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CIT, ‘구리플랫 패키지코어’로 FIX·CES 혁신상 2관왕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AI가 활성화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고성능과 저전력, 친환경을 갖춘 차세대 소재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소재 개발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스타트업들도 독자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CIT(Copper Innovation Technologies)다.

지난 2023년 설립된 첨단 소재 기술 스타트업 CIT는 최근 평탄 구리 증착 유리 기판 ‘구리플랫 패키지코어(CuFlat-PKGCore)를 선보였다.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용 유리 기판에 구리를 얇고 평탄하게 증착한 제품이다. 이를 통해 CIT는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 혁신상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 혁신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CIT는 이들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절연체와 구리를 단결정 구조로 결합하는 CIT의 ASE 기술 / 출처=CIT
절연체와 구리를 단결정 구조로 결합하는 CIT의 ASE 기술 / 출처=CIT

독자 개발한 ASE 기술, 국제 학술지도 인정

CIT의 핵심 기술은 ‘ASE(Atomic Sputtering Epitaxy)’ 기술이다. ASE 기술은 절연체에 구리를 얇게 입히는 분자 접합 기술이다. CIT는 ASE 기술을 이용해 절연체와 구리를 단결정 구조로 결합한다. 별도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표면이 균일하고 열을 가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구리 원자를 한 층씩 쌓아 올릴 수 있어 박막 두께를 나노미터(nm) 단위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도 ASE 기술의 장점이다. 이를 통해 CIT는 3nm 이하의 평탄 구리 표면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ASE 기술은 학계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2022년 5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으며, 재료공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도 소개된 바 있다. 이들 학술지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고품질 연구 결과만 게재하기 떄문에 학계에서 높은 신뢰도와 영향력,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CIT는 ASE 기술을 이용해 고주파 통신 장비, 투명 안테나 및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패키지용 구리 증착 유리 기판 구리플랫 패키지코어도 선보였다.

차세대 반도체 위한 패키지 기판, 구리플랫 패키지코어

구리플랫 패키지코어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소재로 주목받는 유리 기판에 구리를 얇고 평탄하게 증착한 제품이다.

가장 큰 특징은 표면 거칠기다. CIT는 구리플랫 패키지코어의 표면 거칠기를 3nm 이하로 구현했다. 이는 현재 AI 가속기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 사용하는 소재 중 거칠기가 가장 낮은 동박(HVLP4)보다 200배 이상 낮은 수치다. 덕분에 고주파 신호 손실과 전력 소모가 줄어 빠르고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기판 설계의 자유도 역시 향상된다. 반도체 패키지 엔지니어의 설계 의도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

CIT가 ASE 기술로 개발한 구리플랫 패키지코어 / 출처=CIT
CIT가 ASE 기술로 개발한 구리플랫 패키지코어 / 출처=CIT

고온 환경에서의 안정성도 우수하다. 기존 구리 소재는 100°C에서 산화되지만 구리플랫 패키지코어는 250°C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한다. 발열이 심한 AI 가속기용 반도체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또한 구리플랫 패키지코어는 보로실리케이트(Borosilicate) 계열, 알칼리프리(Alkali-free) 계열 등 다양한 반도체 패키지용 유리 기판을 비롯해 코어와 인터포저 기판에도 적용할 수 있다.

CIT는 친환경 제조 공정도 실현했다. 혼합물이 아닌 순수 구리만 사용해 재료 낭비를 줄이고 공정 단계를 최소화했다. 기존 AI 가속기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공정의 필수 단계인 씨드 레이어 증착과 화학 기계 연마(CMP)를 제거해 공정을 단순화했다. 화학적 도금이 아니기 때문에 화학 폐수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100% 재활용 구리 스크랩을 사용해 기존 제품 대비 탄소 배출량을 95% 이상 줄였다.

구리플랫 패키지코어를 AI 관련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경우 에너지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 운영 온도(미국냉난방공조기술자학회 권장사항 기준 18~27°C)보다 약 20°C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어 전력, 물 등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와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CES·FIX 혁신상 수상,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화

CIT는 구리플랫 패키지코어로 국내외 전시회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지난 10월에는 대구에서 열린 FIX 2025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 기업에 수여하는 ‘FIX 이노베이션 어워즈’를 받았다.

CES 2026 혁신상에 선정된 CIT 구리플랫 패키지코어 / 출처=CES
CES 2026 혁신상에 선정된 CIT 구리플랫 패키지코어 / 출처=CES

CES 2026 혁신상(CES 2026 Innovation Awards Honoree)에도 선정됐다. CES 혁신상은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매년 CES 개막에 앞서 기술력, 완성도, 효용성 등을 종합 평가해 수여하는 상이다. CIT는 CES 2025에 이어 2년 연속 혁신상에 선정됐다.

CIT는 이들 성과에 대해 구리플랫 패키지코어의 낮은 표면 거칠기, 고온 환경에서의 안정성, 친환경 공정 및 에너지 절감 등의 기술력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CIT는 국내외 전시회 혁신상 수상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 유리 기판 및 투명 안테나 제조사,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과 제품 공급을 위한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또한 국내 대기업과 AI 가속기 기판 관련 개발을 공동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CIT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ASE 증착 기술의 활용도를 확장하고자 한다.

정승 CIT 대표는 “FIX 2025와 CES 2026 혁신상 수상은 CIT 독자 기술인 ASE 기술과 구리플랫 패키지코어의 우수한 기술력을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은 결과”라며 “AI 반도체 시대에 걸맞는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 전환을 동시에 실현함으로써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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