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홍릉강소특구 “2기 맞아 스타트업 출구·첨단디지털헬스케어 집중”
[IT동아 차주경 기자] 서울 동대문구 ‘홍릉’ 일대는 지금까지 역사 유적지 혹은 홍릉 수목원 소재지로 잘 알려졌다. 이제 이 곳은 의료·바이오,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을 포함한 의료 산업계와 우리나라 주요 대학, 바이오 기술 연구 기관에 고려대학교병원과 경희대학교병원 등 ‘병’을 더한 산·학·연·병 클러스터 ‘서울홍릉강소특구’가 2기를 맞아 본격 도약을 시작한 덕분이다.
서울홍릉강소특구는 2021년 문을 연 후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기술이전과 사업화 110건을 토대로 창업 76건을 이끌었고, 이들 기업이 민간에서 총 834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도록 지원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고려대학교의료원 등 ‘의료 기관과의 연계’, 의료·바이오 헬스케어 전문가의 컨설팅인 ‘HC-VIP 지원’, TIPS와 지역 펀드를 통한 ‘후속 투자’도 주효강조했다. 딥테크 스타트업의 기술 검증과 사업화, 스케일업과 성장 자금 확보까지 체계적인 전주기 성장 플랫폼을 완비한 점도 그렇다.
2020년 지정된 강소특구 6곳의 4년간 누적 실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서울홍릉강소특구는 신규창업(1위)과 투자 연계(2위), 연구소기업 설립(2위)와 기술이전(4위)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일자리 창출과 매출도 중위권에 올랐다. 기술 핵심 기관이 힘을 합쳐 우수한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중심병원의 임상시험 인프라도 마련한 점, 투자기관 협의체와 서울바이오펀드로 투자 환경을 일군 점, 창업 교육 생태계를 만든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 결과를 증명하듯, 서울홍릉강소특구에서 눈부신 성과를 낸 스타트업이 속속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오상록, 이하 KIST) 연구소 기업으로 시작해 홍릉에 터를 잡은 큐어버스(대표 조성진)는 먹는 치매 치료 물질(CV-01)을 개발, 이탈리아 안젤리니파마와 5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덕분에 34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해 2027년 IPO(기업 공개)를 준비 중이다.
임환 서울홍릉강소특구 단장은 이들 성과를 만든 토대로 초기 창업팀 발굴 프로그램 ‘GRaND-K 창업학교’, 임상과 실증을 지원하는 ‘Deep-Med PoC 지원사업’을 각각 소개했다. GRaND-K 창업학교는 의료·바이오와 헬스케어를 포함해 딥테크 부문 전반의 창업을 이끄는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Deep-Med PoC 지원사업은 산·학·연·병의 연계를 한층 강화해서 기술이전과 공동창업, 임상·인허가·사업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유기적 협력 체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아가 서울홍릉강소특구는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세계 진출을 도울 심화 지원 정책을 만든다. 딥테크 기술을 다루는 스타트업은 수 년에 걸쳐 천천히 성장한다.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은 궤도에 오르기까지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서울홍릉강소특구는 이 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했고, 스타트업이 시리즈 A 규모 투자금을 빨리 유치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그 이후 단계의 스케일업과 세계 시장 진출 정책은 아직 견고하게 만들지 못했다.
스타트업의 세계 진출 지원도 홍릉강소특구 2기가 주력할 부문이다. KIST 유럽과 미국 보스턴 브릿지 등 해외 거점과의 연계 방안을 마련, 공동 연구와 사업화와 현지 실증을 유도한다. 초기 시장 진입 여건이 좋은 싱가포르도 서울홍릉강소특구가 눈여겨보는 곳이다. 나아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와 협력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진입을 가속한다. 보건산업진흥원과 코트라(KOTRA) 등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기관과도 협력해 해외의 대규모 의료·제약 기업과의 협업도 시도한다. 이 지원의 일환으로, 서울홍릉강소특구 내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이 각종 규제를 넘고 인허가 절차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담 인력과 지원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홍릉강소특구에는 IPO나 인수합병(M&A) 단계에 다다를 정도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많다. 임환 단장은 이들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고 원활히 출구 전략에 나서도록 ‘예비 IPO 지원 프로그램(가칭)’을 마련할 계획을 밝혔다. IPO를 앞둔 스타트업이 매출을 포함한 성과를 올바로 측정하고 회계에 반영하도록 돕는 내용이다. 큐어버스, 엔도로보틱스 등 올해 두드러진 성과를 낸 스타트업에게 예비 IPO 지원 프로그램을 시범 지원한 결과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들을 포함, 2027년까지 스타트업의 IPO를 5건 이상 이끄는 것이 단기 목표다.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울홍릉강소특구는 10대 추진 과제를 마련했다. 딥테크 스타트업의 창업을 이끌 ‘실무형 인재 양성’과 발전을 도울 ‘인프라 확충’, 산업 전문 인력이 스타트업의 사업화를 직접 돕는 ‘벤처스튜디오’ 구축, 기술이전과 임상과 사업화를 하나로 묶은 ‘R&BD’와 전문가 컨설팅 ‘HC-VIP’,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끌 ‘펀드 기반 투자’와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주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도록 도울 ‘글로벌 진출’과 이를 뒷받침할 ‘규제 혁신’,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하나로 묶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광역 생태계 연계’다.
임환 단장은 “서울홍릉강소특구 1기는 첨단 디지털헬스케어와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이 성장할 기반을 다진 시기였다. 이를 토대로 2기에는 IPO와 M&A 등 스타트업의 글로벌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이 특구 내 핵심 기관들의 양자, 로봇,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융합해 혁신을 이루도록 돕고, 에이징 테크와 슬립 테크 등 미래 수요 기반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