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영업人] 운영기술(OT) 분야 디지털 전환의 정석, '한국지멘스'
※ 21세기는 기술경쟁의 시대입니다. 수많은 빅테크 기업이 지금 이 순간도 기술과 제품을 놓고 전 세계 산업 현장에서 경쟁합니다. 그리고 이 경쟁의 현장이 바로 기술영업입니다. 기술영업은 기술적 이해가 필요한 영업으로, 주로 기업 대 기업 간 영업에서 이뤄집니다. 기술영업 전선에서는 기업의 기술력과 실력으로 경쟁하고, 그 결과가 IT 기업이 움직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오늘날 현장에서 기술영업人들이 어떻게 경쟁하는지, 기술과 기업, 사람을 들여다보겠습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운영기술(OT) 업계에서 센서와 같은 소형 하드웨어부터 제품 수명 주기 관리(PLM) 소프트웨어, 그리고 다양한 산업용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든 요소를 연동하는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은 지멘스가 사실상 유일하다. 각 구성 요소별로는 경쟁사가 존재하지만, 지멘스는 종단 간(end-to-end)과 수평적 접근을 모두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솔루션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멘스는 1847년 독일에서 설립된 글로벌 기업으로 현재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지멘스는 1950년대 전후 재건 사업으로 진출했고, 1971년 지멘스 전기 주식회사 설립을 시작으로 본다. 지멘스의 사업은 항공우주, 화학, 건설, 조선 등 전통적인 인프라 사업부터 산업 자동화 및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디지털 인더스트리, 스마트 인프라, 모빌리티 및 오토모티브 등 수십 가지 산업 분야에 걸쳐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분야는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 전환은 기존 산업을 디지털화해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사실상 모든 산업분야가 대상이다. 한국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부문 장덕진 부장을 만나 지멘스의 디지털 전환 방안과 현장에서의 경쟁을 면밀하게 짚어봤다.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는 ‘디지털 전환 여정의 지향점’
장덕진 부장은 시스템 자동 제어를 전문으로 하며, 외국계 공정제어 전문회사 통합 제어 시스템 (Integrated Control & Safety System) 영업을 맡았고, 한국지멘스에는 2023년 8월에 합류해 현재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디지털 엔터프라이즈(DE)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다.
장덕진 부장은 “2008년부터 자동제어 시스템과 네트워크 등 OT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특히 프로세스 산업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멘스의 솔루션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지멘스의 기술력은 인상적이었다. 포트폴리오가 체계적이고, 지원하는 산업군도 폭넓어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돋보였다. 단순한 공급자를 넘어,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파트너로서의 가능성을 느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보고자, 더 많은 도전과 성장을 위해 한국지멘스에 합류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사업부는 크게 비즈니스 사업부문과 영업부문으로 구성된다. 장덕진 부장은 “한국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DI)는 본사와 조직 구조가 유사하며, 이를 바탕으로 본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은 물론 국내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고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업 부문은 각 제품에 대한 기술 지원, 제품 프로모션, 기술 세미나, 산업별 맞춤형 설루션 개발 등을 담당하며, 고객의 기술적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라며 사업 부문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영업 부문은 산업군별로 전문화된 팀으로 구성되며, 시장과 개별 고객의 특성에 맞춘 밀착형 대응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또한 공식 파트너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지멘스 설루션을 현장에 제공하고, 고객과 지멘스, 파트너 간의 유기적인 협력 생태계를 통해 자동제어 및 OT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라고 정리했다.
디지털 인더스트리 사업부의 주요 역할과 사업에 대해
최근 산업 현장에도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불면서 디지털 인더스트리 사업부도 함께 바쁘다. 장덕진 부장은 “한국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사업부는 고객사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지멘스는 ‘지멘스 엑셀러레이터 (Xcelerator)’라는 오픈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단일 제품 단위가 아닌, 기업 전체 제품군의 디지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설계됐다”라고 말했다.
지멘스 엑셀러레이터는 선별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지털 서비스 등을 통합한 포트폴리오와 다양한 설루션을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마켓플레이스, 그리고 산업 전반에 걸친 파트너 네트워크로 구성된 에코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장덕진 부장은 “세 갈래의 구조를 통해 지멘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설루션을 빠르고 유연하게 제공하며, 고객과 파트너, 지멘스가 함께 협력하는 생태계를 바탕으로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한다. 지멘스 엑셀러레이터는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하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보시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포트폴리오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제품군과 교육, 파트너십 등을 확장한 기업은 자연스레 생태계에 참여하게 된다.
장덕진 부장은 “최근 산업용AI,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 정의 제조 분야의 비즈니스 확장이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전환 또한 점차 생태계 중심의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지멘스는 자사의 API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고, 이러한 서비스들이 엑셀러레이터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거래되며, 궁극적으로 지멘스의 포트폴리오와 연계되는 유기적인 흐름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지멘스 엑셀러레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장덕진 부장은 “지멘스 엑셀러레이터의 디지털 트윈 기능을 활용하면 공장을 짓기 전이나, 완공 후 공장을 운영하고 유지보수 할 때 가상의 공장을 만들어 성능이나 작동 방안을 예측할 수 있다. 가상 공장은 3D 도면을 기반으로 설계되며 시각적 외형뿐만 아니라 동작 논리나 소프트웨어 연동까지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단일 기계뿐만 아니라 공장 라인의 구성, 흐름, 투입 시점부터 산출까지 연결되는 모든 시스템이 구현된다. 시뮬레이션은 실제 설계를 기반으로 해 공사 기간을 30%가량 줄이고 시운전까지 지원하며, 공장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성능 저하나 문제점도 파악할 수 있다. 과거에는 공정의 변경 및 검증을 단계적으로 진행했는데 이제는 실제 공장의 데이터를 가상 공장에 반영하는 라이브 트윈으로 동작한다. 가상의 공장 환경부터 실제 공장 구현에 필요한 모든 포트폴리오를 갖춘 게 지멘스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생성형 AI나 분석형 AI도 지멘스 엑셀러레이터에서 통합 제공된다. 장덕진 부장은 “불량률 검사나 제품 고장을 사전에 예견하는 예지보전 등에 AI가 쓰인다. 일반적으로 AI 학습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지멘스는 전 세계의 공장과 다양한 산업군으로부터 데이터를 확보해 AI 개발이나 검증 시간을 크게 줄여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설치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AI를 제공한다. 또한 코파일럿을 통해 제품별 AI를 탑재하고, 캐드(CAD) 작업 내역 등으로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3D 도면으로 만드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동종업계와의 경쟁, 한국지멘스는 어떻게 대응할까
국내에도 이미 한국지멘스의 직접 경쟁사인 미국, 일본계 OT 기업들이 있다. 경쟁에는 어떻게 대응할까? 장덕진 부장은 “엔드 투 엔드(end-to-end), 즉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설루션을 원하는 사용자가 많다. 지원 범위와 생태계는 지멘스가 가장 넓으며, 자사 설루션만으로도 완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많은 고객이 여러 제조사의 제품을 혼합해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이 가능한 것도 지멘스가 오랜 기간 제조 표준화에 투자한 덕분이다. 지멘스는 산업용 프로토콜과 통합 기준 마련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관련 분야에서 확고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덕진 부장은 실제로 영업 현장에서 표준화가 갖는 강점을 더욱 강조하는 편이다. 장덕진 부장은 “고객사는 설루션을 결정할 때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여러 기업을 직접 만나 검토한다. 이때 지멘스는 가격 경쟁력보다 호환성과 향후 확장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실제로 2018년 국내 공장들 사이에서 디지털 전환이 활발히 추진됐는데 실패 사례가 꽤 나왔다. OT 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업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답보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OT로 접근하는 것보다, OT를 기반으로 IT로 확장해 나가는 접근 방식이 올바른 정석으로 인식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고객 기업과 만날 때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덕진 부장은 “기업들의 공통된 목표는 디지털 및 시스템 고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나 방향성에 있어 고민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영업 담당자는 고객사를 만나 이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이 디지털 전환 전반에 해당하는지, 특정 시스템의 고도화인지, 혹은 기존에 공급된 제품의 확장 활용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디지털 트윈, 에너지 관리 기술처럼 아직 시장 내 포트폴리오가 명확하지 않은 분야일수록 고객사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더 자주 만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요구와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부합하는 설루션을 제안하는 게 핵심이다. 고객의 요구가 단일 사업부를 넘어설 경우 적절한 사업부를 연계하거나 두 개 이상의 사업부문을 통합해서 제안하는 것도 영업 부서의 역할이다. 고객과 기술, 내부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게 디지털 고도화 시대의 영업 전략”이라고 정리했다.
사업 대상의 규모가 큰 만큼 파악하는 과정과 진행에도 투입되는 공수가 클 텐데, 단순 경쟁사와 비교하는 건인지는 어떻게 구분할까. 장덕진 부장은 “기회가 진정성을 갖추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의 기존 구매 이력과 친숙한 제품군, 그리고 실제 프로젝트로 진행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지멘스는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운영기술을 연계하는 노하우가 풍부하므로 제품 자체는 경쟁사 것을 사용해도 시스템 통합 측면은 지멘스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통합성 부분까지 고려해 고객과의 접점을 마련한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트윈에 기여하고, 현장의 답이 되겠다
OT 업계의 기술영업인이 갖춰야 할 소양의 깊이와 너비가 상상 이상이다. 장덕진 부장에게 어떤 기술과 경력이 도움이 될지도 물었다. 장덕진 부장은 “OT 분야든 IT 업계든 폭넓은 지식과 이해를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 특히 OT는 각 제품군마다 특성이 상이하며, 제품의 구성과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해야 적재적소에 적용할 수 있다. OT 산업은 안정성과 장기 사용이 핵심이어서 IT 분야처럼 빠르고 즉시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다양한 관련 지식을 폭넓게 다루는 게 필수다. 산업공학 분야에 적성이 맞지만, 전자공학이나 기계공학 등 이공계열 전반이 OT 분야에서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담당자로서 산업 현장과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일환으로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사업부는 매달 다양한 산업군을 대상으로 한 정기 웨비나 시리즈를 운영하며, 디지털 트윈, 산업 자동화, 스마트 제조 등 최신 기술 동향과 실제 적용 사례를 공유한다. 장덕진 부장은 “현장의 목소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여정에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웨비나 같은 활동도 적극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지멘스의 기술영업 담당자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물었다. 장덕진 부장은 “한국지멘스에 합류한 것 자체가,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거나 디지털 트윈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OT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지만, 지멘스는 OT를 기반으로 출발해 IT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멘스는 OT 기업으로서 산업 현장에 훨씬 더 가까이 있으며,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보다 명확한 해답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도록 꾸준히 지원하고, 그 과정에 지속적으로 일조하겠다는 각오다”는 뜻을 밝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