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다소니 “우리나라 전통 건강식품을 현대화해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강형석 기자] 도라지는 홍삼과 달리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주류는 아니다. 반찬, 차 등 식품으로 소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맞춤형 건강 관리가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유행으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기능성 원료를 활용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도라지도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분말, 스틱, 젤리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제품을 알리는 게 아니라 뚜렷한 메세지로 틈새시장을 만들고 있는 농식품 스타트업이 있다. 성별 맞춤형 흑도라지청을 선보인 다소니가 대표적이다. 농업회사법인 다소니는 한국 전통 건강식품을 현대화하고 고부가가치화된 농가공 식품을 연구 개발하는 농식품 스타트업이다. 아홉 번 찌고 말리는 구증구포 공법을 적용한 흑도라지청부터 이너뷰티 식품, 전통음식 밀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IT동아는 김희정 다소니 대표를 만나 제품 차별화 과정 계기와 향후 목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연히 인연을 맺은 농업에서 가능성을 보다
“건강 때문에 20년 이상 다녔던 교육회사에서 퇴사한 이후 우연한 기회로 농어촌 컨설팅과 체험학습, 인성학교 과정을 지원하게 되면서 농업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전국 각지의 농가를 방문하며 안타까움을 느꼈어요. 정말 좋은 농가공 식품들이 판로를 찾지 못하거나 소비자 소비 욕구를 자극하지 않는 디자인으로 외면받고 있었거든요. 차별화된 농가공 식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싶어 다소니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김희정 대표는 홈페이지 개설 방법, 온라인 마케팅 교육 등 농가의 디지털 전환을 돕다 창업을 결심했다. 전국 농가를 돌며 경험한 것을 토대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창업 전선에 뛰어들 수 없었다. 시장성과 잠재력을 갖춘 소재가 필요했다. 김희정 대표는 다양한 국내 농가공 식품 소재를 찾던 중 도라지가 눈에 띄었고 제품 개발을 거쳐 여성 창업 경진대회에 참가했다.
창업을 위해 참가한 여성 창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손에 쥔 김희정 대표는 도라지 제품 고도화에 나섰다. 주목한 것은 홍삼 제조 방식이었다. 홍삼은 인삼을 찌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찌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면역력, 항암, 항산화에 효과가 있는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응축된다. 도라지에도 동일한 제조 과정을 거치면 사포닌 성분을 응축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도라지 제조에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리는 구증구포 공정을 도입한 이유다.
구증구포 방식은 도라지 효능을 강화하는 것 외에 쓰고 아린 맛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소비자들은 기관지 건강을 위해 도라지 제품을 구매하지만 특유의 쓰고 아린 맛 때문에 장기간 섭취를 꺼린다. 하지만 구증구포 공정을 거쳐도 특유의 맛과 향을 억제하는 건 쉽지 않았다. 맛을 억제하지 못하면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갖출 수 없다 보고 도라지의 효능은 유지하면서 맛을 보완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성별 맞춤’ 개념 도입한 흑도라지청 제품으로 차별화 구축
김희정 대표는 단순한 흑도라지청 제품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어렵다 판단하고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도라지청 시장은 ▲유기농 ▲도라지 함량 ▲자가농 등 세 가지 특징을 앞세워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고급스러운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청년 농부 같은 이야기를 담은 제품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은 판매를 위한 기본 조건일 뿐,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할 결정적인 한 방은 아니라고 봤다. 김희정 대표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개인 관리 영역으로 전환되는 흐름에 맞춰 '성별 맞춤' 개념을 제품에 도입했다.
다소니 흑도라지청은 남성, 여성 체질에 맞춰 재료를 다르게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남성용 제품에는 구기자, 복분자, 오미자, 흑마늘 등을 첨가했다. 복분자는 물엿, 설탕 등 인공 감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의 단맛을 내고자 선택한 재료다. 여성용 제품에는 산수유, 미네랄(해양심층수), 칡 등을 첨가했다. 개발 초기에는 여성 호르몬에 좋다고 알려진 석류를 쓸 예정이었으나 국내산 원료 수급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에스트로겐 성분이 풍부한 '칡'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성별에 따라 제품 성분이 다른 것 외에 제품 포장에도 공을 들였다. 각 제품에 색상 차이를 줘 "같은 흑도라지청 제품인데 왜 포장 색상이 다를까?"라는 궁금증을 끌어내도록 유도했다. 성별 맞춤 콘셉트는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라는 게 김희정 대표의 설명이다. 비용, 홍보 인프라 등이 부족해 제품을 시장에 알리는 것이 제한적인 중소기업 입장에서 최적의 전략인 셈이다.
흑도라지청의 과학적 근거를 쌓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만연한 '이 성분이 많이 함유됐다'는 식의 경쟁을 넘어, 실제 효능을 검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희정 대표는 흑도라지청의 효능 검증을 위해 세포 증식과 면역학 전문 교수 두 명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효능을 강조하는 홍삼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략처럼 흑도라지청이 면역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할 예정이다.
실험은 두 가지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히알루론산 같은 특정 성분을 면역세포에 투여했을 때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다. 최근 검사 결과 면역 세포 증식이 빠르다는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게 김희정 대표의 설명이다. 이어 세포 수준에서 확인된 효과가 생물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 공인 기관인 대구경북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동물 대상 실험이 진행 중이다. 혈액 내 백혈구 수치 변화를 분석해 면역력 증진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다소니가 진행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기반한 전략적 결정이다. 소비자들은 건강식품 구매 시 브랜드를 중시하면서도 과학적인 데이터를 신뢰한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도라지에 익숙하지 않지만 과학적 증거를 선호하는 해외 바이어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쓰일 것으로 보인다.
농가공 식품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인 다소니에도 고민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온ㆍ오프라인 시장 판로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대기업과의 경쟁이다.
김희정 대표는 한때 파트너였던 유통 플랫폼이 데이터를 무기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돌변하는 게 중소기업 성장의 제한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대형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고수수료, 무료 배송 강요, 광고비 증가 압박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점도 덧붙였다. 많은 광고비를 쏟아부어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박리다매' 형식의 판매 전략은 제품 가치를 낮추고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입장이다.
인재 확보의 어려움도 다소니의 고민이다. 비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이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김희정 대표는 “출퇴근 수단 및 상관 등 지역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방에서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가 어려워요. 제한된 인력으로 최대한 성과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소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첫 번째는 낮은 이익이 재투자를 막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수익을 제품 개발과 홍보에 적극적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정부 지원 사업, 수출 상담회, 국내외 전시회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외부 지원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차별화된 상품과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제품 개발을 통해 끊임없이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것이다.
전략을 구체화하고자 다소니는 2026년 1월, 창업보육기관을 떠나 자체 생산 공장과 부설 연구소에 입주할 예정이다. 자체 생산 및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전통식품의 현대화로 세계 시장에 나설 것
2024년은 다소니에게 의미 있는 해였다. 연구개발 과제에 선정되어 흑도라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본격화했고, 미국 애틀랜타 지역 바이어의 주문을 받아 수출 실적도 달성했다. 미국 서부 지역 판촉전에 참가해 흑도라지청을 알린 점도 성과로 꼽힌다. 매출도 자연스레 상승 중이다. 2025년 상반기에만 2024년 전체 매출의 70%를 달성했을 정도다. 김희정 대표는 “다소니 브랜드 제품이 입소문을 타며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5년 상반기 매출 추이를 바탕으로 연매출 150%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소니는 현재 전통 도라지 브랜드 ‘올가득’, 다이어트 보조 식품 브랜드 ‘에이그릿(a:greet)’ 등 건강기능식품 중심으로 제품군을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전통 식품을 밀키트화 한 ‘밀키트 연구소’ 브랜드를 전개할 예정이다. 다소니는 밀키트 시장 진출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희정 대표는 "전, 잡채 등 우리나라 전통 음식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밀키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파전만 해도 토핑과 소스에 따라 수십 가지 조리법이 있어요. 최근 우리나라 식품에 대한 외국 시장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밀키트 연구소 제품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애틀랜타, LA, 댈러스 등 한인 밀집 지역의 시장 분위기를 파악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다소니가 농가공 식품 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도움이 있었다. 창업보육기업으로 선정된 다소니는 전시회 참가, 온ㆍ오프라인 홍보 지원 등을 받으며 제품을 알렸다. 시제품 개발 지원 외에 컨설팅, 네트워크 지원도 제공됐다. 흑도라지청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줄 연구개발 전문가의 연결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네트워크 지원으로 이뤄졌다. 김희정 대표는 “다소니의 사업 방향성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판로 개척, 바이어 매칭 등 다양한 지원으로 성장 초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다소니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다소니는 사랑을 의미하는 옛말, 닷옴에서 유래한 겁니다. 과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닷옴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이것이 현대에 오며 다소니가 된 것인데요. 이 의미를 살려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정성과 사람을 담아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어요.”
김희정 대표는 다소니의 성장과 가치 구현을 목표로 다양한 농가공 식품을 선보이고자 한다. 우리나라 전통 식품을 현대화하고 세계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