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영업人] 멀티채널 마케팅으로 해외 공략 가속화하는 '모빌린트'의 전략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21세기는 기술경쟁의 시대입니다. 수많은 빅테크 기업이 지금 이 순간도 기술과 제품을 놓고 전 세계 산업 현장에서 경쟁합니다. 그리고 이 경쟁의 현장이 바로 기술영업입니다. 기술영업은 기술적인 이해가 필요한 영업으로, 주로 기업 대 기업 간 영업에서 이뤄집니다. 기술영업 전선에서는 기업의 기술력과 실력으로 경쟁하고, 그 결과가 IT 기업이 움직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오늘날 현장에서 기술영업人들이 어떻게 경쟁하는지, 기술과 기업, 사람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모빌린트 사업개발본부의 핵심 업무는 국내외 사업과 채널 파트너 관리 등입니다. 전략마케팅본부 및 경영지원본부와 협력하여 반도체 신제품의 공급망을 관리하고, 임베디드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본부와도 긴밀히 협조하며 폭넓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관리조직은 소수정예로, 해외 파트너십은 다각적으로 운용하며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김성모 모빌린트 사업개발본부 본부장을 모빌린트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 출처=IT동아
김성모 모빌린트 사업개발본부 본부장을 모빌린트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 출처=IT동아

김성모 모빌린트 상무는 현재 사업개발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성모 상무는 96년 12월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서 10여 년 간 비메모리, 시스템 LSI(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전반), 애플리케이션별 표준 제품(ASSP) 사업에 몸담았으며, 이후 엠텍비젼, 지니틱스, 라온피플 등을 거치며 중국 법인장부터 해외 영업까지 20여 년 이상 반도체 영업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그러다 2022년 4월 모빌린트에 합류하면서 지금은 AI 반도체, 신경망 처리 장치(NPU)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김성모 상무를 통해 모빌린트의 조직 구조와 영업 방법론 등의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모빌린트, 온프레미스 서버용 ‘에리스’, 온디바이스 엣지용 ‘레귤러스’로 경쟁

모빌린트는 2019년 설립된 AI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AI 딥러닝이 필요한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다채널 카메라, CCTV, 서버 환경을 위한 PCIe 형태의 에리스(ARIES) AI 가속기와 온디바이스 AI 환경에 맞춰 단독 동작하는 레귤러스(REGULUS) 두 종류의 반도체를 필두로 국내외 AI 반도체 산업을 공략 중이다. 이중 에리스는 올해 양산을 시작했고, 레귤러스도 내년 양산화에 돌입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빌린트의 주요 전력인 MLA100 PCIe 카드 / 출처=모빌린트
모빌린트의 주요 전력인 MLA100 PCIe 카드 / 출처=모빌린트

김성모 상무가 이끌고 있는 사업개발본부는 경영지원본부, 전략마케팅본부, 연구소 조직과 협력 체제를 이룬다. 사업개발본부는 사업개발팀, 해외 지사, 공급망 관리 팀으로 구성되며, 연구소는 칩 전반을 담당하는 SoC(시스템온칩), 컴파일러,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및 임베디드 시스템팀으로 구성된다. 특히 사업개발팀은 국내, 해외 구분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현지 인력도 채용하는 편이다.


에리스 및 레귤러스의 주요 사양 / 출처=모빌린트
에리스 및 레귤러스의 주요 사양 / 출처=모빌린트

김성모 상무에게 제품이 겨냥한 시장을 물었다. 김성모 상무는 “에리스는 삼성전자 14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AI 딥러닝 가속기로, 서버 등에서 대규모 데이터 처리, 실시간 추론 조건에 맞는 PCIe 카드, 소형 임베디드용 MXM 및 엣지 박스 형태로 제공된다. 엔비디아의 온프레미스 서버용 그래픽카드나 오린 AGX 등 엣지 컴퓨팅 장치를 대체하는 용도로 제안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레귤러스는 TSMC 12나노미터 기반에 단독 구동을 지원하는 저전력 소형칩이다. 경쟁 제품들인 AP가 3TOPS(초당 3조 회 연산)인 반면 10TOPS 수준으로 AI 딥러닝 성능에 강점을 가지며, 엔비디아 오린 NX와 나노의 저전력 대체제로 제안한다”라고 소개했다.

“중요한 것은 신뢰··· 철저히 준비 후 시장 도전”

김성모 상무에게 두 제품의 시장 경쟁력 그리고 시장 대응 전략에 대해 각각 질문했다. 김성모 상무는 “에리스는 대형언어모델(LLM) 처리를 지원해 AI 상담이나 챗봇, 키오스크의 언어 인식 기기로 쓸 수 있다”라면서, “개념 증명(PoC)은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하이비전시스템, 오토닉스, 라온피플, 물류 로봇 분야에서 도구공간, 드론 산업에서 다온아이앤씨, 스마트홈 및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노타, 고퀄 등과 진행 중”이라 덧붙였다.


지난 2월 26일, 드론 군집비행 기술력을 보유한 다온아이앤씨와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 출처=모빌린트
지난 2월 26일, 드론 군집비행 기술력을 보유한 다온아이앤씨와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 출처=모빌린트

모빌린트는 다양한 활용 사례와 개념증명을 활용해 해외 시장에 채널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김성모 상무는 “비즈니스의 핵심은 신뢰이고, 동일한 건에 대해 세 번의 약속을 어기면 믿음이 깨진다. 그 고객뿐만 아니라 동종 업계에도 영향이 미친다. 그래서 이전에는 제품 개발과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구축, 고객 PoC에 사업 역량이 집중됐고, 제품 양산 6개월 전인 작년 6월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됐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어서 “해외 마케팅은 작년 8월부터 시작했다. 글로벌 전시회나 세미나를 통해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웹사이트 등을 통해 제품을 소개했다. 올해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는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LLM 가동을 시연하기도 했다”라고 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현지 전문 파트너 활용하는 ‘채널 마케팅’이 사업 전략

기업이 고객사에 직접 연락하는 아웃바운드 비즈니스는 현지 유통사를 활용한다. 김성모 상무는 “대형 고객, 기술 가치가 높은 고객은 직접 관리하고, 해외 사업은 현지 유통사와 협력 구도로 진행한다. 일본에는 두 개의 유통사를 구축해 잠정 고객과 PoC를 진행하고, 대만은 네 개사와 계약을 맺고 현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이나 중국, 대만 기업들은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하고, 이 수요를 빠르게 맞춰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성모 상무가 지난 4월 일본에서 개최된 ‘재팬 IT 위크 2025(춘계)’행사에서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인바운드 마케팅을 진행했을 당시 / 출처=모빌린트
김성모 상무가 지난 4월 일본에서 개최된 ‘재팬 IT 위크 2025(춘계)’행사에서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인바운드 마케팅을 진행했을 당시 / 출처=모빌린트

김성모 상무는 일본이나 대만 파트너와 직접 행동한다. 김성모 상무는 “현지에서 전시회를 하면 현지 채널에 맡긴다. 일본의 경우 두 개 채널이 하루씩 맡아서 하고, 엔지니어나 프로젝트 매니저, 영업 담당이 팀이 되어 움직인다. 대만 역시 현지 채널이 프로젝트를 맡고, 채널에서 고객을 데려오면 그쪽에 전담한다. 공동 운영을 통해 소속감을 공고히 하고, 마케팅 측면에서는 현지인과 현지 기업이 이를 담당하므로 적응력도 높다”고 했다.


이정승 모빌린트 수석 알고리즘 총괄 엔지니어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기술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 출처=모빌린트
이정승 모빌린트 수석 알고리즘 총괄 엔지니어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기술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 출처=모빌린트

신규 고객에 대해서는 어떻게 도입 절차가 이뤄질까? 김성모 상무는 “우선 고객과 상담하고, 고객 기업의 2년 간의 행보를 바탕으로 진행 가능성을 협의한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도입 여부를 판단한 뒤 제안요청서를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제품의 정보를 전달하고, 기술적 사양이나 상대방의 필요를 확인한다”라면서, “제안이 맞으면 그 다음 PoC 제안서를 통해 성능검증 과정을 구축한다. 에리스의 경우 두 달에서 최대 다섯 달까지 잡고, 레귤러스는 기본 호환성까지 모두 설정해야 해 6개월에서 1년까지 내다본다”라고 말했다.

B2B, B2G도 쉽지 않은 시장, 300개 모델 지원 SDK로 승부수

제품 도입이 확정된 단계라고는 해도, 아직까지 NPU 생태계 자체의 한계는 분명하다. 김성모 상무는 실무진보다, 경영진 수준에서의 도입에 초점을 맞춘다. 김성모 상무는 “엔비디아 GPU가 독점인 시장이다 보니 실무자가 NPU를 자발적으로 채용할 이유가 없다.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시간이나 비용 등의 문제로 NPU를 쓰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 영업이나 실무진보다는 경영진, 연구소장 등 의사결정권자를 만난다.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 결정이 내려지면 상대적으로 NPU 도입 과정도 원활하다”라고 말했다.


모빌린트는 자체 개발한 모빌린트qb(큐비) SDK를 제공해 고객사의 원활한 NPU 도입을 지원한다 / 출처=모빌린트
모빌린트는 자체 개발한 모빌린트qb(큐비) SDK를 제공해 고객사의 원활한 NPU 도입을 지원한다 / 출처=모빌린트

또한 NPU로 서비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의 완성도를 높여 고객사가 원활하게 쓸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다. 김성모 상무는 “SDK는 얼마나 사용자가 쉽게 쓸 수 있는가가 중요하지만, 잘 확인하지 않는 편이다. NPU 도입이 확정되면 해당 기업을 찾아 기술 활용 세미나를 열고, 앞으로 쓸 모델 구조나 적용 예상 AI 등을 제공한다. 이미 300개 이상의 딥러닝 모델, 고객사 모델, LLM 등이 구축돼 있어서 사용자가 직접 경량화까지 할 수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특정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델이 있고, 개발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고객 비즈니스와 의지, 가능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최적화를 돕는다. 모빌린트는 2013년부터 KAIST 반도체 시스템 랩에서 AI 반도체와 딥러닝 기술을 개발로 기술력을 쌓아왔고, 2019년 창업 시점부터도 계속 노하우를 쌓아 지금은 대다수 환경에 무리없이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새롭고 우수한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어떻게 이를 잘 지원하는가에 NPU의 성패가 달렸다’라는 단서도 달렸다.

“공급망 관리에 1년, 고객이 무너지는 건 이틀··· 품질제일주의 추구”


김성모 상무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고객 신뢰 확보를 통해 올해와 내년에 실질적인 매출을 올리겠다고 답했다 / 출처=IT동아
김성모 상무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고객 신뢰 확보를 통해 올해와 내년에 실질적인 매출을 올리겠다고 답했다 / 출처=IT동아

김성모 상무가 가장 고심하고,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공급망 관리다. 김성모 상무는 “고객에게 납품하기까지 1년이 걸려도, 고객이 무너지는 건 이틀이다. 제품 품질이나 생산 상의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신뢰를 결정한다. 모빌린트는 공급망 부문에서 제품 반송 수리(RMA) 대행 체제를 구축했고, 직거래 고객을 위주로 주간 생산 현황 점검 및 월별 화상회의 등을 통해 목소리를 듣는다. 분기별로도 질의응답을 거치며 생산 상황 모니터링 등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해 올해 50억 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하며, 이 접점을 맞춘다면 내년이나 후 내년까지의 성장 동력도 충분할 것으로 본다. 모빌린트에 있어 올해는 가장 중요한 해며, 고객과 한 팀이 되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AI 반도체 기업은 제품 특성상 해외 진출이 필수다. 국내 수요는 제한적인 반면, AI 반도체 활용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을 팔고 유통하는 과정은 현지의 방법이 필요하고, 이를 잘 이해하고 대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모빌린트는 해외 진출 전략에 일가견이 있는 김성모 상무를 통해 다각적인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현지화와 제품 경쟁력 두 가지 이점을 모두 살리고 있다. 2025년이 모빌린트의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