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카페인 취약자를 위한 제주 흑보리 대체커피 개발 ‘호연팜’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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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호연팜은 커피 맛을 내는 흑보리 음료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커피의 쌉싸름한 맛은 좋아하지만 카페인을 섭취하면 안 되는 임산부나 카페인 취약자, 밤늦게 커피를 마시고 싶은 이들을 위해 흑보리와 작두콩을 로스팅해 흑보리 차를 개발했다. 제주시 애월읍에 마련한 밭에서 직접 재배하는 제주 흑보리로 맛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김효선 호연팜 대표를 제주시 애월읍에서 만났다.

김효선 호연팜 대표 / 출처=IT동아
김효선 호연팜 대표 / 출처=IT동아

커피 맛 즐기면서 건강에도 이로운 흑보리 대체커피 ‘먹’ 개발

커피는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한 작물 중 하나다. 최근 이상 기후로 세계 주요 산지의 커피 생산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커피를 즐기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카페인 중독과 과다 섭취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크게 늘면서 대체커피 시장이 급성장한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커피 시장 규모는 2022년 27억 달러(약 3조7000억 원)를 달성했으며, 2030년까지 53억 달러(7조 2700억 원)로 연 8.9%씩 성장이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김효선 호연팜 대표는 커피 맛을 즐기면서도 건강에 이로운 대체커피를 고심, 제주 흑보리를 활용한 음료를 만들었다.

제주 흑보리로 만든 대체커피 ‘먹’ / 출처=호연팜
제주 흑보리로 만든 대체커피 ‘먹’ / 출처=호연팜

김효선 대표는 “평소에는 익숙해 잘 몰랐던 것이 지구와 우리 일상에 위협을 주기도 한다. 이상 기후가 대표적”이라며 “다량의 커피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산림 훼손 및 탄소 배출 문제가 발생하며 이상 기후를 촉진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커피 맛을 즐기면서도 건강에도 좋고 지구에도 좋은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었다. 대체커피 개발에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김효선 대표는 지속가능성과 건강, 지역 농작물 보존을 위해 제주 흑보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는 “제주시 애월읍에 건강에 이로운 음료를 판매하는 콜체스카페를 열기 위해 기획을 하던 중 흑보리를 알게 됐다. 제주 흑보리 농가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직접 재배해 대체커피 원료로 활용하면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건강, 지역 농작물 보존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제주시 애월읍에 오픈한 콜체스카페 옆에 흑보리밭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제주 흑보리를 재배해 대체커피인 ‘먹’을 개발했다. 현재 총 900평 공간 중 500평 규모 밭에서 흑보리를 직접 재배하고 있으며 그 옆에 개·보수한 돌집 2채와 귤 창고 1채를 활용, ‘콜체스 카페’를 열었다. 흑보리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하는 공간인 동시에 다양한 체험과 이벤트를 진행하는 융복합공간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호연팜이 제주시 애월읍에서 직접 재배하는 제주 흑보리의 모습 / 출처=IT동아
호연팜이 제주시 애월읍에서 직접 재배하는 제주 흑보리의 모습 / 출처=IT동아
호연팜이 운영 중인 콜체스카페 / 출처=호연팜
호연팜이 운영 중인 콜체스카페 / 출처=호연팜

호연팜은 흑보리로 만든 대체커피 ‘먹’에 우유를 섞어 만든 먹라떼, 흑보리로 만든 파우더 크림을 올려 먹는 먹티라미슈 등 다양한 응용 메뉴를 개발해 판매한다.

호연팜의 먹 라인업 4종 / 출처=호연팜
호연팜의 먹 라인업 4종 / 출처=호연팜

호연팜 “직접 맛보면 보리차와 다른 대체커피 매력 느낄 것”

호연팜은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시장 인지도 부족 ▲섬 지역의 한계 ▲지속적인 연구개발 등을 꼽았다.

김효선 대표는 “흑보리로 만든 대체커피는 기존에 없던 제품이라 콘셉트는 독창적이지만 대중에게 인지도가 낮은 새로운 카테고리”라며 “예컨대 ‘흑보리 대체커피’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면 일반 차나 건강음료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직접 먹어봐야 보리차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도권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지에서 시음회를 여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는 그럴 여력이 부족해 제주도 안에서 주로 맛을 알려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에게 카페인 대체 수요를 설득하고 기존 커피 습관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오프라인 시음·체험 기회를 확장하지 않으면 재구매율과 브랜드 충성도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출처=호연팜
출처=호연팜

호연팜은 당면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재품을 개선하고 브랜드 방향성 재점검 및 건강 기능성 향상을 위한 R&D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채널에도 적극적으로 입점해 ‘먹’ 제품 라인업을 홍보, 카페인 민감 층인 임산부나 노년층뿐만 아니라 카페나 레스토랑, 기념품샵 등 B2B 공급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에 입점을 완료하기도 했다.

끝으로 호연팜의 향후 계획을 들었다.

김효선 대표는 “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농식품 벤처 육성지원사업에 선정, 농진원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MD 유통사와 1:1 밋업을 해줘서 MD의 니즈를 파악,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금 지원도 받아 다양한 홍보물 제작과 제품 라인업 추가를 위한 생산 및 패키지 비용, 외부전문가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비용으로 사용했다”며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흑보리 파우더 크림을 활용해서 유통할 수 있는 디저트 라인 확대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주문자 생산 방식을 활용 중이지만 제주도 내 자체 생산 라인 구축도 고려하고 있다. 대체커피 ‘먹’을 액상형으로도 개발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3년 초기창업패키지 선정 후 열심히 참여해 최우수 졸업 기업으로 선정됐고, 강한소상공인 로컬브랜드, 신한금융희망재단의 신한스퀘어 컬렉티브 임팩트 제주 4기로 선정되며 성장 중이다. 해당 지원사업을 통해 품평회 등에 참가, 베트남과 미국에 샘플 수출을 진행해 해외의 반응을 살필 수 있었다. 결과를 토대로 해외 시장의 문도 두드리겠다”며 “끝으로 지원을 당부하고 싶은 분야는 인력 채용이다.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주거 및 생활 비용이 많이 드는데 서울에서 인력이 올라오는 경우 그만큼의 페이를 더해줘야 채용이 가능하다. 제주 스타트업이 수도권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도록 인재 채용 부문에서 지원책을 마련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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