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퀵서치] ‘가상자산’을 ‘디지털자산’이라고 하는 이유는?
[IT동아 한만혁 기자] 가상자산은 디지털자산, 디지털화폐, 암호화폐, 암호자산, 암호화폐, 크립토, 코인, 토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코인,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3월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에서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최근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가 자주 나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경제적 가치를 지니지만 실물 없이 온라인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합니다. 가상자산은 용도에 따라 투자, 지급, 결제, 의사결정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초기에는 명확한 규제나 국제적인 표준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가, 기관, 기업은 정부 규제 방향이나 기능, 용도에 따라 그에 맞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것이 가상자산이 다양한 이름을 갖게 된 배경입니다.
가상자산, 가상화폐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지만 실체가 없다는 의미를 담은 용어이고 디지털화폐, 디지털자산은 디지털 형태의 자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기술을 강조하는 경우 암호화폐, 암호자산이라고 불렀고, 결제나 교환 수단으로 활용되는 기능에 초점을 두는 경우 코인, 토큰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를 줄여 크립토(crypto)라고 부르기도 했죠.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가상자산입니다. 특금법 개정안에서 가상자산을 법적용어로 명시하고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정의했습니다. 지난해 시행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도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에 따른 것입니다. FATF는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를 위한 국제기구로, 가상자산을 버추얼 에셋(Virtual Asset)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버추얼 에셋을 직역한 것이 바로 가상자산입니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은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법률이므로 FATF 규정집의 용어를 직역해 법제화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가상자산 대신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10일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에서 가상자산을 디지털자산이라고 표기했습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 시장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법안(디지털자산 혁신 법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가상자산을 디지털자산으로 대체하려는 이유는 가상자산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이라는 단어는 실체가 없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경제적, 기술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에 기술 중립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는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가 적합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입니다. 민병덕 의원은 “가상자산은 부정적인 인식을 담고 있다”라며 “실물자산과 연결되는 실체 있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가 적합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디지털자산이 가상자산보다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자산은 가상자산뿐 아니라 대체불가토큰(NFT),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 형태의 다양한 자산을 포함합니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함께 향후 등장할 새로운 형태의 자산도 아우를 수 있죠.
김재진 부회장은 “가상자산 용어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자산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라며 “디지털자산은 블록체인 기술뿐 아니라 그 위에 형성된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앞으로 등장하게 될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가치 저장 수단까지 아우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미 디지털자산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는 곳이 있습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DAXA, 가상자산 업계에서 유일하게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재단법인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은 설립 초기부터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두나무 관계자는 “거래 자산의 유형을 고객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디지털자산을 법적인 자산으로 인정하는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디지털자산을 공식 용어로 사용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가상자산을 디지털자산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정리하자면 제한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담긴 가상자산 대신 기술 중립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보다 광범위한 개념을 포괄하는 디지털자산으로 부르자는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우리나라의 법적용어는 가상자산입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나 정치권, 금융권에서는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를 선호합니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도 디지털자산이라고 표기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여러 용어가 혼용되면 시장과 이용자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효성과 시장 목소리에 부합하는 명확한 개념 정립과 법적정의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