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USB 충전 조심! 주스 재킹 막으려면?
[IT동아 김예지 기자] 해외 여행 또는 출장 중 배터리 부족은 흔한 일이다. 최근 공항, 카페, 호텔 등 공공장소에는 무료 공용 USB 충전기가 곳곳에 구비돼 있다. 이는 매우 편리하지만, 한편으로 ‘주스 재킹(Juice Jacking)’이라는 위협이 숨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주스 재킹은 기기의 ‘충전’과 ‘하이재킹’을 결합한 용어로, 해커가 공공 USB 포트에 악성코드를 심어 충전 중인 기기에서 데이터를 탈취하거나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수법이다. 전력과 데이터를 동시에 주고 받는 USB의 역할을 악용한 것. 단순히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커에게 스마트폰 속 사진, 연락처, 이메일, 금융 앱의 인증 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공항 내 무료 USB 포트 사용을 자제하라고 공식 경고한 바 있다.
주스 재킹, 위험한 이유?
주스 재킹의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가 감염 사실을 눈치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악성코드가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은밀하게 실행되므로, 사용자는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도 이상 징후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동안 해커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몰래 탈취해 중앙 서버로 전송하고, 이를 다크웹에서 판매하거나 추가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 또한 기기를 잠그거나 랜섬웨어와 연계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공용 충전 포트 내부에 조작한 칩을 끼워 두거나, 내재적으로 조작된 악성 케이블을 비치해두고 유포하는 방식도 보고됐다. 심지어 USB를 통해 기기 내부의 펌웨어(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사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공격도 등장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는 2012년부터 USB를 통한 무단 데이터 접근을 막기 위해 사용자 확인을 요구하는 보안 절차를 마련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보안 체계 역시 뚫릴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우 USB 디버깅 기능(개발자가 기기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수정할 때 사용하는 기능)이 켜져 있으면 외부 명령 실행이 가능해 취약하다.
최근에는 ‘초이스 재킹(Choice Jacking)’이라 불리는 신종 공격 기법이 등장하며 iOS 기기도 위협했다. 이는 사용자가 선택하는 승인 창을 조작해 데이터 전달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안랩에 따르면, 특수하게 조작된 충전기만으로도 사용자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빼내고 접근 권한을 획득할 수 있다. 조작된 충전기가 마치 USB 키보드처럼 인식돼 블루투스를 활성화하고 자동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데이터에 접근 및 전송하는 방식이다.
한편, 애플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iOS 18.4 버전부터 충전 시 PIN이나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보안을 강화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15 버전에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 충전 중 잠금 해제를 방지하는 보안 조치는 완전히 구현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장소 충전 어떻게 해야할까?
주스 재킹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공 USB 포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가 접근 가능한 포트는 언제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다. 평소 보조 배터리를 휴대하거나, 220V 전원 콘센트를 사용해 충전하는 게 좋다. 참고로, 해외에서는 현지 맞는 전압(110V 등)을 확인해 맞는 어댑터를 챙겨야 한다.
만약 USB 포트를 써야 한다면, 데이터 차단 어댑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장치는 공공 USB 포트에 기기를 연결할 때 전력만 전달하고 데이터 통신은 완전 차단해 개인정보 유출 및 악성코드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안드로이드 기기라면 옵션에서 USB 디버깅 기능을 비활성화해둔다. 더불어 운영체제 및 보안 소프트웨어는 항상 최신 버전을 유지해 취약점 공격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계정의 비밀번호도 자주 변경해두는 게 좋다.
주스 재킹이 의심된다면
주스 재킹은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만약 기기가 손상되었다고 의심되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만약 충전 중 ‘이 장치를 신뢰하시겠습니까?’와 같은 의심스러운 메시지가 뜨면 무조건 ‘취소’를 선택해야 한다.
발열, 속도 저하 등 이상 징후가 지속 감지될 경우, 즉시 진행 중인 USB 연결을 중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백신 프로그램 또는 멀웨어 방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기기를 검사하자.
은행 앱, 이메일, SNS 등 계정들을 모니터링하고 해킹의 흔적을 확인해본다. 만약 의심스러운 활동이 발견되면 서비스 즉시 신고하고 보안 조치를 취한다. 필요하다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나 보안 업체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