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매력적인 비주류, 낫싱 폰(3a)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를 제외한다면 선택의 폭이 좁은 편이다. 한때 경쟁하던 LG전자나 팬택, HTC 등은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샤오미나 모토로라 정도가 가끔 제품을 선보이긴 하지만 존재감이 크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히 대담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 바로 영국의 혁신 스타트업인 ‘낫싱(Nothing)’이다. 2020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2022년에 첫 스마트폰인 ‘낫싱 폰(1)’을 선보였는데, 감각적인 디자인과 참신한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2023년에 두번째 스마트폰인 ‘낫싱 폰(2)’를 출시했으며 한국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그리고 올해 3월, 낫싱은 최신 제품인 ‘낫싱 폰(3a)’도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이번 신제품은 기존 낫싱 폰 시리즈의 특징을 대부분 계승하면서 최근의 트렌드인 AI 관련 기능도 더했다. 50만원 전후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출시해 가성비도 좋다.
개성 가득한 디자인 및 기본 구성
낫싱 폰 (3a)는 6.77 인치 크기의 화면을 갖춘 5G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타사 제품과 비교한다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 플러스(6.7 인치)’ 보다 약간 큰 정도다. 제품 무게는 201g으로, 비슷한 화면 크기의 아이폰 시리즈보다는 확실히 가볍고, 갤럭시 S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 15를 다듬은 ‘낫싱 OS(Nothing OS) 3.1’을 적용했다.
탑재된 화면은 FHD+급 해상도(1080x2392)의 OLED 패널을 적용했다. 해상도는 평범하지만, 최대 밝기가 3000 니트 수준으로 매우 높아서 대낮 야외에서도 또렷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또한 최대 120Hz 주사율(1초당 전환되는 이미지 수)을 지원하므로 일반적인 60Hz 화면 대비 한층 부드럽고 잔상 없이 움직이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전반적인 제품의 재질 및 구성은 여전히 개성이 넘친다. 테두리는 플라스틱이지만 후면은 강화 유리, 중간 프레임에는 알루미늄 재질을 적용했다. 이런 복합적인 재질은 낫싱 폰 시리즈의 정체성이기도 한 독특한 후면 디자인을 구현하는데도 한 몫을 했다.
실용성과 시각적 재미 둘 다 만족하는 ‘글리프’ 인터페이스
낫싱 폰 (3a)의 후면에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패턴으로 LED를 빛나게 하는 ‘글리프(Glyph)’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다만, 뒷면 전반에 LED를 달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낫싱 폰 (3a)는 카메라 주변만으로 적용 범위가 변경되어 좀더 차분한 느낌을 준다. 이런 구성은 제품 단가 합리화 및 소비전력 절감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글리프 인터페이스는 다양한 상황에 각기 다르게 반응한다. 이를테면 음량을 조절할 때나 배터리 충전을 할 때 빛나는 LED의 길이도 변화한다. 또한, 타이머 기능을 쓸 때 남은 시간에 따라 LED의 길이가 조금씩 줄어드는 등의 시각적 효과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외에 벨소리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패턴으로 LED가 빛나기도 하며, 음악을 재생할 때 이에 맞춰 춤추듯 LED가 반응하기도 한다. 실용성과 시각적 재미가 조화를 이룬 참신한 인터페이스다.
이 때문인지 낫싱 폰 시리즈의 이용자 상당수는 화면을 켜지 않고 본체 후면 글리프 인터페이스만을 보며 다양한 정보를 얻곤 한다. 이는 본체 배터리 사용량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제조사 역시 이러한 이용 패턴을 권장하고 있는지 스크린 타임(화면이 켜진 시간)을 측정해 보여주는 위젯을 홈 화면에 기본 배치하고 있다.
최대 30배 줌 지원하는 망원 카메라까지 탑재
카메라 구성도 충실한 편이다. 전면에 셀피용 카메라(3200만 화소, 삼성 센서) 1개, 후면에는 메인 카메라(5000만 화소, 삼성 센서)와 더불어 망원 카메라(5000만 화소, 삼성 센서), 그리고 광각 카메라(800만 화소, 소니 센서)를 비롯한 3개의 카메라를 두루 탑재했다. 메인 카메라는 OIS(광학식 흔들림 방지) 기능도 지원한다.
특히 망원 카메라의 경우, 플래그십급 이외의 스마트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능이다. 낫싱 폰 (3a) 2배 광학 줌과 더불어 4배의 인 센서 줌 기능을 지원한다. 인 센서 줌 기능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줌 기능이지만, 기존의 디지털 줌 기능과 달리 화질 저하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광학 줌과 인 센서 줌, 그리고 디지털 줌 기능까지 활용해 최대 30배까지 ‘울트라 줌’ 기능까지 지원하는 것도 이 카메라의 특징이다.
실제로 낫싱 폰 (3a)의 줌 기능을 활용해보니 광학 줌 구간인 2배, 인 센서 줌 구간인 4배 줌까지는 화질 저하가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줌까지 동원되는 30배 울트라 줌의 경우, 어쩔 수 없는 화질 저하는 발생하지만 AI를 통해 품질을 어느정도 자동 보정하는 것도 확인했다. 주변 밝기가 충분히 확보된다면 의외로 만족스러운 고배율 촬영이 가능할 것 같다.
동영상 촬영의 경우, 최대 60FPS(조당 프레임)의 1080p급 영상, 최대 120FPS의 1080p급 슬로 모션 영상, 그리고 최대 30FPS의 4K급 영상을 찍을 수 있다. 4K급 해상도에서 60FPS 촬영을 지원하지 않는 건 약간 아쉽지만, 이 가격대의 제품에선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이긴 하다.
2개의 물리적 유심 동시에 꽂아 운용하는 ‘듀얼심’ 기능도 지원
그 밖에 눈에 띄는 기능이라면 2개의 물리적 유심카드를 동시에 꽂을 수 있는 ‘듀얼심’ 기능이다. 이를 통해 한 대의 스마트폰으로 2개의 전화 번호를 운용할 수 있으며 음성 통화 기능과 데이터 접속 기능을 각각의 유심에 지정해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외 여행시 현지 유심과 국내 유심을 동시에 이용하고자 할 때 특히 편리하며, 그 외에도 주요 이통사 3사 유심과 알뜰폰 유심을 동시에 이용하는 등의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중급형 사양이지만 AI 처리능력으로 차별화
내부 사양을 살펴보면 메인 프로세서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7s 3세대(Qualcomm Snapdragon 7s Gen 3)를 적용했다. 2025년 3월 현재 기준으로는 중급형 프로세서에 해당한다. 램/저장소 용량은 8GB/128GB 모델과 12GB/256GB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번 리뷰에 이용한 것은 12GB/256GB 모델이다.
벤치마크용 앱인 ‘긱벤치 6(Geekbench 6)’로 CPU(중앙처리장치)성능을 측정해 보니 단일코어 기준으로는 1170점, 다중코어 기준으로는 3293점이 나왔다. 예전의 플래그십 제품이었던 삼성 갤럭시 S21 시리즈보다는 약간 높고, S22 시리즈보다는 약간 낮은 점수다. 최신 플래그십폰에는 당연히 미치지 못하지만 아직도 갤럭시 S21 시리즈나 S22 시리즈를 잘 쓰는 사람도 많으니 어지간한 앱 구동에서 큰 어려움을 겪진 않을 것이다.
스냅드래곤 7s 3세대는 중급형 프로세서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신 모델이다 보니 구형 플래그십 모델보다 나은 점도 있다. 바로 AI 처리에 특화된 NPU(신경망 프로세서)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인지 낫싱 폰 (3a)는 AI 관련 기능도 적잖게 제공한다.
측면 버튼 누르면 화면 캡처하며 AI가 내용 분석
대표적인 것이 ‘에센셜 스페이스(Essential Space)’ 기능이다. 평상시 스마트폰을 이용하다가 인상깊은 장면이 나오면 그 어떤 상황(앱 구동, 인터넷 서핑, 게임 플레이 등)이라도 측면의 ‘에센셜 키’를 한 번 눌러 곧장 캡처가 가능하며, 여기에 별도의 텍스트 설명 첨부나 음성 녹음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한 콘텐츠는 에센셜 키를 두 번 연속으로 누르면 곧장 실행되는 에센셜 스페이스 앱 내에서 모아서 확인할 수 있다. AI가 캡처한 화면의 상황, 녹음한 음성 및 첨부한 텍스트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 및 요약해 주며, 관련 뉴스의 링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용방법이 간단하고, 나름의 섬세함도 느낄 수 있는 개인화 기능이다. 다만, 가로 방향으로 표시된 콘텐츠라도 에센셜 키로 캡처하면 90도 뒤집힌 세로 방향으로만 표시되는 등, 아직 기능적으로 더 다듬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에센셜 키가 본체 우측 전원 키와 나란히 붙어 있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용자도 있을 것 같다. 전원 키를 누르려다 실수로 에센셜 키를 자꾸 눌러서 원하지 않는 장면이 자꾸 캡처 되기도 한다. 익숙해지는 처음 쓰는 사람은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 외에도 최근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구글의 AI 기능도 낫싱 폰 (3a)에서 원활하게 실행되는 것을 확인했다.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와 ‘제미나이(Gemini)’가 대표적이다.
서클 투 서치 기능을 이용하면 스마트 폰 이용 중 홈 버튼을 길게 눌러 실행한 후, 원하는 부분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해당 부분의 글자나 이미지를 AI가 분석해 구글로 검색해준다. 그리고 제미나이는 챗GPT와 유사한 대화형 생성 AI 서비스다. 사용자의 질문에 답을 해주거나 사진이니 그림 등의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외산폰인데 교통카드 기능 가능?
상당수 외국브랜드의 스마트폰은 일부 국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불편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교통카드 기능이다. 낫싱 폰 (3a)도 ‘티머니’ 앱을 설치해 이용하려고 하니 ‘교통카드로 이용할 수 없는 휴대폰’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HCE(Host Card Emulation) 규격의 NFC 기능을 이용하는 다른 앱으로는 교통카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낫싱 폰(3a)에 롯데카드 앱을 설치해 지하철 역에서 결제를 시도하니 정상적으로 처리되는 것을 확인했다. 롯데카드와 같은 방식을 지원하는 삼성카드, 신한카드, 레일플러스 등의 다른 앱으로도 교통카드 기능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통화 중 음성 녹음, 되긴 하는데...
통화 중 음성 녹음 기능도 지원한다. 다만, 녹음 버튼을 누르면 해당 통화가 녹음된다는 음성 메시지가 상대방에게도 전달된다. 상대방이 모르게 은밀하게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는 없으니 참고하자.
배터리 이용 가능 시간은 양호하다. 낫싱 폰(3a)는 50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품고 있으며, 시스템의 두뇌인 스냅드래곤 7s 3세대 프로세서도 전력 효율이 상당히 좋은 모델이다. 배터리 100% 상태에서 필자의 평상시 패턴(인터넷, 게임, OTT 감상, 전화 통화 등)으로 약 18시간을 이용했는데도 아직 27%의 배터리가 남은 것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상당히 좋은 배터리 효율이다. 참고로 고속 충전(50W) 기능은 지원하지만 무선 충전 기능은 미지원이다.
비주류 제품이지만 특유의 개성과 가성비는 매력적
모바일 시장은 특정 브랜드로의 쏠림이 심한 편이다. 낫싱은 그 와중에도 용케 잘 버티고 있다. 그 원동력은 독특한 이용 감각, 그리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낫싱 폰(3a)도 이러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계승하고 있는 가운데, ‘가성비’까지 더했다.
낫싱 폰(3a)의 국내 출고가는 8GB(램)+128GB(저장소) 모델이 49만 9000원, 12GB+256GB 모델이 56만 9000원이다. 가격이나 기본 사양은 중급형 수준이지만, 망원 카메라를 탑재하고 AI 서비스도 지원하는 등, 일부 기능은 플래그십 못지 않다. 배터리 효율도 좋고 발열 관리도 수준급이라 이용하며 받는 스트레스도 적었다.
물론 무선 충전이 되지 않는 점, 국내에서 이용빈도가 높은 일부 금융 서비스(삼성페이, 티머니 등)가 미지원이라는 점, 상대방 모르게 통화 녹음을 할 수 없는 점 등이 아쉬울 수는 있겠다. 다만, 특유의 개성과 괜찮은 가성비는 충분히 매력적이니 이러한 아쉬움도 상당부분 상쇄가 가능할 것 같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