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사는 '재판매 티켓'...시장 도울 합리적 규제 필요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유○○ 씨는 평소 팬이었던 록밴드의 내한공연을 보기 위해 티케팅을 시도했지만, 치열한 경쟁 탓에 표를 구하지 못했다. 공연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재판매 티켓을 알아보고 있지만, 마땅한 창구가 없어 고민 중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SNS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 또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티켓 재판매 사기로 불안하기만 하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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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재판매 수요 지속 증가…시장 규모는 파악조차 어려워

살펴본 사례처럼 국내에서 티켓 재판매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지만, 이를 수용할 전용 플랫폼은 제한적이다. 수요를 뒷받침할 관련 제도도 미비해 티켓 재판매 시장 규모는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티켓 재판매 플랫폼인 티켓베이 자체 집계에 따르면, 재판매 티켓 수는 전체 티켓의 0.7% 수준으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뮤지컬 0.2%, 대중 음반 1.4%). 중고거래 앱과 사이트를 비롯해 SNS에서 거래되는 재판매 티켓의 양이 월등히 많으므로, 중고거래 플랫폼의 거래 데이터를 합산해야 대략적인 시장 규모 추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티켓 재판매에 나서는 판매자나 구매 소비자 모두 신뢰도 측면에서 불편을 호소한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학회는 2024년 10월, 전국 만 16세에서 69세 미만 남녀 1000명(성별, 연령별, 티켓 구매경험별 할당)을 대상으로 ▲2차 티켓 거래 현황 ▲온라인 2차 티켓 거래 시장에 대한 소비자 태도 및 니즈 ▲2차 티켓 거래에 대한 우려와 정책 및 제도 필요성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온라인에서 2차 티켓을 쉽게 구매하고, 필요한 이벤트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2차 티켓의 판매자 또는 거래 채널에 대해서는 낮은 신뢰를 보였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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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구매 용이성 ▲이벤트 정보탐색 용이성 ▲결제 수단 다양성 ▲판매자 신뢰도 ▲채널 신뢰도 등 8개 채널 경험 요인별 만족도를 살펴본 결과, 전체 평균 만족도(3.33점, 5점 만점)를 기준으로 티켓 구매 용이성(3.35점), 이벤트 정보탐색 용이성(3.31점) 등 2개 경험 요인만이 평균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 판매자 신뢰도(2.68점)와 채널 신뢰도(2.66점)의 경우,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이벤트 취급 다양성 관점에서 타 거래 채널 대비 SNS(3.33점)가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채널 신뢰도 및 결제 수단 다양성은 국내 2차 티켓 거래 전문 사이트(각 3.04점, 3.38점)가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소비자들은 2차 티켓 구매 후 티켓 미수령 가능성(4.16점), 가짜 티켓 구매 상황(4.09점) 등 판매자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2차 티켓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편리함과 정보 제공 측면에서는 유의미하지만, 판매자 사기 등 소비자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통로로 작용하기도 해 신뢰도가 낮게 형성됐다”면서 “2차 티켓 거래의 부작용인 암표로 해당 거래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나, 2차 티켓 거래는 정가나 합리적 가격의 티켓을 양도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므로, 규제만 해서는 곤란하다. 2차 티켓 시장의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소비자 만족을 높임으로써 시장을 합리적으로 성장시킬 방향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티켓 재판매 시장 활성화 촉진…실효성 있는 규제와 정책으로 수요 뒷받침해야

티켓 재판매 시장을 두고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칠 경우, 시장 활성화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국내에서는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체육시설 입장권 등 각 영역과 대상을 특정해 공연법이나 국민체육진흥법 등의 개별 법률로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티켓 부정 판매를 막고 있다. 하지만 해당 규제는 관련 법의 테두리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며, 부정 판매자는 처벌할 수 있어도, 부정 판매 미수범은 처벌하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티켓 재판매는 주로 온라인상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비공개적으로 이뤄져 단속과 처벌이 어렵고, 처벌 규정 외에 피해자 구제나 구체적인 권리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 티켓 재판매는 곧 암표 또는 사기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선의의 소비자와 판매자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현석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국내 2차 티켓 시장의 경우, 암표 거래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불법 구매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됐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 사실상 재판매를 금지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왔다”며 “반면 미국, 영국, EU 등 주요국은 판매자 정보 제공 의무, 플랫폼 인증 제도 등 다양한 법적 장치를 통해 불법 거래를 제도적으로 규제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합법적인 재판매가 다수 플랫폼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이용자 권익 보호와 2차 티켓 시장의 건전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도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합법적인 재판매는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지원하되, 부정 취득이나 불법 거래는 철저히 차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티켓 거래 환경을 조성해야 궁극적으로 이용자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형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공연, 스포츠의 경우 매크로를 통한 사재기나 암표 등 불법 티켓 판매가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며 “이런 측면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티켓 재판매 생태계 조성은 공연 스포츠 산업의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사회적 효용을 창출한다. 이는 공연, 스포츠 산업 전반의 지속적인 성장과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티켓 재판매 시장 활성화를 뒷받침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티켓 재판매 시장 규제는 파편화·제한적으로 이뤄져 있어, 통합된 특별법과 기술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합법적 재판매를 인정하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부정 취득과 판매 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는 정당한 가격에 티켓을 구할 수 있고, 불법·부정 행위자들은 철저히 처벌받으므로, 결과적으로 티켓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신뢰 상승 및 시장 확장을 위해 기술 활용도 검토해 볼 만하다. 블록체인 등을 활용한 거래 안정성 강화 방안 및 개인정보 보호를 기반으로 한 안전한 결제 시스템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 시장 투명성 제고와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강화를 위해 AI 및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부정판매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판매 기록 및 거래 데이터를 통한 실시간 가격 추적 및 이상 거래 탐지 등의 연구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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