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피터페터 “유전자 검사 펫테크 솔루션, 구글 AI 기술로 한층 고도화”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은 인공지능(이하 AI)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다.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분야까지 AI가 도입되고 있으며, 관련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4월부터 구글이 진행한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AI 퍼스트’는 AI 분야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 및 육성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총 11개 AI 스타트업이 기술 고도화 및 시장 확장을 진행했으며, 6월 24일 서울 성동구 코사이어티 서울숲에서 열린 데모데이 행사를 통해 이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밀 의료 기반 펫테크 기업을 추구하는 ‘피터페터(대표 박준호)’도 그 중의 하나다. 이들은 구글의 또다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창구’ 6기(2024년) 출신이기도 하며, 우수한 AI 역량을 인정받아 이번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AI 퍼스트에도 선발, 10주간의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들은 유전자 분석 기술과 AI를 결합한 정밀 의료 솔루션을 선보였으며,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취재진은 피터페터 박준호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AI 기반 펫테크 솔루션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 피터페터는 정밀 의료 기반의 펫테크 기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런 기업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 본래 컴퓨터로 생물체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의료정보학을 전공했다. 이를 통해 각종 질병이 발생하는 배경, 그리고 관련 치료제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키우던 고양이가 신장 종양에 이은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정말로 슬픈 일이었는데, 그 와중에 “내가 지금 사람의 유전병을 예방하기 위한 유전자 분석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걸 반려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동료들과 하다 2020년 6월에 피터페터를 창업했다.
- 피터페터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기본은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의 유전자 검사에서 시작한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순종 반려동물은 사실상 품종 개량을 위한 근친교배의 결과물이라 유전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반려동물은 유전병과 관련된 유전변이의 보유율이 57%에 달할 정도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때문에 유전병 발병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긴 힘들다. 하지만 유전자를 분석한다면 언제 어떤 병이 발병할 것인지, 그리고 발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등을 알 수 있다. 미리 대비해서 적시에 조치할 수 있다면 증상을 완화하거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 어떻게 하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나? 어떤 방법으로 검사가 이루어지는지도 궁금하다
: 피터페터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동물병원이나 전문적인 브리더(사육사) 대상으로 제공되는 B2B 웹 서비스다. 다만,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은 일반인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를 이용하듯 반려동물의 잇몸을 문질러 DNA를 채취하며, 이를 이용해 피터페터의 제주도 연구소에서 검사가 이루어진다. 염기서열이 A(아데닌)인지, 혹은 G(구아닌)인지에 따른 형광값을 검출해 특정 유전병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분류한 데이터 중에는 명확히 분류하기 힘든 이른바 ‘그레이 존(회색지대)’도 있다. 예전에는 이런 데이터는 사람의 경험이나 노하우로 분류해야 했는데, 우리는 AI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한 유전자 정보는 빅데이터가 되어 향후 우리 서비스의 처리 능력을 한층 높이게 될 것이다.
- 기존의 펫테크 기업 대비 피터페터만의 차별점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어떤 점에 특히 주목하는 것이 좋을까?
: 반려동물 대상 유전자 검사에 근간을 둔 서비스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수의사나 브리더 등을 비롯한 시장 구성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조직 검사를 하기 위해 동물 대상 개복 수술을 하는 등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른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하기가 쉬운 것도 장점이다. 이를테면 반려동물의 정확한 나이를 확인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는데, DNA를 둘러싼 화학물질의 검사를 통해 이것이 가능하다.
또한 동물등록제 강화 때문에 각 개체를 정확히 식별하는 수요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기존에는 마이크로칩이나 웨어러블 장치, 혹은 비문(코 주름) 등으로 식별했지만 정확도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유전자 검사다. 이는 우리의 솔루션이 정부 및 공공기관 대상의 B2G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제주도청 및 지역 대학 등과 연계한 민관합동형태로 관련 서비스의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
- 스타트업의 창업과 운영에는 각종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피터페터의 경우는 정밀 의료 기반의 펫테크 기업이라는 특별한 위치 때문에 더욱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나?
: 유능한 인재의 확보가 가장 어려웠다. 때문에 기업의 목표와 핵심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다행히 이에 동의하는 멤버를 모을 수 있었다. 그래도 소수의 인원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에 내부를 넘어 외부의 조력자도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띈 것이 각종 관계기관에서 제공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구글의 ‘창구’ 및 ‘구글 포 스타트업’은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구글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멘토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분야의 훌륭한 멘토를 구글에서 소개해줬으며, 이를 통해 기업인으로서 기본적인 안목이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다. 프로그램 이후에도 이 멘토분들과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네트워크를 형성한 건 정말 큰 수확이다.
- 피터페터는 이번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AI 퍼스트 프로그램을 거치는 동안 AI 관련 기능을 크게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나?
: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에서 AI 엔지니어를 멘토로 소개해 줬고 각종 기술 지원도 제공했다. 특히 구글 AI 스튜디오에 포함된 오토ML(AutoML) 기술은 그 성능이 기대 이상이었고 초보자도 아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정말로 간단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AI 솔루션이 수의학에서도 이 정도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 수 있었다. 동물병원 현장에서 얻은 대화나 영상 자료를 AI가 분석했는데 각종 전문용어까지 완벽하게 이해했으며, 결과물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심지어 “수의사가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조언도 AI가 해줬다.
또한, 우리 솔루션을 알리기 위한 각종 영상 역시 직접 촬영하고 연출하려면 큰 돈이 들 수 밖에 없었는데, 구글의 생성형 영상 AI인 Veo 모델을 이용하니 간단한 채팅 몇 마디로 영상 제작이 가능했다.
- 이번 인터뷰를 통해 피터페터가 어떤 기업인지 알 수 있었다. 향후 계획 및 추가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향후 조달청에 제품을 등록하는 것이 목표이며, 혁신제품 인증을 위한 최종 발표까지 마쳐서 조만간 좋은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에 이미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본측과도 계약을 맺었다. 중국 및 싱가포르 역시 유력하다. 구글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조언을 들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동물병원 업계에서 높은 신뢰도를 얻고 있다. 그리고 브리더 단체 중 하나인 한국애견연맹의 공식 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전자 검사 서비스라는 것이 수의사들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우리가 AI 기능을 도입해 그 문턱을 많이 낮춘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현재는 개 대상의 ‘도그마(DOGMA)’, 고양이 대상의 ‘캣터링(CATERING)’ 브랜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외에도 농가의 가축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 분야까지 범위를 확대하고자 한다. 우리는 단순히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는 것 외에 그동안 쌓은 네트워크 기반의 파트너십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