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게임 그래픽 보정ㆍ가속 기술의 빛과 그림자
[IT동아 강형석 기자] 3D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혜택을 보는 분야 중 하나가 게임이다. 좋은 이야기와 게임 자체의 즐거움 외에도 자연스러운 그래픽이 더해져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정 게임은 게임 내 그래픽이 사진영상 수준에 도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뛰어난 게임 그래픽 이면에는 높은 하드웨어 처리 능력이 필요하다. 단순 그래픽 처리 외에도 ▲부드러운 화면(고주사율) ▲고해상도 출력 등 변수가 많아진 게 이유다.
게이밍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2년~3년 주기로 출시되는 그래픽 처리장치는 발전이 더디다. 2025년 1월 출시된 지포스 RTX 5090만 하더라도 실제 하드웨어 성능 향상은 지포스 RTX 4090 대비 20%~30% 수준에 불과하다.
하드웨어 성능 향상은 제한적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그래픽 출력 품질을 높이는 것 외에도 그래픽 효과 처리에도 관여하면서 게이밍 경험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 하드웨어 제한을 극복, 최적의 게이밍 환경을 구축하다
지난 2018년,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2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출시하면서 그래픽 처리장치(GPU) 내에 인공지능 연산 기능을 담았다. 인공지능을 그래픽 효과 가속에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딥 러닝 슈퍼 샘플링(DLSS – Deep Learning Super Sampling)’ 기술이 이때 등장했다.
초기 DLSS 기술은 화면 처리 능력이 부족했지만, 학습을 거듭하며 꾸준히 개선됐다. 지포스 RTX 40 시리즈 그래픽카드에는 3세대 DLSS 기술이 적용됐는데, 화면을 부드럽게 출력하는 ‘프레임 보간(Frame Generation)’ 기능을 추가해 게이밍 경험을 한 단계 높였다.
AMD는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 인공지능 게이밍 처리 기술을 쓴다. 선명도를 높이고 프레임 보간 기술을 더해 높은 해상도에서 쾌적한 게이밍 경험을 제공한다.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AFMF – AMD Fluid Motion Frames)’ 기술은 드라이버 자체에서 프레임 보간 기술을 지원한다.
후발 주자인 인텔은 ‘Xe 슈퍼 샘플링(XeSS – Xe Super Sampling)’ 인공지능 그래픽 처리 기술을 적용했다. 인텔 Xe 설계 기반 ▲인텔 내장 그래픽 ▲아크 그래픽카드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해상도 확대(업스케일링) 및 프레임 보간 기술을 도입한 이유는 방대한 그래픽 처리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과거와 달리 QHD(1440p)~4K(2160p) 해상도 이상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가 증가한 것도 이유다.
풀HD 해상도(1920 x 1080)에서 4K 해상도(3840 x 2160)로 게이밍 환경이 바뀔 경우 단순 데이터 처리량은 4배 이상 증가한다. 처리화면 영역이 4배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에 걸리는 부하는 그 이상이어서 현존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로도 4K 해상도를 원활히 처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처리 데이터가 정해진 그래픽 효과가 아닌 실시간 처리가 요구되는 그래픽 효과는 하드웨어 부하가 더 크다. 광선추적(레이 트레이싱) 기술이 대표적이다. 실제 광원의 위치와 효과에 따라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기에 그래픽 처리장치에 큰 부하가 걸린다. 대부분 그래픽 처리장치는 저해상도 광원 효과를 해상도에 맞춰 확대할 때 발생하는 왜곡 현상(노이즈)을 인공지능으로 제거하는 형태로 활용한다.
인공지능 그래픽 보정ㆍ가속 기술은 모두를 위한 게 아니다
화면을 부드럽게 만들거나(프레임 보간) 출력 품질을 높이는(화질 향상) 등 인공지능 기술로 게이밍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문제는 모든 게이머가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그래픽카드 등급과 세대 등으로 분류할수록 심해진다.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예로 들자.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20 시리즈 그래픽카드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했다. 지포스 RTX 20 시리즈에 적용된 인공지능 그래픽 처리 기술은 화질 개선에 초점을 뒀다. 광선 추적 효과도 인공지능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지포스 RTX 40 시리즈 그래픽카드 출시 이후 인공지능 기술 지원 기조가 달라졌다. 해당 그래픽카드에서만, 인공지능 프레임 보간(Frame Generation)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같은 인공지능 가속 기술을 갖춘 지포스 RTX 20ㆍ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이 기술을 지원하지 않았다. 인공지능 가속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카드가 출시되면서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프레임 보간 기술을 개선했다. 기존 프레임 출력량을 2배에서 4배로 높인 ‘딥 러닝 슈퍼 샘플링 다중 프레임 생성(DLSS – Multi Frame Generation)’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DLSS-MFG 기술은 지포스 RTX 40 시리즈 그래픽카드에서 지원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성능 부족이 이유였다.
AMD도 라데온 RX 7000 시리즈까지 제공하던 FSR 기술을 라데온 RX 9000 시리즈를 선보이며 새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래픽 처리장치 설계를 새로 구성하며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데온 RX 9000 시리즈 그래픽카드 이전 제품은 새 인공지능 기술을 쓸 수 없다.
이렇게 그래픽카드에 적용된 기술 수준이나 기본기 등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 적용 범위가 다르다. 모두가 인공지능 기술을 쓰는 게 아니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기능이 있는 데 쓰지 않는 것과 없어서 못 쓰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계 있지만, 발전 가능성은 충분해
인공지능 그래픽 처리 기술은 장점과 한계가 뚜렷하다. 먼저 모든 게임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는 게 아니다. 게임 개발사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야 사용 가능한 구조다. 인공지능 화질 개선 기술은 2018년 전후에 출시된 게임은 대부분 지원하지만, 프레임 보간 기술까지 쓰는 게임은 100개 전후로 많지 않다. ▲엔비디아 ▲AMD ▲인텔은 지원 게임 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그래픽카드 세대에 따라 지원하는 기술이 다르므로 게이머 경험에는 차이가 있다.
장점은 다양한 장비에서 최적의 게이밍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데스크톱과 달리 ▲노트북 ▲모바일 기기는 크기와 전력 소모 등의 이유로 성능 구현에 제약이 있다. 이를 인공지능으로 극복, 최적의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을수록 게이밍 경험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