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IA 프리팁스] 시각장애인 위한 글로벌 통합 포털 꿈꾸는 ‘루트파인더즈’

김예지 yj@itdonga.com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는 중기부 주관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 ‘프리팁스(시드트랙)’의 주관 기관이다. 프리팁스는 민관 협력 창업 프로그램 TIPS의 이전 단계 지원 프로그램이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 6곳(인포뱅크, 프라이머 시즌 5, 앤틀러코리아, 엔슬파트너스, 탭엔젤파트너스, 와이앤아처)이 스타트업의 창업팀 구성부터 시드 투자 유치까지 초기 단계 성장을 책임지고 지원한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세계에는 약 3억 명, 국내에는 약 26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존재한다. 최근 스마트폰 콘텐츠가 다양해짐에 따라 비시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도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길 원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각장애인은 비시각장애인을 중심으로 제작된 콘텐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국 루트파인더즈 대표 / 출처=IT동아
김종국 루트파인더즈 대표 / 출처=IT동아

㈜루트파인더즈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 미디어 플랫폼을 개발한 기업이다. 이 플랫폼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 형태를 변형해 제공하며, 시각장애인에게 불필요한 이미지, 광고 등을 제거하고 핵심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둔다. 루트파인더즈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세계 시각장애인 및 디지털 취약 계층이 원하는 콘텐츠를 맞춤 제공하는 통합 포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IT동아는 김종국 루트파인더즈 대표를 만나 그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미지 콘텐츠, 시각장애인에게는 디지털 장벽

김종국 대표는 시각장애인이었던 아버지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KT 재직 시절, 그는 삼성전자의 폴더형 스마트폰 홍보 방안에 대한 논의 중 시각장애인을 위한 플랫폼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됐다. 여러 시장 조사 끝에 이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있음을 알게 된 김종국 대표는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을 위한 솔루션 기업 ㈜에스엠플래닛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그러던 중 ㈜에스엠플래닛이 비즈니스 전략을 전환함에 따라 2023년 당사에서 고락을 나눴던 기술진들과 함께 ㈜에스엠플래닛을 나와 ㈜루트파인더즈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김종국 대표는 “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을 통해 기본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게임·커머스 등 복잡한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콘텐츠는 텍스트 대신 이미지로 제공되는데, 이러한 방식은 이미지 정보를 인식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에게 디지털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홍채인식, 음성비서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술도 있지만 실제 사용에는 불편함이 따르고, 이미지를 텍스트로 변환해 읽어주는 기술은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러한 접근성 문제로 인해 시각장애인이 정보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시각장애인에게 맞춘 콘텐츠 플랫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본격 AI 엔진 개발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앱 타입 ‘3세대 이지플러스’ 하반기 출시 예정

루트파인더즈는 3세대 앱 타입 ‘이지 플러스(Esay Plus)’를 개발 중이며, 해외 버전과 함께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 출처=루트파인더즈
루트파인더즈는 3세대 앱 타입 ‘이지 플러스(Esay Plus)’를 개발 중이며, 해외 버전과 함께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 출처=루트파인더즈

김종국 대표는 ㈜에스엠플래닛 시절인 2018년 1세대 폴더형 스마트폰 타입을 런칭하고 2023년 ㈜루트파인더즈 설립 직후 2세대 촉지 스티커 부착형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1~2세대 솔루션의 누적 가입자 수는 국내 약 26만 명의 시각장애인 중 약 2만 8000여 명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3세대 앱 타입 ‘이지 플러스(Esay Plus)’를 개발 중이며, 해외 버전과 함께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지 플러스는 35개의 앱 콘텐츠를 시각장애인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이지 플러스에서 제공하는 런처를 설치하면 일반 터치형 스마트폰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익숙한 폴더형 스마트폰의 방향키와 유사한 제스처(Gesture) 조작 환경이 구현된다. 또한 세로형 UI/UX를 통해 상하 방향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한 세로형 인터페이스가 제공된다.

이지 플러스의 주요 콘텐츠는 다양한 플랫폼사와의 협력을 통해 탑재된다. 루트파인더즈는 교통, 쇼핑, 뉴스, 영상, SNS, 도서 등 플랫폼사의 입점을 추진해 각사의 콘텐츠를 시각장애인에게 최적화된 UI/UX로 변형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또한 알림, 검색 등 간단한 기능은 음성 입력 방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이지 플러스와 제휴하는 콘텐츠는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불필요한 팝업, 광고 등을 자동으로 제거하고, 이미지 정보를 텍스트로 정확히 변환해 시각장애인에게 음성으로 전달하고, 내용을 요약하는 기술이다. 루트파인더즈는 AI 기술을 적용해 텍스트 음성 변환(Text to Speech, 이하 TTS) 기능이 처리하지 못하는 이미지를 자동 분석해 텍스트로 변환하고, 광고 및 메뉴를 노이즈로 분류해 제거했다. 또한 콘텐츠의 핵심 정보를 추출해 텍스트 형태로 요약하는 기능을 구현했다.

실제 사용자 피드백으로 지속 개선…개인 맞춤형 콘텐츠 제공

루트파인더즈는 앞으로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 출처=루트파인더즈
루트파인더즈는 앞으로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 출처=루트파인더즈

김종국 대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은 일부 있지만,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는 기업은 아직 없다”며 이지 플러스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루트파인더즈는 앞으로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예컨대, 전체 뉴스를 텍스트로 제공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 기술을 고도화해 사용자가 원하는 뉴스를 제공한다.

김종국 대표는 “기존에는 개인화 기능이 없어 사용자가 원치 않는 뉴스를 모두 청취해야 필요한 정보를 선별할 수 있었는데, 3세대 이지 플러스에서는 사용자의 검색 패턴, 기사 열람 시간, 댓글 등 접속 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엔진이 사용자의 선호도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가장 적합한 뉴스를 우선 제공하는 뉴스 플랫폼의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루트파인더즈가 지속적으로 플랫폼을 개선해온 데는 사용자의 실제 피드백이 있었다. 루트파인더즈는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서비스 개선에 적극 반영해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게임 등 요구사항을 수렴해 자체 게임 앱을 개발하고, 매달 사용 설명회를 열어 앱 활용 방법을 직접 알려주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김종국 대표는 “시각장애인은 간단하고 명료한 기능을 선호하며, 본인이 원하는 정보가 상단에 나오기를 바란다. 루트파인더즈는 이러한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을 듣고 지속적으로 앱을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 진출…글로벌 통합 포털 목표

루트파인더즈는 이지 플러스에서 연내 뉴스, 유튜브, 게임, 커머스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 출처=루트파인더즈
루트파인더즈는 이지 플러스에서 연내 뉴스, 유튜브, 게임, 커머스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 출처=루트파인더즈

2018년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과 협약을 맺으며 시작된 시각장애인용 플랫폼 서비스는 1~2세대 솔루션에 이어, 올해 하반기 3세대 이지 플러스로 국내 및 해외 시장에 출시된다. 이지 플러스는 기본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며, 고급 기능에 한해 월 구독 형태의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할 예정이다. 또한 연내 뉴스, 유튜브, 게임, 커머스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루트파인더즈는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와 인포뱅크의 도움으로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김종국 대표는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는 현재 프리팁스 단계에 있는 루트파인더즈가 향후 팁스 프로그램 참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언을 제공했다. 특히 팁스 과제로 추진할 음성 결제 시스템 개발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루트파인더즈는 국내보다 잠재력이 큰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미국 시각장애인 협회(Light House)와의 협력을 통한 미국 현지 내 플랫폼 사용성 테스트를 완료했고, 11월에는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김종국 대표는 “미국에는 약 1600만여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어 국내 시장보다 규모가 크다. 또한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은 편이지만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은 국내보다 다소 미진한 상황이다. 실증 테스트 결과에서는 개인의 취향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해외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맞춤형 정보 제공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매우 컸다. 현재 현지 콘텐츠사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 진출을 발판 삼아 내년에는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로 시장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루트파인더즈는 하루에 100만 명이 접속하는 시각장애인용 글로벌 통합 포털을 꿈꾼다. 김종국 대표는 “아직 레퍼런스 기업이 없는 블루오션의 시장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에이블 테크(Able Tech,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한 보조기기 및 서비스)’ 분야에는 유니콘 기업이 아직 없다. 루트파인더즈는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서비스를 통해 에이블 테크 분야 최초 유니콘 기업이 되어 보겠다”며, “세계 시각장애인과 디지털 취약 계층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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