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수스 게이밍 기어가 서브컬처 문화를 만나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PC 업계와 콘텐츠 업계 간 협업은 활발하다. PC 업계는 콘텐츠에 열광하는 팬심을 자사 브랜드에 집중시킬 수 있으며, 콘텐츠 업계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 최근에는 유명 유튜버, 프로 게이머와 협업을 진행하는 사례도 늘었다.
2025년 6월 25일, AMD는 시프트업과 협업해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Stella Blade)’를 활용한 완제품 PC를 공개했다. 액션 게임인 스텔라 블레이드를 쾌적하게 실행 가능한 부품으로 시스템을 구성했다. 단순히 PC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PC 케이스에 게임 분위기를 살린 디자인이 적용됐다. 일부 제품은 스텔라 블레이드 디렉터인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의 친필 서명을 넣어 한정 판매, 팬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외에도 게임 캐릭터가 인쇄된 굿즈와 게임 코드 등도 제공해 협업의 의미를 부여했다.
에이수스는 에반게리온, 하츠네 미쿠 등 콘텐츠와 협업해 다양한 PC 주변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에반게리온과 협업한 PC 주변기기는 해외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유통사 제이웍스를 통해 하츠네 미쿠 캐릭터를 쓴 키보드ㆍ마우스ㆍ헤드셋 등이 출시됐다. 에이수스는 시장 반응에 따라 협업 제품의 판매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경험이 중요해’ 에이수스가 서브컬처 팬을 만나러 간 이유
협업 제품 대부분은 콘텐츠 관련 행사 또는 입소문을 타고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 업계가 콘텐츠 사용 권한에 제한을 걸어 PC 업계의 온ㆍ오프라인 판로를 막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계약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판매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상대적으로 콘텐츠 사용 제약의 문턱이 낮아 다양한 방식으로 열성 팬들을 만날 수 있다.
에이수스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를 출시한 제이웍스는 온ㆍ오프라인 연계를 바탕으로 서브컬처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서브컬처의 성지로 꼽히는 칵테일 바 공간에 제품을 전시해 게이밍 기어 경험을 유도하고, 구매자에는 콘텐츠를 연상케 하는 칵테일 시음권 및 굿즈를 제공한다. 에이수스 브랜드, 하츠네 미쿠 콘텐츠, 서브컬처 공간에서 이뤄지는 네트워킹 등 마케팅 인프라를 모두 활용한 사례다.
이남재 제이웍스 마케팅 이사는 “콘텐츠 업계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ㆍ판매하는 것으로는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의 눈높이를 따라가기 어렵다. 따라서 에이수스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를 선보일 때 어떻게 캐릭터와 함께하는 경험을 제공할지 고민했다. 열혈 팬들이 모이는 장소에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제품 인지도를 확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제이웍스와 협업을 진행한 곳은 바 아피시온(Bar AFICION, 서울 마포구 소재)이다. 서브컬처 바로 열혈 팬들 사이에서 인기다. 서브컬처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소비하는 문화를 말한다. 바 안에는 여러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들이 가득했다. 모두 최종현 바 아피시온 대표가 하나씩 구매해 모은 애장품이다.
바 중앙과 입구 옆에 마련된 탁자 위에 에이수스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를 전시했다. 사용 제약 없이 누구나 방문해 경험 가능하다. 제이웍스와 협업은 최종현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해외에 선출시된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를 접한 후, 국내 유통사 제이웍스에 연락한 것이다. 협업이 성사된 후, 제품 경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팬들이 캐릭터를 추억할 칵테일 2종을 개발했다.
에이수스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는 터프 게이밍(TUF Gaming) 브랜드 제품을 쓴다. ▲게이밍 키보드(TUF K3 G2) ▲게이밍 마우스(TUF 미니 무선 마우스) ▲게이밍 헤드셋(TUF H1 G2) ▲게이밍 마우스패드(TUF P1) 등으로 구성된다. 각 제품에 하츠네 미쿠를 상징하는 민트색 포인트와 캐릭터 상징물 등이 인쇄되어 있다.
함께 서브컬처를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최종현 바 아피시온 대표
최종현 대표는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소위 ‘오덕’이지만, 10년 이상 바텐더 경력을 쌓은 업계 베테랑이기도 하다. 2021년 바 아피시온을 창업하고 매장 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신을 위해 서브컬처 굿즈를 하나 둘 두기 시작한 게 서브컬처 바가 된 계기다. 현재 열성 팬 사이에서 바 아피시온은 ‘미쿠 바’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만큼 최종현 대표의 하츠네 미쿠 사랑은 각별하다. 제이웍스와 에이수스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 협업을 한 이유다. 어떻게 협업을 기획하게 됐는지 최종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IT동아 : 바 아피시온이 어떻게 서브컬처 바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최종현 대표 : 2021년에 첫 매장 문을 열 때에는 평범한 바였습니다. 그런데 영업을 하면서 이 공간에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스스로 즐거운 공간을 만들면 사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때 좋아하는 피규어와 관련 상품을 하나 둘 매장에 두었는데 자연스레 알려지면서 열성 팬들이 찾는 서브컬처 바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팬들과 서브컬처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주류ㆍ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 중입니다.
IT동아 : 제이웍스와 협업을 진행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종현 대표 : 개인적으로 서브컬처 굿즈에 관심이 많습니다. 에이수스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는 해외에서 정보를 접했어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제이웍스 측에 먼저 연락을 취했습니다. 마침 협업 제안에 흔쾌히 응해줘 에이수스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를 전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서브컬처 시장에는 소위 ‘공급형 오덕’과 ‘소비형 오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소비형이지만 공급형 오덕의 입장으로 뭔가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하츠네 미쿠 캐릭터와 에이수스, 제이웍스 브랜드를 팬들에게 알릴 수 있는 다른 기회라고 봅니다.
IT동아 : 팬으로서 에이수스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를 경험해 본 소감을 말해주세요.
최종현 대표 : 서브컬처 협업 제품은 대체로 디자인에 치중하거나 캐릭터의 이해 없이 만든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에이수스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는 디자인과 기능적인 부분 모두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게이밍 기어 브랜드가 서브컬처 협업을 진행하면 비쌉니다. 제품 자체 비용에 콘텐츠 라이선스 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인데요. 에이수스 하츠네 미쿠 게이밍 기어는 팬 입장에서 수긍할만한 가격대입니다. 바 아피시온을 방문해 제품을 경험한 열성 팬 대부분은 피규어 하나 구매하는 느낌으로 게이밍 기어를 구매한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한/영 전환 키가 없는 해외 키보드 레이아웃이라는 겁니다. 텐키리스 제품이 있었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