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재판매 시장 활성화’로 나타날 순기능 살펴보니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공연 티켓을 구매했다가 사정이 생겨 관람이 어려울 경우, 치열한 티케팅 경쟁에 밀려 취소표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 모두 티켓 재판매 전용 플랫폼의 잠재적 판매자와 소비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중고거래 플랫폼 또는 SNS를 중심으로 티켓 재판매가 대부분 이뤄지면서 관련 수요를 전담해 관리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탓에 암표나 사기와 같은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다. 검증된 티켓 재판매 플랫폼 시장을 활성화해 소비자 편익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티켓 미수령·가짜 티켓 거래’ 등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호소하는 소비자

공연장의 좌석 제한으로 인해 티켓 재판매 수요는 지속해서 발생하지만 해당 수요를 관리하고 통제할 합리적인 규제 방안은 부족하다. 실제로 티켓 재판매 시장 규모는 파악조차 어렵다. 이마저도 전용 플랫폼이 아닌 중고거래 플랫폼과 SNS에서 대부분 거래가 이뤄진다.

문제는 티켓 재판매 거래가 주로 온라인상에서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는 탓에 불법 거래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어렵고, 처벌 규정 외에 피해자 구제나 구체적인 권리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티켓 재판매는 곧 암표 또는 사기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선의의 소비자와 판매자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티켓 재판매 수요를 전담할 전용 플랫폼 시장 활성화와 합리적 규제 방안 도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학회가 지난 2024년 10월, 전국 만 16세에서 69세 미만 남녀 1000명(성별, 연령별, 티켓 구매경험별 할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널 신뢰도와 결제 수단 다양성 측면에서 티켓 재판매 거래 전문 플랫폼(각 3.04점, 3.38점 / 5점 만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국내 2차 티켓 거래 전문 사이트 경험자 만족도 결과 / 출처=한국소비자학회
국내 2차 티켓 거래 전문 사이트 경험자 만족도 결과 / 출처=한국소비자학회

반면 소비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재판매 티켓 구매 후 티켓 미수령 가능성(4.16점)과 가짜 티켓 구매 상황(4.09점) 등 판매자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티켓 재판매 활성화 시장 형성의 순기능

합법화된 티켓 재판매 전용 플랫폼은 티켓의 진위 확인 기능이나 구매자 보호 정책 등으로 각종 암표나 사기 거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소비자 편익 증진 ▲티켓 재판매 투명성 강화 ▲새로운 수요 및 성장 기회 창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은 티켓 재판매를 허용하는 동시에 플랫폼의 책임도 강조하며 정보 공개와 소비자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거래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세부적으로 전달하고, 부정 전매업자는 형사 처벌하는 방식으로 관련 시장을 활성화했다. 그 결과 전 세계 32개 국가에서 1차·2차 티켓 판매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는 티켓마스터(Ticketmaster)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티켓마스터 서비스 이미지 / 출처=티켓마스터
티켓마스터 서비스 이미지 / 출처=티켓마스터

티켓 재판매 시장이 활성화되면 고질적인 암표 문제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암표 거래는 주로 온라인상에서 비공개적으로 이뤄져 단속이 어렵고 문제가 발생해도 마땅히 호소할 창구도 부족하다. 피해 소비자가 포털 사이트나 SNS에 구제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재판매 티켓 거래 사기 피해를 포털사이트나 SNS에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모습 / 출처=각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티켓 거래 사기 피해를 포털사이트나 SNS에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모습 / 출처=각 홈페이지 캡처

전용 플랫폼을 통해 재판매 티켓을 거래하면 가격 형성과 변동 추이, 거래 세부 정보를 바탕으로 이상 거래를 감지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에 맞는 가격 책정도 가능해 재판매 티켓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 형성도 유도할 수 있다. 일례로 티켓마스터는 2019년 암표 방지용 암호화 디지털 티켓(SAFETIX) 기술을 도입,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모든 티켓의 진위 여부를 사전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가짜 티켓 유통을 차단하고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고 있다. 첨단 보안 시스템을 통해 비정상적인 대량 구매나 부정 거래를 실시간으로 감지·차단하고 있으며, 수수료 포함 최종 결제가 사전 표시(ALL-IN PRICING) 정책도 도입해 결제 직전의 가격 변동이나 추가 수수료 없이 투명한 거래를 보장하고 있다.

티켓 재판매를 활성화하면, 원 공연 기획자와 티켓 발행자가 추가 수익을 창출할 기회도 마련할 수 있다. 재판매 티켓 거래 시 일정 비율을 공연 기획자와 아티스트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실제로 티켓마스터는 재판매 거래 시 아티스트 및 프로모터와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운영 중이며, 지난 2022년 재판매 시장에서 5억 달러(약 689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아티스트 및 이벤트 주최사에 환원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티스트와 공연기획자의 추가 수익은 다시 공연예술 업계에 투자로 이어져 더욱 풍성한 콘텐츠 제공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티켓 재판매 시장 활성화의 순기능은 공연예술 업계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례로 글로벌 티켓 재판매 플랫폼 시트긱(Seatgeek)은 MLB, NFL, NBA 등 주요 스포츠 리그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티켓팅 권한을 확보했다. 각 구단의 1차·2차 티켓 거래를 전담하며 얻은 이익을 다시 구단과 공유하며 스포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시트긱 서비스 이미지 / 출처=시트긱
시트긱 서비스 이미지 / 출처=시트긱

국내의 경우 거래 안전성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티켓 재판매 서비스가 전개되고 있다. 일례로 국내 2차 티켓거래 전용 플랫폼인 티켓베이는 기존 개인 간 거래 시 불투명성에서 비롯하는 사기행위 등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 수행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구매자가 공연을 관람한 후 ‘구매확정’을 해야 판매자에게 판매금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사기 거래를 차단했으며, 티켓 거래 전 과정을 고객센터에서 관리하고 확인한다. 공연이 취소되거나 사용할 수 없는 티켓 거래에 대해서는 환불을 보장하기도 한다.

판매자 과실(허위 티켓, 중복 판매 등)로 피해가 발생하면 구매자에게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운용한다. 플랫폼 내 모든 거래 회원은 실명·휴대폰 본인 인증 완료 후 거래 가능하도록 본인인증 제도 또한 도입했다. 회원이 신고해 운영자가 불법으로 판단한 상품이나, 풍속을 해치는 상품 등 각종 법률에 의해 저촉되는 상품은 원칙적으로 거래 불가로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향후 정책이 유연해질 경우 티켓 재판매 전용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기능은 물론 이벤트 주최사 및 아티스트와의 수익 공유를 통한 상생 및 시장 동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티켓 재판매 시장 활성화를 뒷받침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티켓 재판매 시장 규제는 파편화·제한적으로 이뤄져 있어, 통합된 특별법과 기술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합법적 재판매를 인정하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부정 취득과 판매 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는 정당한 가격에 티켓을 구할 수 있고, 불법·부정 행위자들은 철저히 처벌받으므로, 결과적으로 티켓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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