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금융·기업에 새로운 기회 제공”
[IT동아 한만혁 기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뿐 아니라 활용도가 주요 화두로 제기되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9월 30일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및 확산을 위한 주요 쟁점과 과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스테이블코인 우려, 규제로 통제 가능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전진 삼성글로벌리서치 금융솔루션연구실 박사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우려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전진 박사는 현재 전통 금융권에서 제기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를 4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통화 가치 안정성이다. 민간이 발행한 통화가 유통되면 화폐 가치가 달라지고 통화 시스템이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19세기 미국 자유 은행 시대에는 은행이 각자 통화를 발행했는데, 시중에서 같은 1달러 지폐도 가치가 달랐다. 스테이블코인도 아무런 규제 없이 누구나 발행하도록 허용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 문제는 법정 화폐와 1대 1로 교환하는 방식을 의무화하면 간단히 해결된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우려는 ‘코인런(대량 환전 요구)’이다. 스테이블코인 이용자가 몰려서 법정화폐로의 환전을 요구하면 발행사는 준비자산을 시장에 대량으로 매각하게 되고, 이는 금융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진 박사는 “코인런이 발생하면 금융 시장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며 “하지만 100% 준비금 보유, 준비금에 대한 정기 공시 및 외부 감사, 자본금 규제 등을 통해 코인런 발생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셋째는 통화 정책 유효성이다. 민간이 발행한 통화는 중앙은행의 통제권 밖에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전진 박사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이론적, 실질적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논리적으로 추론해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통화 정책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이 확장된 통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량을 높이면, 가상자산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의 통화량도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네 번째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량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다. 전진 박사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량 지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통화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인 통화 역할을 한다고 가정해도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라고 단언했다.
전진 박사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위험 요소는 규제와 제도적 장치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라며 “혁신 서비스 개발이 촉진되도록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가 발행에 집중돼 있는데, 유통 영역도 신경 써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스테이블코인, 금융산업·기업에 긍정적 영향 미칠 것
전진 박사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금융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며 금융산업과 기업 금융에 많은 기회 요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급과 결제가 동시에 이뤄져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새로운 투자 상품 개발, 토큰화 자산의 거래 활성화, 블록체인 기반 신사업 개발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생산성이나 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제를 진행한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기업 수익 구조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커머스 기업의 경우 결제 수수료가 평균 2~2.5%이고 순이익은 4~5% 정도인데,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결제 수수료가 없어지면 순이익이 40~50%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순이익을 늘리고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자 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민승 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은 화폐보다는 금융망에 대한 재정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에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은행, 카드사 등 제3자가 관여했지만,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거래한다”라며 “사업자들은 직접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 중심 규제, 생태계 협력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용자 중심 규제 설계, 기업 정보 보호 방안, 법적 기반 마련, 생태계 협력 등 다양한 화두가 제기됐다.
윤성후 우리은행 부장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 최종 사용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용자인 기업이나 개인이 매력을 느끼고 사용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정보 보호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거래 기록이 투명하게 노출되고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은 기업 정보 보호 측면에서 적지 않은 위험 요인”이라며 “가격 전략, 매출 흐름 등은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보인 만큼 기업 보호를 위한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 안정성과 혁신의 관점에서 균형을 맞춰야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민강 KB국민은행 팀장은 생태계 구성원 간의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통화 주권 수호를 위해 전통 금융사와 결제 및 거래 인프라 기업, 블록체인 기술 기업, 리테일 및 유통 기업 등이 전방위적으로 협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지혜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법적 기반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은 공통점으로 명확한 규제 준수와 법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라며 “가상자산 기본법 입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인가제를 도입하고, 준비 자산 요건이나 감사 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라며 “기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신뢰도, 이용자 기반을 활용하면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스테이블코인 예상 활용 영역을 제시하고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거래 수단으로 대부분 활용되지만, 점차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확장될 것”이라며 “국경 간 거래, 플랫폼 내에서의 활용, 토큰화 자산 거래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금융당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근거를 통해 도입 기반 마련, 국내 유통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스테이블코인 기반 금융 상품, 자산의 토큰화,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금융 자동화 등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고민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안도걸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금융 혁신의 수단으로 다양한 신산업을 일으킬 것”이라며 “위험 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혁신을 극대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러 우려 탓에 머뭇거리는 사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라며 “관련 규제가 확립되고 생태계가 구축되어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