IT동아
이유빈 세컨드클로젯 대표 / 출처=IT동아

작업복 개발부터 렌탈까지 토털 솔루션 제공

세컨드클로젯은 작업복의 개발·제조부터 판매, 렌탈, 사후관리까지 제공하는 종합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데어바이(THEREBY)'라는 브랜드명은 원인과 긍정적인 결과를 연결한다는 의미, 그리고 자사의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고객의 삶에 긍정적이고 확실한 변화를 주겠다는 소망을 담았다.

현재 세컨드클로젯은 자체 개발한 작업복을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존 작업복이 내구성만을 우선해 땀 배출조차 잘 되지 않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었다면, 세컨드클로젯이 만든 작업복은 작업자 친화적 설계를 적용해 차별화했다. 작업 시 종종 손상되는 밑위 부분에 입체 패턴을 추가해 내구성과 착용감을 높이고, 무릎 부분에 완충용 패드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적용해 안전성도 강화했다. 줄자나 펜 등 다양한 도구를 편리하게 수납할 수 있는 유틸리티 포켓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작업복 개선은 단순한 의류 개선을 넘어 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세컨드클로젯의 주장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렌탈 서비스다. 기존 기업들이 작업복을 단순히 구매하고 끝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탁이나 수선 시설 보유, 전담 인원 고용 등 숨겨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데어바이 렌탈 서비스는 작업자 1명당 매일 작업복을 교체할 수 있는 물량을 제공하고, 주 1회 방문해 착용한 작업복을 회수하는 시스템으로 이러한 비효율을 해소한다. 기업은 작업복 관리에서 해방되어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고, 작업자들은 매일 깨끗하고 기능적인 작업복을 착용할 수 있다.

이유빈 대표는 "기존에 작업복 대여 서비스나 세탁 서비스 등은 물론 있었다. 하지만 작업복의 제조 및 렌탈, 사후지원까지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을 시도하는 기업은 사실상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한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이번 협업을 이끈 (왼쪽부터)브랜드디렉터스의 전진수 대표와 우예솔 디렉터, 김태호 디렉터 / 출처=브랜드디렉터스
이번 협업을 이끈 (왼쪽부터)브랜드디렉터스의 전진수 대표와 우예솔 디렉터, 김태호 디렉터 / 출처=브랜드디렉터스

브랜딩 전문가, 브랜드디렉터스와의 전략적 협업

세컨드클로젯이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을 통해 손잡은 파트너는 브랜드 전략·디자인 분야의 전문 기업인 브랜드디렉터스(대표 전진수)였다. 브랜드디렉터스는 단순히 시각적인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성을 구조화해 기업이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딩 전문 기업이다. 이번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에서도 세컨드클로젯의 브랜딩 파트너로 참여해 데어바이 브랜드의 전체적인 아이덴티티 구축을 이끌었다.

전진수 대표는 "단순한 디자인 지원이 아니라, 브랜딩을 통한 제조혁신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협업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지역 스타트업이 자체적인 브랜드 역량을 갖추고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브랜드디렉터스의 협업을 통해 개선된 데어바이 브랜드 로고 / 출처=세컨드클로젯
브랜드디렉터스의 협업을 통해 개선된 데어바이 브랜드 로고 / 출처=세컨드클로젯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협업 브랜딩의 효과

협업 과정은 매우 체계적이고 전문적이었다. 3개월간 브랜드 분석 → 콘셉트 도출 → 디자인 개발 → 패키지 및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구축 순으로 단계별로 진행됐다.

전진수 대표는 "우선 데어바이의 사업 구조와 시장 포지션, 고객 경험을 면밀히 분석해 브랜드 핵심 메시지를 정리했다"며 "이 과정에서 산업 현장의 혁신과 지속 가능성을 상징하는 콘셉트를 도출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로고 및 패키지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로고 개발 과정에서 톱니바퀴의 형상을 모티브로 삼아 산업과 협업을 직관적으로 상징하면서도, 비정형적인 형태를 통해 유연한 혁신성을 담아냈다. 의류에 들어가는 택, 스티커, 포장 박스 등도 데어바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설계했다.

전진수 대표는 "데어바이가 가진 기술력과 산업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브랜드로서의 언어와 디자인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시각 시스템뿐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와 제품 패키지 등 전반적인 톤앤매너를 일관된 방향으로 정리해 내부 구성원들이 브랜드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와 자부심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협업 성과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유빈 대표는 "기존 작업복 브랜드와는 차별성을 갖는 브랜드 키워드, 이미지 등을 구축할 수 있었고, 고객들에게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코어 메시지와 브랜드 자체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코어 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로고뿐 아니라 포장재를 비롯한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개선했다 / 출처=세컨드클로젯
로고뿐 아니라 포장재를 비롯한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개선했다 / 출처=세컨드클로젯

울산, 작업복 시장 혁신의 최적 거점으로 자리매김

이번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울산시의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다. 이유빈 대표가 울산을 사업 거점으로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데어바이 서비스는 제조업이 가장 대표적인 타겟이지만, 정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울산의 주력 산업뿐만 아니라 요식업, 호텔 서비스업 등 유니폼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고 이유빈 대표는 강조했다.

"울산을 거점으로 전국 확산을 도모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 및 규모의 기업이 있어 시장 검증에 최적인 도시"라고 설명했다.

울산시 및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지원 프로그램은 세컨드클로젯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이유빈 대표는 "울산에도 디자인과 관련한 지원 프로그램이 생겨서 너무도 반가운 마음"이라며 특히 "단순히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넘어 이를 현실에서 팔 수 있는 방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순 사업화 지원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심도 있는 교육과 함께 진행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단순한 패키지 지원을 넘어 이 정도로 브랜드 구축 및 브랜딩, 마케팅 지원에 이르는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향후 울산시의 지속적인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표했다. 이유빈 대표는 "기업의 성과를 전제하여 투자유치, 글로벌 진출 등 고도화 프로그램이 연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며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의 만남을 통한 네트워크 확대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울산대 캠퍼스에 위치한 울산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 출처=IT동아
울산대 캠퍼스에 위치한 울산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 출처=IT동아

양사의 지속적 파트너십 의지 눈길

브랜드디렉터스와 세컨드클로젯의 협업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전진수 대표는 "향후 데어바이 브랜드의 시장 확장과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 후속 브랜딩 단계에서도 협력할 여지가 많다"며 지속적인 협업 의지를 밝혔다.

특히 "프로그램의 기간이 비교적 짧아 브랜드 구축 이후의 시장 커뮤니케이션 전략(홍보, 콘텐츠 확산 등)을 더 깊이 다루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향후 후속 프로그램이 있다면 이 영역까지 확장 지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도 지방 제조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브랜딩 전문 파트너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질적인 성장 기반을 만들어주는 일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며 "특히 울산과 같이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에서 브랜딩을 통한 제조혁신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유빈 대표 역시 "브랜드디렉터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사 브랜드의 이해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브랜드 이미지 고도화 작업 및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한 협업으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이유빈 대표는 "데어바이는 제가 의류 디자이너로서 산업 현장에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이를 통해 세상에 도움을 주는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꿈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며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을 기반으로 산업 기술자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선진화된 산업 기술자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울산을 발판으로 작업복 시장 혁신에 도전하는 세컨드클로젯과 지역 스타트업의 브랜딩 혁신을 지원하는 브랜드디렉터스의 협업은 인상적인 성과를 냈다. 전통적 관행이 지배적이었던 작업복 시장에서 의류 디자이너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 그리고 울산시의 체계적인 지원과 브랜딩 전문가의 노하우가 결합된 이번 시도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모아진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