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부분 적층형 센서로 성능·속도 잡은 카메라, 니콘 Z6 III
[IT동아 남시현 기자] 최근 몇 년간 풀프레임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고화소로 경쟁 중이다. 센서 크기 대비 화소수가 높으면 사진의 묘사가 더 세부적이고, 많은 정보를 담아 후보정 과정에서 잘라낼 때 용이하다. 하지만 저화소 대비 흔들림 개입이 크고 고감도 환경에서 취약한 데다가,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카메라 제조사 간의 화소 경쟁은 무조건 화소를 높이는 게 아니라, 고화소와 저화소가 각각 경쟁하는 분위기다.
니콘은 고성능 전문가용 제품인 Z9과 Z8, Z7 II는 4570만 고화소를 탑재하고, Z6 III, Zf는 2450만 화소로 출시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한다. 화소수가 높은 전문가라면 7 시리즈 이상을, 상대적으로 고감도 및 2400만 화소가 필요한 조건에서는 Z6 III나 Zf를 선택하는 식이다.
라인업 상 니콘 Z6 III는 풀프레임으로는 중급기며, 니콘 2000만 화소 대 제품 중에서는 최상위 제품이다. 타사 중급기들이 3000만 화소를 넘어가는 추세지만, 화소 수가 높아질수록 손떨림 방지나 고감도에서 불리하므로 2400만 화소대를 적정 선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캐논 EOS R1이나 소니 알파 9 III 등 최상위 기종이 오히려 2400만 화소인 점도 같은 맥락이다. 니콘 풀프레임 중급기의 큰 축인 니콘 Z6 III를 면밀히 뜯어본다.
2450만 화소, FX 포맷 풀프레임 중급기
니콘 Z6 III는 가로 35.9mm 세로 23.90mm 사이즈 센서를 탑재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다. 풀프레임은 35mm 필름과 동일한 크기의 센서를 갖춰 피사계 심도 표현과 광각 렌즈 이용 등에 유리하다. 렌즈를 제외한 보디 크기는 가로 138.5mm, 높이 101.5mm, 두께 74mm로 전문가용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의 보편적인 크기고, 무게는 메모리 및 배터리를 포함해 760g이다.
전문가용 제품인 만큼 상위 기종 못지않은 조작 및 인터페이스 구성을 갖췄고, 뷰파인더도 120Hz 0.5인치 576만 화소 OLED를 사용해 전작은 물론 상급기보다 더 밝고 반응성이 좋다. 특히 전자식 뷰파인더로는 드물게 미국 영상협회 표준인 DCI-P3 색재현력 지원, 하이브리드 로그 계조까지 지원해 HDR 영상 촬영 시 원본에 가까운 품질로 볼 수 있다.
모니터는 3.2인치 210만 화소에 170도 시야각이며, 상하좌우 스위블을 지원해 로우앵글 및 하이앵글 등을 다각적으로 촬영하기 좋다. 저장 장치는 CF익스프레스 타입B 카드 및 XQD 카드, SD메모리 카드를 듀얼 슬롯으로 지원한다.
렌즈는 니콘 Z 마운트를 사용하며, 어댑터 사용 시 DSLR용 F마운트 렌즈도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 보디킷으로는 니코르 Z 24-120mm f/4 S 렌즈가 제공되며, 풀프레임인만큼 다른 광각 및 단초점 렌즈와의 조합도 좋다. 리뷰는 니코르 Z 24-120mm f/4 S, 니코르 Z 50mm f/1.8 S 렌즈 두 개를 복합적으로 사용했다.
니콘 Z6 III의 외부입력 인터페이스는 USB-C 단자와 함께 풀사이즈 HDMI 타입 A 단자, 라인 입력 및 플러그 인 파워 마이크에 대응하는 오디오 단자, 헤드셋 단자, 셔터 릴리즈 등을 연결하는 10핀 터미널 단자로 구성된다. 배터리는 EN-EL15c를 지원하며, DSLR용인 EN-EL15a이나 니콘 Z7 및 Z6용 ZEN-EL15b도 호환된다. 세로그립은 전용 MB-N14을 사용한다.
보편적 활용도 제공하는 2420만 화소··· 렌즈 해상력 덕에 전반적 품질 좋아
니콘 Z6 III의 이미지는 가로 6048픽셀, 세로 4032픽셀로 타사 동급 라인업에 비하면 크진 않다. 그래도 고화소 기종 대비 이미지 용량이 적다보니 JPG 기계식으로 초당 16매, 고속 연속 촬영 확장에 전자식으로 최대 20매까지 지원한다. 셔터는 1/8000초를 지원하고, 기계식과 전자식 모두 대응한다. 망원 렌즈와 결합해 스포츠, 자연물 촬영도 부족함 없는 성능이다.
Z 마운트 렌즈의 전반적인 품질이 높다보니 체감 해상력은 3300만 화소에 28-60mm 기본 렌즈를 사용한 것보다 훨씬 좋다. 니코르 Z 24-120mm f/4 렌즈에 ISO 100, f/8로 촬영된 샘플의 경우, 원본 해상도로 확대해도 중앙부는 물론 주변부까지 흐트러짐이 없다. 잘라낸 부분 자체가 극 주변부임에도 불구하고 색수차의 개입이나 주변부 해상력 저하 등이 거의 없다.
여의도 공원에 위치한 C-47 항공기를 니코르 Z 50mm f/1.8 S에 f/5.6으로 촬영한 결과에서는 약 20미터 떨어진 거리임에도 항공기의 리벳이나 엔진 볼트, 유압 케이블 등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정도다. 10~20미터 내 중거리 풍경 사진에 50mm 렌즈 정도라면 나뭇잎이나 얼굴 표정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
아래 스쿠터를 촬영한 사진은 니코르 Z 24-120mm f/4 S를 최대 개방 상태에서 초점거리 100mm로 촬영한 결과로, 5미터 거리다. 해당 결과 역시 앞서 원거리 촬영과 마찬가지로 색수차의 개입이 거의 없고, 세부 묘사 역시 충분하다. 동일 거리에서 동일 렌즈로 인물 사진을 촬영한다면 눈썹 개수까지는 보일 정도고, 모공이나 잔털까지 잡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같은 조건에서 85mm 인물 렌즈로 더 근접 촬영한다면 세부 묘사는 충분히 챙길 정도다.
풀프레임 기반 얕은 피사계 심도 처리
풀프레임 카메라는 보급형인 APS-C 카메라에 비해 피사계 심도를 더욱 얕게 표현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아웃포커싱이 잘 된다. 조리개를 조여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면 주변부 배경도 모두 표현되고, 조리개를 개방하면 배경이 더욱 흐려진다. 덕분에 보급형인 APS-C 카메라보다 피사체에 집중하는 사진을 만들거나, 이미지 표현에 더욱 강점을 지닌다.
또 광각이나 표준 영역에서도 조리개 값이 낮은 렌즈를 사용하면 주변에 얕게 배경 흐림 처리가 들어가 특유의 공간감을 형성할 수 있다. 35mm 필름 카메라와 동일한 센서크기인 만큼 사진 교본 등에 있는 초점거리를 별도 환산 없이 그대로 적용할 수 있고, 수동 렌즈나 니콘 F 렌즈를 어댑터로 사용해도 화각에 손해를 보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해상도 세부 묘사력 충분··· 5축 손떨림 방지 효과 커
2400만 화소 특성상 고화소 제품보다 세부 묘사가 부족하지만, 이는 상대적이다. 니콘 Z6 III에 니코르 Z 24-120mm f/4 S을 120mm로 설정 후 최단촬영거리에서 촬영했다. 이때 나비의 크기는 약 7cm로 작지만 나비의 눈, 입, 몸통, 날개까지 초점이 맞는 부분은 세부 묘사에 부족함이 없다. 동일 조건에서 4000만 화소 이상 카메라로 촬영하면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대형 인쇄나 크롭 목적이 아니라면 Z6 III 해상도로 충분하다. 오히려 화소 수가 높으면 사진이 흔들릴 여지가 더 커져서 흔들림 없는 완벽한 사진을 얻기 어렵다.
전문 영상 촬영에도 부족함 없는 AF 성능
니콘 Z6 III의 초점 포인트는 273개, 자동 영역 시 299개로 무난하다. 상위 기종인 Z8, Z7 시리즈가 이 493개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지만 레이싱, 프로 스포츠 등을 촬영하는 게 아니라면 충분하다. 초당 120회 촬영하는 C120 고속 프레임 캡처 기능도 갖췄다. 또한 세계 최초로 고속 처리 회로를 부분 배치한 부분 적층형 CMOS 센서를 사용해 고속 피사체 촬영 시 피사체가 휘는 롤링 셔터 왜곡은 크게 줄였다.
자동초점은 싱글 AF인 AF-S와 연속 AF인 AF-C, 동영상 모드에서 활성화되는 연속 AF-F를 선택할 수 있고, AF 영역은 핀포인트 AF, 싱글 포인트 AF, 다이내믹 AF, 와이드 영역 AF, 자동 영역 AF, 피사체를 추적하는 3D-트래킹, 동영상용 피사체 추적 AF를 선택할 수 있다. 예시의 샘플은 AF-C로 부드럽게 AF를 전환한 후, AF-S로 전환해 터치 셔터로 빠르게 초점 등을 전환한 샘플이다.
영상 용도로 활용하면 수동 초점에 준할 만큼 부드럽게 전환되고, 터치 셔터나 와이드 영역을 활용해 움직이는 피사체를 빠르게 연속적으로 잡고 촬영하는 성능도 좋다.
고화소 대비 인상적인 고감도 성능
같은 센서 크기면서 화소가 높으면, 어두울수록 노이즈가 많이 발생한다. 마이크로렌즈의 밀집도가 높다 보니 개별 렌즈의 크기가 작아 그만큼 노출이 줄어들어서다. 최근에는 AI 노이즈 저감 등의 기능이 추가되지만, 화소 수가 높으면 그 한계가 명확하다. 니콘 Z6 III는 상용 감도 ISO 100~64000이며, 확장 감도가 ISO 204800 상당이다. 4570만 화소인 Z7 II가 ISO 64~25600인 점과 비교하면 훨씬 더 어두운 환경에서 노이즈를 적게 찍을 수 있다.
이미지는 f/8, 1/30초 노출에 ISO 25600으로 면직물을 촬영한 결과다. 결과물은 대비가 높은 곳에서는 실오라기를 표현할 정도로 세부 묘사가 살아있고, 암부를 확대해도 노이즈의 개입이 적다. 동일 환경에서 4570만 화소로 촬영하면 미세한 실오라기는 노이즈 저감 기능으로 표현이 안되고, 암부 노이즈는 패턴화하며 색상 노이즈 역시 드러날 것이다.
ISO 51200 설정에 f/8, 1/100초로 촬영했다. 피사체는 핸드메이드 그릇과 말린 장미잎인데, 대비가 큰 도자기의 붓질까지는 충분히 살아있다. 반면 마른 장미잎의 세부 디테일은 노이즈 저감으로 인해 밀렸고, 큰 잎맥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컬러 노이즈 등을 잘 잡아 결과물 자체는 깔끔하다. ISO 51200 수준에서는 피사체가 크고 대비가 뚜렷할 경우 충분히 상용 감도로 쓸 수 있을 정도인데, 대비가 낮지만 세부 묘사가 세밀한 식물이나 곤충, 의류 등은 다소 묘사력이 떨어진다.
같은 조건에서 고화소 기종은 이미 확장 감도로 들어가 세부 묘사를 기대할 수 없고,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이 된다. 결과적으로 고감도 사진 촬영이 많다면 고화소 상위 기종보다도 Z6 III를 활용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다.
카메라 못 따라주는 편집 환경, 올해 지나야 개선될 듯
동영상은 최대 6K(6048x3402) 60프레임을 지원하는 N-RAW 12비트 및 H.265 10비트, 6K 30p를 지원하는 애플 ProRes RAW HQ 12비트, 5.3K(5376x3024) 30p를 지원하는 애플 ProRes 422 HQ 10비트, 4K(3840x2160)를 지원하는 H.265 및 H.264 포맷 등이 있다. 6K RAW 촬영을 위해서는 CF익스프레스가 필수며, 6K 해상도 보정 및 랜더링도 2025년 3월 21일 기준으로 다빈치 리졸브 혹은 애플 파이널컷 프로 이외에는 적절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예시의 Z6 N-RAW 샘플은 6K 촬영 후 다빈치 리졸브 19에서 퀵타임 포맷, 무압축 포맷 4K 영상으로 전환한 결과다. ProRes RAW HQ 샘플의 경우 6K 30프레임 촬영 후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2025로 변환했고, 4K 30p 샘플은 원본을 그대로 업로드했다. 전작에서 영상 촬영 시 화각이 좁아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부분적층형 센서를 도입해 N-RAW, ProRes RAW HQ, 422HQ 영상은 화각 손실이 없다. 대신 H.265 10비트 및 8비트의 120p, 100p는 이미지가 크롭되고 60p 이하부터 화각 손실이 없다.
현시점에서는 무료 소프트웨어로는 4K가 한계고, 프리미어 프로를 써서 6K를 변환하겠다면 ProRes RAW HQ를 써야 한다. 물론 유튜브가 4K와 8K 사이 해상도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6K 촬영 후 4K로 크롭 해서 편집하는 방법으로는 괜찮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N-RAW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늘어난다. 지난 3월 4일 출시된 REDCINE-X 프로 베타 버전은 N-RAW 50 및 60프레임 영상을 지원하고, 어도비 역시 지난 2월 올해 안에 프리미어 프로에서 N-RAW 영상을 지원하겠다고 공지했다. 다빈치 리졸브 유료 사용자 이외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차차 작업 환경은 개선될 것이다.
사진보다는 영상쪽 변화에 초점 맞춰
니콘 Z6 III는 스냅이나 웨딩 등 중 고감도에 정적인 촬영 빈도가 높은 전문가의 메인 카메라로 적합하고, 한 번에 여러 카메라를 운용하는 사진기자, 전문가의 서브 카메라 용도로도 좋다. 취미나 여행 사진가라면 어떤 조건에 활용해도 손색이 없다. 아직까지 6K 작업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점, CF익스프레스 타입 B 카드의 가격이 비싼 점 등은 흠이지만 이는 제품의 단점이 아니라 주변 기기의 문제다.
사진에 한해서는 1세대인 Z6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단점은 있으나, 동영상을 함께 사용한다면 스위블 디스플레이나 고성능 뷰파인더, 향상된 영상 처리 성능, 잘림 없는 6K 영상 녹화 등 이점이 많다. 사진과 동영상을 동시에 다루는 작업 환경이라면 훨씬 효율적이다. 가격은 보디 단품 313만 원대, 니코르 Z 24-120mm f/4 S 보디킷이 444만 원대다. 소니 A7 IV의 277만 원대, 캐논 R6 마크 II의 258만 원대와 비교하면 가격이 조금 더 높지만 연식 차이가 3~4년씩 난다. 니콘 특유의 신뢰성을 꾸준히 믿고 써온 사진사라면 접해볼 만한 카메라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