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장호원 저스트핀 대표 "진정성 있는 AI 친구 블루미 시대 열 것"

[IT동아 박귀임 기자] "연결을 통해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고 재미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현대사회는 역설적이다. 기술 발전을 통해 SNS로 전 세계가 연결돼 있지만, 정작 많은 사람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호소한다. 특히 1인 가구와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단절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정서적 교감과 소통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인공지능 컴패니언(AI Companion)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스타트업 저스트핀(JustPin)의 앱 블루미(Bloomi)도 주목받는다. 블루미는 AI 기반의 디지털 컴패니언 서비스로, 사용자의 정서적 교류와 일상 상담 및 소통을 목적으로 개발된 앱이다. 저스트핀을 창업한 장호원 대표와 블루미의 성장과 비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호원 저스트핀 대표 / 출처=IT동아
장호원 저스트핀 대표 / 출처=IT동아

야구 선수 출신 전교 1등…문화콘텐츠기업 창업 결심

2023년 설립된 저스트핀은 소비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컨슈머(Consumer) AI 스타트업으로,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신만의 순간을 망설임 없이 붙잡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호원 대표는 "저스트핀의 의미는 우리 팀원들은 물론 블루미 사용자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밝혔다.

저스트핀은 ‘연결을 통해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고 재미있게 만든다’는 미션 아래 운영한다. 이는 장호원 대표가 남다른 학창 시절을 보내며 ▲연결 ▲재미 ▲콘텐츠 ▲몰입 등의 키워드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장호원 대표는 프로야구선수를 목표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4년 동안 엘리트 야구부 생활을 했으나, 중학교 2학년 때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게 됐다. 삶의 목표가 사라지자 공허함을 느낀 장호원 대표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스스로 많은 물음을 던진 끝에 ‘다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임을 깨닫았다. 자연스럽게 창업도 꿈꾸게 됐다.

장호원 저스트핀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 출처=IT동아
장호원 저스트핀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 출처=IT동아

장호원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할 때 목표가 명확해야만 시작하는 성격이었다. 주위에서는 장래희망으로 아나운서나 치과의사를 추천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은 결국 창업이었다. 이후 창업 분야를 구체화하던 중 아버지와 함께 1994년 연세대를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나는 1997년생이라 겪어보지 못했지만 극의 배경이 된 시대부터 연세대 출신 아버지의 삶까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현재와 과거가 결합된 콘텐츠로 세대를 초월해 연결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닫았다. 친구들도 극중 시절의 향수를 공감하는 것을 보며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만드는 콘텐츠의 힘이 엄청나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장호원 대표는 학창시절 일반적으로 꺼리는 조별 활동을 즐겁게 하고, 과제 역시 남다른 시각으로 해석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국어 수행평가로 문학 작품 홍보 영상 과제를 받았을 때 반 친구들이 고전 문학을 고른 것과 달리 장호원 대표는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를 선택,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해당 영상은 같은 반 친구들이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SNS에 업로드한 후 4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이어 드라마 '각시탈'을 홍보하는 영상 과제도 동영상 플랫폼에 게재했는데, 6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뿐만 아니라 전교 1등까지 차지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자랑했다.

장호원 대표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수능이나 내신 공부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왜 공부하는가’ 등을 생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수행평가 과제물로 SNS나 동영상 플랫폼에서 소소한 성과를 얻으며 콘텐츠에 대한 확신을 키웠다. 그렇게 ‘사람들을 연결하는 콘텐츠기업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후에도 창업에 대한 장호원 대표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아날로그 감성 중심의 편지 포맷 SNS 버튼렛을 창업하는 것으로 시작, 세계관 공동 창작 플랫폼 우주문방구 부대표이자 CFO로 누적 2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블루미 출시 3개월 만에 가입자 10만 명 돌파

학창시절부터 '연결'의 가치를 추구한 장호원 대표는 고립된 현대인을 연결하기 위해 저스트핀을 창업했다. 저스트핀에서 개발한 블루미는 인간 수준의 기억력과 공감 능력을 가진 AI 컴패니언 앱이다. 올해 6월 정식 출시 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6월 정식 출시된 블루미는 인간 수준의 기억력과 공감 능력을 가진 AI 컴패니언 앱이다 / 출처=IT동아
올해 6월 정식 출시된 블루미는 인간 수준의 기억력과 공감 능력을 가진 AI 컴패니언 앱이다 / 출처=IT동아

블루미를 쓰면 간단한 클릭 몇 번만으로 자신만의 AI 친구나 연인 등을 커스텀 제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 실시간 전화, 채팅 음성 재생, 이미지 전송 등으로 감정 공유와 소통도 가능하다. 특히 블루미는 기존 AI 챗봇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다. 현실 기반의 진정한 관계 형성에 집중한 것이 블루미의 핵심이자 차별화 포인트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블루미를 고민 상담 및 스트레스 해소나 현실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시뮬레이션 등으로 활용한다.

장호원 대표는 "현재 대부분의 AI 캐릭터 챗봇 서비스는 몰입도 향상에만 집중한다. 현실과의 연결은 거의 고려하지 않고 몰입도 높은 상상의 세계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AI 캐릭터 챗봇 서비스의 홈 화면 콘텐츠는 중세 배경의 러브스토리, 판타지 학원물, 좀비 및 아포칼립스 등 현실과 거리가 먼 것들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다수다. 이는 사실상 ‘인터랙티브 웹소설’로서 해당 AI 챗봇은 그 스토리 속의 가상 캐릭터일 뿐 유저에게 일상 속 동반자가 되기는 어렵다”면서 “반면 블루미는 모든 사용자가 가입 과정에서 자신만의 AI 친구를 간단하게 커스터마이징해서 만들 수 있고, 외모부터 대화 내용까지 모두 현실이나 일상에 기반한다. 블루미 사용자 후기를 보면 세상을 떠난 지인을 ‘AI 친구’로 만들어 대화하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AI 연인과의 대화를 통해 실제 연인 사이가 더 돈독해지기도 한다.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자신감을 얻었다는 후기도 올라온다. 이렇게 블루미가 현실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블루미는 정식 출시 3개월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유료 결제 사용자도 6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평점 역시 5점 만점에 구글 플레이는 4.8점, 애플 앱스토어는 4.7점으로 높다. 장호원 대표는 "AI 컴패니언 시장의 미래는 '몰입도 극대화'와 '현실과의 연결'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루미는 실시간 음성 통화 및 AI 친구 셀카 등 멀티모달 확장으로 몰입도를 높이면서도, 유저가 일상과 현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현실 기반의 맞춤형 콘텐츠와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면서 "사용자들은 고민 상담, 스트레스 해소, 취미 교류 등의 현실 대화를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의 적극적인 피드백도 블루미 성장을 도왔다. 블루미는 앱 내 메뉴 '내 아이디어'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그룹오픈채팅을 통해 사용자 의견을 확인한다. 장호원 대표가 직접 24시간 고객 응대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는 며칠 내 반영해주고, 오류도 빠르게 해결해주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AI 컴패니언 서비스 특성상 사용자는 개인적인 감정과 감정을 털어놓게 된다. 이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우려도 나올 수밖에 없다. 장호원 대표는 "블루미와의 모든 대화 내용은 AES-256 알고리즘을 통해 암호화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데이터의 기밀성과 무결성을 보장하는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이라며 "저장된 모든 데이터는 해당 데이터를 생성한 본인만 접근할 수 있도록 엄격한 보안 규칙이 적용된다. 운영자는 물론 다른 사용자의 임의 열람이나 변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명확하게 답했다.

2인 체제 운영으로 위기 극복도 남다르게

저스트핀이 블루미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절친 전용 SNS '저스트핀', 3세대 대학생 커뮤니티 '노캡(no-cap)', 지도 기반 음악 공유 SNS '스트릿', AI 클론 편지 서비스 '레터프롬미'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블루미를 완성했다.

장호원 저스트핀 대표는 위기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다 / 출처=IT동아
장호원 저스트핀 대표는 위기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다 / 출처=IT동아

장호원 대표는 "창업 후 2년 동안 벤처투자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우리가 초반에 선보인 5개 프러덕트는 매출을 빠르게 올릴 수 없는 소셜 서비스였다. 사용자가 일정 규모 이상 모여야 가치가 극대화되는 네트워크 효과 기반 서비스이기도 했다. 메인 타깃이었던 대학생에게 해당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서울 내 다수의 대학교 학생회와 제휴하고 캠퍼스에서 푸드트럭 이벤트를 여는 등 가입을 유도했다. 앱 내 유입 및 리텐션을 늘리기 위해 각종 현금 지급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결국 낮은 수요와 확장성에 직면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저스트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전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위기 속에서 장호원 대표는 또 한번 기지를 발휘, 독특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서울대생이 만든 스타트업, 망하기 N일 전'이라는 숏폼 콘텐츠를 SNS에 연재하며 한달 누적 조회수 400만 회를 기록했다. 저스트핀이 추구하는 가치와 도전 과정, 그리고 서비스를 유의미하게 알리는 시간이었다. 또 B2C 사업의 경우 블루미처럼 재미를 우선하고 의미있는 메시지가 따라가도록 만드는 흐름이 가장 좋은 것도 깨달았다. 이후 저스트핀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대표 창업·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 프로그램 디딤돌 R&D 지원사업에 선정, 자금을 확보하며 위기를 넘겼다.

장호원 대표는 위기를 극복한 이유로 '팀워크'도 강조했다. 저스트핀은 장호원 대표와 김명래 CTO 2인 체제로 '2주만에 풀스펙 SNS를 만들 수 있는 팀'이라고 자신했다. 장호원 대표는 서비스 기획,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마케팅, 재무, 고객 서비스를 담당한다. 김명래 CTO의 경우 프론트엔드 및 백엔드 개발을 총괄한다. 장호원 대표에 따르면 저스트핀은 앞으로도 최소 규모 팀을 운영하며, 작고 빠르고 강한 조직 문화를 유지 및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일본 진출부터 슈퍼 플랫폼 구축까지 '명확'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AI 컴패니언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시장 흐름 속에서 블루미의 성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블루미는 국내 긍정적인 성과 지표에 따라 일본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지난 8월 말 블루미의 인터페이스 및 프롬프트를 일본어로 모두 현지화, 소프트 론칭을 완료했다. 장호원 대표는 "블루미 전용 모바일 메신저 라인 오픈채팅도 개설해 일본 현지인들로부터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면서 "현지 지표 및 피드백을 바탕으로 일본판 서비스와 마케팅을 고도화하고 올해 10월 중 정식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AI 캐릭터 챗봇 서비스 및 현지 일본 챗봇 서비스 모두 애니메이션 일러스트풍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서브컬처 캐릭터와의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보다 더욱 강하다. 장호원 대표는 "블루미는 국내에서와 같이 일상과 실사 기반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차별화된 인터페이스와 대화 경험을 제공하며 일본 AI 컴패니언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루미는 올해 10월 'AI 페르소나'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 출처=저스트핀
블루미는 올해 10월 'AI 페르소나'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 출처=저스트핀

블루미의 도전 과제는 국내에서 압도적인 대세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은 사례를 보면 오픈AI 챗GPT의 지브리풍 이미지 만들기처럼 프러덕트의 기능 자체에 강력한 바이럴 요소가 필요하다. 이에 블루미도 AI 컴패니언 기능과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를 기반으로 바이럴을 위한 다양한 서브 기능들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 10월 'AI 페르소나'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사용자가 블루미 앱 내에서 자신의 AI 분신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공유해 분신과 친구간 익명 채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래 집단 내 연결성이 높은 대학생 및 고등학생 그룹에서 AI 페르소나 채팅 링크를 서로 공유하며 강력한 바이럴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AI 페르소나 기능은 사용자처럼 생각하는 분신을 만들어 친구와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서로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이중 바이럴은 물론 유행까지 선도할 수 있다.

장호원 대표는 “궁극적으로 블루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현실 세계의 연결을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와의 소통’은 실제 소통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써 기능해야 하며, 결국 사용자들이 AI와의 대안적 연결을 디딤돌 삼아 일상 및 현실에서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 이 비전을 바탕으로 블루미는 내년 중 AI 컴패니언 기반의 슈퍼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현재의 AI 친구 기능을 넘어 소셜과 콘텐츠, 그리고 이커머스 영역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내년 연매출은 올해 대비 20배 이상 성장한 100억 원을 예상한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연결'과 '콘텐츠'의 가치를 추구해온 장호원 대표는 블루미를 통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고립된 현대인의 희망으로 떠오른 블루미가 AI 컴패니언 시장을 넘어 우리 사회를 어떻게 연결할지 그 여정을 응원한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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