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 거친 티맥스 ANC, 슈퍼앱 '가이아'에 사활 걸어
[IT동아 남시현 기자] 티맥스ANC가 ‘AI시대의 미래, GAIA - AI 주권을 넘어, AI 선도의 시대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AI, 노코드, 클라우드 통합 플랫폼 ‘가이아’를 정식 공개했다. 노코드는 코딩 작업 없이 개발하는 방식이며, 로코드는 최소한의 코딩 지식으로 개발자와 유사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티맥스ANC는 지난해 9월부터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올해 초까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올해 초 클라우드 가상화 설루션 부문을 매각한 자금을 바탕으로 운영에 재시동을 걸었고 그 결과가 이번에 출시된 가이아다.
사실 가이아가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티맥스그룹은 ‘슈퍼앱데이 2024’를 열고 가이아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가이아는 전산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합 운영하는 슈퍼앱으로 소개됐고, 14년이라는 개발 기간과 1조 1000억 원의 개발 비용이 들었다고 소개됐었다. 하지만 주요 개발사인 티맥스ANC의 자금 순환 문제로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가 2025년 6월이 되어서야 공개한 것이다.
티맥스ANC 사태 사과··· 향후 2년 간 2달 마다 주요 업데이트
박대연 티맥스 회장은 “티맥스그룹에 많은 기대와 성원을 보내주셨지만 지난해 티맥스ANC 관련으로 큰 사고가 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는 말부터 시작했다.
이어서 “가이아는 지금까지 엔진만 여섯 번을 교체했고, 작년에 출시 직전에 티맥스ANC 사태가 터져 좌초 직전까지 갔다. 이후 6개월 간 준비를 더 해 시범 서비스 단계에 접어들었고, 금일 오후에는 투자자 대상 간담회도 진행된다. 두 달 뒤면 본격적으로 가이아 서비스를 쓰게 될 것이고, 앞으로 1년~2년 간은 2개월마다 주요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사전 버전을 공개하는 이유는 자금 사정 때문”라고 설명했다.
티맥스가 자금 사정을 이유로 사전 버전을 꺼내든 이유는 티맥스 그룹 전반에 대한 대외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티맥스소프트, 티베로와의 경영진 분리 이후 티맥스ANC에 대규모 구조조정과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작년 초까지 1200여 명이었던 티맥스ANC의 임직원 수는 현재 100여 명뿐이며, 여전히 약 200억 원의 체불 임금이 남아있다. 티맥스클라우드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4곳의 신용등급도 하락한 상태다.
현재 티맥스ANC는 임금 체불의 여파로 정부사업에 지원할 수 없으며, 투자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가이아가 시장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원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박대연 회장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회사가 있다면 경영권을 넘겨서라도 투자를 받을 생각이다. 금일 투자자 회의에서 많은 얘기들이 나올 것이고, 이제는 지분 욕심을 낼 상황이 아니다. 상황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뜻을 밝혔다.
AI에 클라우드 플랫폼 결합해 완성도 높인다
클라우드 환경은 하드웨어, 운영체제, 플랫폼, 앱에서 더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통합, 자동화, 가상화가 핵심으로 떠오르며 클라우드 환경을 위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앱 구축(Cloud-Native App, CNA)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CNA는 일반 개발자가 다루기 어렵고, 클라우드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히 AI만 적용하는 건 잠재력을 끌어내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티맥스ANC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내장한 AI 네이티브 앱(ANA)을 도입해 AI의 모든 성능을 이끌어내도록 설계했다.
박대연 회장은 “코드 생성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AI를 활용해 직접 코드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MS 코파일럿이나 커서(CURSOR)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방식은 간단한 앱만 되고,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활용하기에는 어렵다. 스튜디오 방식은 간단하지만 백앤드와 프런트앤드 개발에 해당되고, 개발 과정이 그대로 이용자에게 적용되기는 어렵다. 가이아큐브는 플랫폼을 결합해 말단에서 말단으로 제공되고, 엔터프라이즈 앱으로도 쓸 수 있다. 이를 위해 AI 네이티브 앱 기능을 도입했고, 당연히 클라우드 네이티브 앱 기능도 제공한다. 데이터만 있으면 의사 결정까지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대연 회장이 말하는 가이아큐브의 기대효과는 ▲ CNA, ANA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AI 지식 없이도 서비스 구축 ▲ 오픈소스의 보안취약점을 분석하는 가이아PX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보안 환경 제공 ▲ IT 서비스 구축 비용 절감 등이다. 또한 단일 조직이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관리하는 클라우드 환경인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가이아닥스(GAIA DOCS) ▲가이아와플(GAIA WAPL) ▲가이아와플토크(WAPL TALK) ▲가이아큐브FX 등 다양한 노코드, 로코드, AI 구축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버전은 오후에 있는 투자자 대상 시연을 위해 사전에 공개된 버전이며, 완성 버전은 조만간 별도로 출시된다. 박대연 회장은 현재 단계를 로우레벨 스튜디오로 지칭하며, 빠르면 10월쯤에는 마이 앱, 마이 숍까지 구축할 수 있는 하이레벨 스튜디오 버전이 나올 것이라 답했다. 일반 소비자 버전은 마케팅이나 인력 확보 등의 문제로 2027년쯤에 출시될 예정이다.
가이아 큐브 직접 써보니 네이버 블로그처럼 앱 구축
가이아 시연은 김용태 티맥스ANC 최고기술책임자가 시연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에서는 실제 작업 환경대신 동영상 기반으로 작업하는 과정이 소개됐다. 시연은 AI를 활용한 미니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과 티맥스 AI에이전트인 에이콜 시연 등이 진행됐다. 기자간담회 이후 진행되는 시연 투자 설명회에서는 라이브 데모로 진행될 것이라 예고됐다.
한편 동영상 시연에 포함된 주소로 접속하니 기자가 직접 가이아의 AI 앱 생성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체험은 대화형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가이아큐브FX, 데이터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생성하는 가이아큐브BX가 있다. 서비스 자체는 시험 버전이라 생성 속도는 다소 느렸지만 정식 출시 버전은 더 완성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AI 프롬프트에 디저트 가게 주문 앱을 만들어달라는 설명을 넣었고, 몇 가지 추가 질문을 거친 뒤에 탬플릿이 제공됐다. 탬플릿의 각 설명이나 메뉴는 물론 동작이나 이벤트, API 입력 등 다양한 설정을 적용할 수 있었는데, 조금 더 쉽게 이해하자면 네이버 블로그에서 콘텐츠를 만들듯 앱 화면 구성을 만들 수 있었다. 코딩에 대해 잘 모르는 사용자도 사진이나 문구 정도만 변경해 태블릿 PC용 앱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리부팅 나선 티맥스, 빠르게 성과낼 필요 있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2024년 로코드 및 노코드 시장 규모를 287억 5000만 달러(약 39조 2800억 원)로 추산했으며, 매년 32.2%씩 성장해 2032년 2644억 달러(약 360조 14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본다. 디지털 기술이 전반적인 산업 혁신에 동원되며, 대규모 데이터로 학습된 생성형 AI가 노코드 기반 작업에 동원돼 자연어 기반으로도 코딩할 수 있게 되어서다. 쉽게 말해 누구나 간단한 명령어로 코딩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노코드 기반 설루션이 적용되며 시장이 커질 것이다.
다만 플랫폼별로 구축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한계가 있고, 고급 소프트웨어와 통합하기 위해서는 전문 기술이 추가로 필요해 시장 확장 자체에는 제약이 있다. 로코드 및 노코드 서비스 기업들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있고, 티맥스ANC는 AI, 클라우드는 물론 자체 애플리케이션으로의 연동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넘어서고자 한다. 단순한 노코드 플랫폼과 비교하면 경쟁력 있는 접근 방식이다.
이제 티맥스ANC의 운명은 누가 얼마나 투자하는가에 달렸고, 이번에 소개하는 가이아 자체의 시장경쟁력이 충분해야 한다. 현재 상황으로 시장의 시선은 관망세다. 2022년 티맥스가 슈퍼앱을 공개하기로 한 이후 3년 이상 지났고, 그 사이 업계의 변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현재 시장 상황에 잘 맞을지는 잣대를 대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박대연 회장은 “우리가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계속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빠르게 가이아 도입 사례와 매출 등의 성과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