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닷큐어 “목소리로 숨은 심장질환 잡는다…AI 헬스케어 솔루션 하트투보이스”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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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예지 기자] 심부전은 우리 몸의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고혈압, 당뇨, 비만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심부전의 잠재적 위험군에 속한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모호하거나 경미해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한심부전학회에서 발표한 최신 ‘2025 심부전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환자는 약 175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한심부전학회와 심평원 자료(2020 팩트시트)에 의하면 국내 심부전 환자의 1년 내 재발률은 50%, 5년 내 사망률은 50%에 이를 만큼 관리가 시급한 질환이다. 그러나 기존 진단법은 여러 검사를 종합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고, 조기 진단이 어려워 효과적인 관리도 쉽지 않다. 1인당 연간 의료비는 850만 원에 달할 정도다. 이 문제를 인공지능(AI) 기술과 목소리로 풀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에이닷큐어(A.Cure)다.
에이닷큐어는 AI 음성 분석 기반의 심부전 판별 및 중증도 예측 솔루션 ‘하트투보이스(Heart to Voice)’를 제공한다. 이 솔루션은 환자의 목소리를 분석해 심부전 여부와 위험도를 비침습적으로 판별한다. 복잡한 검사 절차를 간소화하여 환자의 건강 관리를 돕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올해 중에는 중증도 분석 기능을 고도화해 복약 지도, 운동 시기 안내 등 맞춤형 관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1호 경험을 바탕으로
정경호 에이닷큐어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고 임상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 전문가다. 그는 10년 넘게 연을 이어온 공동 창업자 김응주 고려대 교수가 2023년 미국 심장학회에서 심부전 상태 판별 AI 모델 연구로 상을 받은 후, 함께 사업을 시작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상용화를 미룰 수 없다는 확신이 생긴 그는 2024년 본격 사업을 시작했다.
정경호 대표는 “심부전 초기 증상은 숨이 가쁘거나 피로를 느끼는 등 비특이적 증상과 유사해 판별이 어렵고, 완치가 불가능한 특성상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1년 재발률이 50%를 넘어선다”며, “하트투보이스는 기존 의료 시스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환자가 응급 상황에 이르기 전 미세한 음성 변화를 통해 이상 징후를 조기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하도록 돕는다. 환자들이 적시에 병원을 찾아 막대한 의료비가 발생하는 응급 입원 및 수술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음성 기반 심부전 판별 하트투보이스
하트투보이스의 핵심은 음성 분석을 통한 심부전 진단이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폐울혈로 인해 목소리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는데, AI가 이 변화를 포착해 심부전 여부와 중증도를 판단하는 원리다. 정경호 대표는 “’대한민국 만세’와 같은 특정 문장을 발음하게 해 심부전 여부를 판단한다. 20초 음성을 1초 단위로 쪼개고, 다시 100개로 나눠 특징을 추출하는 방식”이라며, “올해 중에는 자연스러운 대화만으로도 판별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에이닷큐어는 심부전의 중증도를 정밀하게 평가해 환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고 있다. 단순히 음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혈액검사(NT-proBNP), 초음파, 심전도 등 9가지 심부전 임상 지표를 음성 데이터와 결합했다. 정경호 대표는 “심부전은 혈압처럼 수치로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 여러 검사를 종합해 의사가 판단하는 질환이라 AI 개발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에이닷큐어는 비지도 학습(정답 라벨이 없는 데이터를 비슷한 특징끼리 군집화해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을 통해 복합적인 임상 지표를 학습시키고 ‘정상(normal)’, ‘경증(mild)’, ‘중등도(moderate)’, ‘중증(severe)’의 4단계로 분류할 예정이다. 정경호 대표는 “124명을 대상으로 4개 기관 임상을 진행 중이며, 기존 90.4% 정확도를 95%로 끌어올리는 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음성만으로도 심부전 정밀 검사를 받은 것과 유사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비의료 투트랙 시장 공략
에이닷큐어는 의료 및 비의료 영역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의료 영역은 ▲병원용 검사장비 ▲환자용 개인 모니터링 기기 ▲약물과 연동된 디지털 융합의약품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각각 임상 및 식약처 인허가를 거쳐 1차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에서 활용할 검사 장비 및 개인용 모니터링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중증도에 따라 약물 복용량이나 복용 시점을 안내하는 디지털 융합 의약품으로 발전시켜 환자 관리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경호 대표는 “의료 영역은 식약처 허가가 필요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근거 기반의 신뢰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내년부터 식약처 승인 임상시험을 개시해 단계적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증도에 따라 이뇨제의 투여 여부와 용량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가이드함으로써 불필요한 투여를 예방하고 환자의 상태에 최적화된 복용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의료 영역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관리하는 웰니스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 시니어 레지던스를 비롯해 요양병원, 보건소 등에서 AI 스피커와 웨어러블 기기 등과 접목해 차별화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정경호 대표는 “사용자가 AI 스피커 또는 워치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면 음성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응급상황을 예방하는 프리미엄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에이닷큐어는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기술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모빌리티 분야 진출도 준비 중이다. 차량에 탑재돼 운전자 안전을 관리하는 용도로, 심부전뿐 아니라 음주 측정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폰 또는 스마트 워치에 탑재되는 방식이다. 정경호 대표는 “시니어 레지던스, 보건소 등에서 심부전 고위험군의 음성 데이터를 사용자 동의 하에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 AI 모델을 끊임없이 고도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렇게 확보된 양질의 데이터는 질환 판별의 정확한 근거를 공고히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 질환 분야 확장…해외 진출 본격
2024년 에이닷큐어는 고려대학교 의료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교원 창업한 후 정부 과제를 수행하며 투자 라운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에이닷큐어는 연내 자체 개발 AI 기반 음성 분석 기술을 고도화하고, 고대의료원의 의료 데이터 및 연구결과를 반영해 AI 모델 성능을 지속 개선할 계획이다. 내년 중 국내 확증 임상시험과 식약처 인허가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미국, 일본, 싱가포르,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도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협업 기업으로 선정된 게 도움이 됐다. 정경호 대표는 “미라클 프로그램을 통해 알고리즘의 개발 환경과 서비스 운영 환경을 구축했다. 또한 해외 투자자들과 만나 임상 또는 유통에서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닷큐어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심부전 솔루션을 넘어 목소리를 활용한 응급성 질환 예측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성공 사례를 만들어 기술 신뢰를 확보한 뒤, 천식 등 응급 상황이 중요한 다른 질환으로 솔루션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발달 장애 분야에서는 이미 서울대 및 연세대와 함께 국가 과제를 수행하며, 아동의 음성과 행동 변화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정경호 대표는 디지털 의료 분야에 선행 사례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헬스케어 시장에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에이닷큐어가 후발주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디지털 의료 산업 전체 성장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