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엘연구원 "AR 3D HUD 화질 저하 막고 고품질 제품 양산 도울 국제표준 개발"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헤드업 디스플레이(이하 HUD)'는 차량의 주행 안전을 확보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주행 정보를 전방 유리에 투사, 운전자 시선 분산을 막는 덕분이다. 나아가 HUD는 현실 공간에 3D 콘텐츠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 3D HUD로 진화, 실제 도로 위에 다양한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운전자의 안전 운전을 돕는다.

그런데, AR 3D HUD의 화질과 기능을 평가하는 국제 표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3D 디스플레이의 특성과 기술 모두 복잡한 탓에 표준화된 측정 방식을 고안하기 어려워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연구기관 키엘연구원이 3D 디스플레이 화질 저하를 일으키는 얼룩(Moire) 유무를 측정할 방법을 포함, AR 3D HUD의 화질 특성에 대한 국제 표준을 만들어 주목받는다.

AR 3D HUD 구현 원리 및 활용 이미지 / 출처=교세라
AR 3D HUD 구현 원리 및 활용 이미지 / 출처=교세라

2022년, AR 3D HUD 광학성능 측정법에 대한 국제 표준 개발…제품 상용화 기반 마련

키엘연구원은 1999년 산업통상자원부와 조명기업조합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조명 분야 전문 연구기관이다. ▲광·에너지 융복합 연구·시험 전문기관 ▲그린에너지 및 탄소저감 기술 개발 ▲ICT융합 빛환경 솔루션 기술 개발 ▲멀티미디어·무선·가정용 기기의 전자파적합성 및 무선인증 ▲조명·가전·전자기기에 대한 에너지효율, 안전인증, 신뢰성 시험 ▲북미 에너지 스타트(Energy Start) 및 DLC·UL·TUV-SUD 등 해외시험·인증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해 왔다. 국내 제1호 빛 공해 검사기관으로 지정, 전국 지자체와 기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빛 공해를 측정·분석해 쾌적한 빛 환경 조성도 추진한다.

키엘연구원 비전 / 출처=키엘연구원
키엘연구원 비전 / 출처=키엘연구원

키엘연구원은 현실 공간에 3D 콘텐츠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 3D HUD에 대한 국제표준을 주도, 상용화와 고품질 제품 양산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키엘연구원은 2022년 'AR 3D HUD 광학성능 측정법'의 국제 표준을 개발했다.

기존 2D HUD는 운전석 전방 수 미터 앞에 가상의 영상면을 만들어 숫자나 방향을 표시했다. 이러면 운전자는 전방에 있는 실제 사물과 2D HUD의 영상면을 번갈아 봐야 하고, 자연스레 눈이 피곤해진다.

반면, AR 3D HUD는 영상면을 최대 100m 거리 앞에 투사한다. 더 먼 거리에 영상면을 만드니 시청 각도가 넓어지고, 전방에 있는 실제 사물과 영상면을 나란히 보므로 눈이 덜 피곤하다.

기존 2D HUD와 달리 실제 사물과 HUD 영상이 일치해 시청 피로가 적은 AR 3D HUD / 출처=키엘연구원
기존 2D HUD와 달리 실제 사물과 HUD 영상이 일치해 시청 피로가 적은 AR 3D HUD / 출처=키엘연구원

다만 AR 3D HUD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실제 환경에 증강현실 콘텐츠를 더할 때 위치, 시청각 등에 왜곡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건을 측정할 표준은 없었다. 국제 표준은 2D HUD 측정 방법만 규정했다.

키엘연구원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숙명여자대학교, 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과 함께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기술표준원의 지원을 받아 AR 3D HUD가 투사하는 영상의 밝기와 색, 시청각, 3차원 공간상 위치와 왜곡 정도에 해당하는 광학 물리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해당 측정법으로 2022년 11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국제 표준(IEC 62629-62-11)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인접 차로의 주행 차량 관련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더 먼 거리에서 넓은 시야각을 제공하는 AR HUD / 출처=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인접 차로의 주행 차량 관련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더 먼 거리에서 넓은 시야각을 제공하는 AR HUD / 출처=텍사스 인스트루먼트

2025년, AR 3D HUD 화질 특성 측정방법에 대한 국제 표준 개발…동일한 품질의 제품 양산 유도

키엘연구원은 AR 3D HUD 광학성능 측정법 개발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표준기술력향상 사업의 일환으로 'AR 3D HUD 화질 특성 측정법'을 숙명여대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성과로 2025년 6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표준(IEC 62629-62-12)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화질 특성 중 주행 환경 변화에 따라 AR 영상의 대비감과 색 특성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 / 출처=키엘연구원
화질 특성 중 주행 환경 변화에 따라 AR 영상의 대비감과 색 특성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 / 출처=키엘연구원

키엘연구원이 개발한 AR 3D HUD 화질 특성 측정법은 이중창 구조인 자동차 전면 유리 앞뒤로 HUD를 비췄을 때 글씨가 마치 두 개인 것처럼 보이는 고스트이미지 현상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측정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물체 하나를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볼 때 높이가 다르게 나오는 것, HUD 광학 설계 및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측정하는 방법, 주야간 환경변화에 따른 대비감을 측정하는 방법을 포함했다.

고스트이미지 현상 사례 / 출처=키엘연구원
고스트이미지 현상 사례 / 출처=키엘연구원

이 성과는 AR 3D HUD 분야에서 자동차 주행환경 변화에 따른 AR 영상의 대비감 및 색 특성 변화를 측정하는 첫 번째 국제표준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자동차 부품 및 완성차 기업이 생산하는 AR 3D HUD 제품의 객관적 평가 검증 기반을 마련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전장부품 개발, 제조사가 향후 몇 년 내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제품 판매를 시도할 때 키엘연구원이 주도한 국제표준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질저하 일으키는 ‘3D 디스플레이 얼룩(Moire) 측정방법’에 대한 국제표준 개발 중

키엘연구원은 AR 3D HUD 화질 특성 측정법의 국제표준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지금은 AR 3D HUD의 화질 저하를 막고 일관된 품질의 제품 양산을 도울 '3D 디스플레이 얼룩(Moire) 측정법'의 국제표준(IEC TR 62629-1-4)을 개발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표준기술력향상 사업의 일환으로 2023년부터 올해까지 숙명여대와 협업한다. 지난 2024년 IEC TC110 (Electronic Display Technical Committee) 및 WG6 (3D Display Working Group)에서 국제표준개발 주제로 승인받은 후 2026년 출간을 목표로 과업을 추진 중이다.

주기와 각도,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3D 디스플레이 얼룩 패턴 / 출처=키엘연구원
주기와 각도,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3D 디스플레이 얼룩 패턴 / 출처=키엘연구원

3D 디스플레이 얼룩 측정법의 국제표준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는, 인간 시각 대비감(Human Contrast Sensitivity)에 국제 공감대가 없어서다. 쉽게 말해, 사람의 눈은 제각기 조금씩 다른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동일한 얼룩 측정방법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웠다. 사람에 따라 눈 특성이 달라 밝고 어두움을 인지하는 정도, 주파수에 따라 얼룩 패턴을 인지하는 정도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다양한 얼룩이 발생한다. 3D 디스플레이 기반의 HUD를 만들 때는 2D 패널 위에 다른 렌즈를 덮는 구조를 적용한다. 이때 기존 패널 픽셀의 주기적인 패턴 위에 또 다른 렌즈 어레이의 주기적인 패턴이 겹치면서 3D 디스플레이 특유의 얼룩이 생긴다. 이 얼룩이 사람 눈에 보이는지 여부,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어느 정도로 밝기 차이가 나는지 등을 공통 기준으로 측정해야 동일한 품질을 지닌 제품 양산이 가능하다.

운전자의 안전을 담보하는 AR 3D HUD에 얼룩이 생기면 경우에 따라 정보를 올바로 보지 못해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것을 측정하는 국제표준이 없다면 동일 제품을 두고도 사람 눈의 특성에 따라 얼룩이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키엘연구원과 숙명여대는 3D 디스플레이의 얼룩 패턴의 반복 특성을 주기(Period), 각도(Angle), 정도(Intensity)의 3가지 양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를 토대로 AR 3D HUD가 전 세계에 공급될 때 언제 어디서나 고품질을 유지하도록 공급자, 수요자 모두에게 객관적인 측정 데이터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키엘연구원 관계자는 “본원이 개발 중인 국제표준은 자동차용 AR 3D HUD의 가상영상 화질 품질 측정 활용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국제표준을 활용하면 관련 부품기업은 수요처에 국제표준 기반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고, 완성차 기업은 소비자에게 우수한 시인성과 화질의 AR 영상 검증 결과를 마케팅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주행환경과 센싱 정보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해서 주목받는 AR 3D HUD의 광학 및 화질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 IEC 국제표준의 추가적인 개정 작업을 위해 연구에 매진 중이다. 2026년 제정 예정인 3D 디스플레이 얼룩 패턴의 측정방법 표준을 포함해 AR 3D HUD 분야의 표준을 우리나라가 주도해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위상을 드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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