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일게임즈 "머더미스터리, 새로운 K-콘텐츠로 발전 가능성 충분"

[IT동아 박귀임 기자] 최근 드라마나 웹툰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추리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를 즐기는 마니아층도 점차 탄탄해지는 가운데 '머더미스터리(Murder Mystery)' 장르가 새롭게 떠오른다. 머더미스터리는 다수의 플레이어가 각자 역할을 맡아 특정 사건의 진상이나 범인을 추리하는 롤플레잉 추리 게임이다.

신채원 미스테일게임즈 대표 / 출처=IT동아
신채원 미스테일게임즈 대표 / 출처=IT동아

우리나라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씬' 시리즈를 통해 머더미스터리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방탈출 카페 시장이 확대되고, 추리 콘텐츠 마니아층이 형성되면서 머더미스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분위기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의 경우 이미 점포형, 공연형, 보드게임 형식 등으로 유행하며 검증된 사업 모델을 구축한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타트업 미스테일게임즈는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독자적인 머더미스터리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채원 미스테일게임즈 대표를 만나 사업 전략과 성장 가능성을 살펴봤다.

전공·취미 살린 창업으로 열정 가득

2025년 설립된 미스테일게임즈는 게임 콘텐츠 제작사다. 감춰진 진실이나 불확실하고 애매한 상황을 가리키는 '미스터리(Mystery)'와 이야기를 뜻하는 테일(Tale)의 합성어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소재로 게임 컨텐츠를 만드는 미스테일게임즈의 창업 의도를 잘 드러낸다.

신채원 대표는 PD를 꿈꾸며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 진학했다. 학교에서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로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고, 방송국에서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며 즐겁게 일했다. 특히 스토리텔링을 배우면서 시나리오 집필에 매력을 느꼈다. 방탈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추리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 관련 시나리오 집필도 희망했다. 그러던 중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을 접하고 취미로 즐길 정도로 빠졌다.

신채원 대표는 전공과 취미를 살려 미스테일게임즈를 창업했다 / 출처=IT동아
신채원 대표는 전공과 취미를 살려 미스테일게임즈를 창업했다 / 출처=IT동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을 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완성도 높은 보드게임도 찾기 어려웠다. 머더미스터리의 경우 우리나라 도입 초창기라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시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신채원 대표는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은 이야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공과 취미를 살려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하면 부담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 집필과 방송국 실무 경험이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 제작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신채원 대표는 뜻이 맞는 영화영상학과 동기와 둘이서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 제작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족함을 느꼈다. 보드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BGM과 풍부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음악과 디자인 기획 전문가를 각각 1명씩 영입, 4명으로 팀을 다시 꾸렸다. 추리 콘텐츠를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뭉친 만큼 열정적으로 보드게임을 제작하는 데 집중했다.

첫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 서사부터 BGM까지 공들여

미스테일게임즈의 첫 콘텐츠는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 '천서'다. 천서는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폐쇄 공간의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각자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니고 사건을 추리하며, 이야기가 진행될 때마다 반전과 스릴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다.

신채원 대표는 "천서를 기획할 때 서사에 집중했다. 서사를 완성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면서 "한국적인 요소에 이국적인 내용을 더해 더욱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강원도 태백산맥 속 세상과 단절된 수도원이 배경이고 살인사건 용의자는 4명"이라고 설명했다.

미스테일게임즈는 천서의 BGM에도 공을 들였다. 신채원 대표는 "기존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은 대부분 으스스한 음악만 제공한다. 하지만 천서는 바람이나 새소리 등 현장음까지 더해 실제 수도원에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신경썼다"며 "천서용 BGM은 게임 흐름에 따라 점점 고조되고, 이야기 상황에 따라 변주되기도 한다. 게임과 관련된 2시간 분량의 영상 역시 함께 제작해 몰입도를 높이는 데 힘썼다"고 설명했다.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 ‘천서’는 미스테일게임즈의 첫 게임이다 / 출처=미스테일게임즈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 ‘천서’는 미스테일게임즈의 첫 게임이다 / 출처=미스테일게임즈

천서는 현재 1차 테스트를 마쳤다.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을 즐기는 지인을 테스터로 선정, 피드백을 받았다. 신채원 대표는 "천서 테스터는 영상과 BGM으로 몰입이 잘된다는 반응이 컸다"면서도 "여러 증거를 적절한 장소에 배치하며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어려웠다. 팀원들끼리 자체적으로 테스트하며 오류를 발견하고 여러 번 수정 과정도 거쳤다. 이때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텀블벅서 900만 원 이상 후원 받아

미스테일게임즈는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천서를 공개했다. 텀블벅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대중의 후원(크라우드펀딩)을 모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천서는 지난 10월 00일부터 오는 11월 00일까지 후원을 받는다. 현재(11월 5일 기준)까지 230명이 900만 원을 후원했다.

신채원 대표는 "천서는 신생 제작사의 첫 게임인 만큼 큰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초반에는 200명만 후원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더 완성도 높은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미스테일게임즈는 지난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인디보드게임마켓' 행사에도 참여했다. 천서는 아직 출시 전이고, 머더미스터리 특성상 시연이 불가능하다. 이에 천서 관련 추리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관람객 300명 이상 방문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때 천서를 접하고 텀블벅 후원을 한 관람객도 다수였다.

미스테일게임즈는 10월 열린 인디보드게임마켓 행사에 참여해 천서를 선보였다 / 출처=미스테일게임즈
미스테일게임즈는 10월 열린 인디보드게임마켓 행사에 참여해 천서를 선보였다 / 출처=미스테일게임즈

신채원 대표는 "일부 관람객은 천서가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이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찾아왔다. 우리나라에서 머더미스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밝혔다.

미스테일게임즈가 창업 후 천서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국대학교 창업교육센터의 창업동아리로 선정됐기 때문. 창업동아리는 예비·학생 창업자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청년지원사업이다. 신채원 대표는 "창업이 처음이라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지원사업을 찾아 보던 중 창업동아리에 대해 알게 됐다"며 "창업동아리를 통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사업화 자금으로 천서 시제품 테스트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한 보드게임 개발사를 멘토로 연결해줘 천서를 완성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 기대…자체 IP 구축 목표

중국과 일본에서는 머더미스터리 관련 사업이 활발하다. 중국의 경우 '크라임씬'을 리메이크한 프로그램 '명성대정탐'이 큰 인기를 얻으며 현지 머더미스터리 유행에 영향을 미쳤다. 점포형, 공연형 등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거나 연극 형태로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규모 있게 발전했다. 일본은 다양한 소재와 난이도의 머더미스터리 게임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등 온오프라인 모두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신채원 대표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머더미스터리가 굉장히 인기다.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많다"면서 "우리나라는 이제 유행이 시작하는 단계다. 시중에 유통되는 머더미스터리 대부분 일본이나 중국 수입작이거나 번역본이다. 국내 제작 콘텐츠는 퀄리티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서가 경쟁력만 갖춘다면 해외로 수출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신채원 대표는 해외 진출을 고려, 천서의 번역 작업도 이미 시작했다. 2026년 2월 우리나라 출시 후 일본에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인 것. 일본의 머더미스터리 전문 사이트를 통해 판매 및 배포할 계획이다. 신생 제작사 입장에서는 인쇄나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부담도 덜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스테일게임즈는 단순히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체 IP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관련 굿즈나 웹툰 등 다른 미디어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둔다.

미스테일게임즈는 자체 IP 구축을 목표로 한다 / 출처=IT동아
미스테일게임즈는 자체 IP 구축을 목표로 한다 / 출처=IT동아

신채원 대표는 "머더미스터리가 새로운 K-콘텐츠로 대두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K-팝이나 고유 문화를 활용하면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이 나올 수 있고, 반대로 머더미스터리 보드게임이 드라마나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이야기 중심의 콘텐츠라 확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완성도 높은 첫 게임으로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 미스테일게임즈의 현재 과제다. 첫 게임이 좋으면 다음 게임은 자연스럽게 믿고 구매하게 되기 때문이다. 취미로 시작한 이들의 진지한 도전이 국내 머더미스터리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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