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 SKT·XL8 “인공지능으로 세계 언어 장벽 허문다”

※2024 민관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최하고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간 개방형 혁신 과제 공동 수행으로 동반 성장을 지원하는 이번 사업의 사례를 소개한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주목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시도하는 대기업은 각종 자원과 기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아이디어와 기술을 구체화하고 대기업의 내외부 혁신에 기여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하며 동반 성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이 항상 성공의 과실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 궁합이 잘 맞지 않을 때, 어느 한 쪽이 소극적이거나 어떤 한계에 부딪혀 좀처럼 발전을 하지 못할 때, 올바른 호혜 관계가 만들어지지 못할 때 오픈 이노베이션은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시도하기에 앞서 대기업의 의욕과 임하는 자세,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과 실행 능력, 그리고 이들을 연결할 주체 모두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민관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이 이러한 구조로 이뤄진다.

민관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의 주관사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고, 이들의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부지런히 움직인다. 한편으로는 스타트업의 역량을 강화할 각종 프로그램(맞춤형 멘토링, 투자자와의 기업공개 주선 등)도 운영한다. 이 성과로 주목할 만한 것이 대기업 SK텔레콤(이하 SKT)과 스타트업 엑스엘에이트(이하 XL8)의 사례다.

세계 규모 컨퍼런스에서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운용 중인 XL8  / 출처=XL8
세계 규모 컨퍼런스에서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운용 중인 XL8 / 출처=XL8

SKT는 앞서 스타트업과의 상생과 동반 성장을 이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유망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발굴, 기술의 연구 개발을 돕고 자사의 각종 기반을 제공해 내외부 혁신을 시도하는 ‘AI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대표다. 참여 스타트업에게는 사업화 지원과 SKT와의 사업 연계 기획, 사무공간과 사업 기반, 데모데이·외부 IR은 물론 우리나라 내외 전시회 참가 기회 등이 주어진다.

SKT는 2024년 AI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2기를 모집했다. 이 가운데 큐빅과 XL8을 선정,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민관협력 오픈 이노베이션 참여 스타트업으로 추천했다.

2019년 문을 연 XL8의 목표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로 세계 언어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이들이 처음 활약한 부문은 방송과 영상 미디어 콘텐츠의 기계 번역이다. OTT(Over The Top, 온라인 영상 콘텐츠 서비스)가 세계 각국에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려면 자막이 필요하다. 자막을 만드는 번역가들은 ‘CAT(Computer Assisted Translation) Tool’이라는 컴퓨터 번역 도구를 쓰는데, XL8는 이 CAT Tool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작업 효율과 정확성을 함께 높였다. 이들은 이 도구에 ‘미디어캣(MediaCAT)’이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에 공급했다.

언어 번역의 효율과 정확도를 함께 높이는 도구로 업계에서 인정 받으면서 XL8 미디어캣을 찾는 기업이 꾸준히 늘었다. 번역가와 번역 기업은 물론, 내로라하는 LSP(Language Service Provider, 언어 현지화 전문 기업)도 미디어캣을 찾았다. 이들 수요에 맞게 미디어캣을 고도화하던 XL8는 실시간 통번역을 원하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신규 서비스 ‘이벤트캣(EventCAT)’을 구상한다.

미디어캣은 방송과 영상 미디어 콘텐츠, 즉 사람이 주고받는 구어체 대화를 다룬다. 그래서 기계가 아니라 사람처럼, 그것도 특정 언어의 문화와 대화 버릇을 아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언어를 번역한다. 사람끼리 대화할 때 자연스레 나오는 감탄사, 추임새도 알아듣고 번역한다.

일반 소비자가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쓰는 모습 / 출처=XL8
일반 소비자가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쓰는 모습 / 출처=XL8

미디어캣의 성능을 고도화하던 XL8는 인공지능에게 구어체 대화를 더 많이 학습시켜, 마치 사람처럼 대화하며 실시간 번역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구상을 한다. 그러면 방송과 영상 미디어 콘텐츠를 넘어, 온라인 미팅이나 행사장에서 오가는 수많은 대화를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번역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도 함께다. XL8는 미디어캣이 다룬 언어 데이터에 구어체 대화를 더해 2023년, 실시간 대화 번역 도구 이벤트캣을 설계한다.

XL8는 스스로 만들고 발전시킨 인공지능 모델로 미디어캣과 이벤트캣을 만들었다. 주안점은 언어를 단순 번역하는 것을 넘어, 나라와 사람마다 다른 문화며 감정까지 이해하도록 꾸미는 것. 앞서 운영한 미디어캣에서 얻은 수많은 대화 번역 자료가 이를 가능케 했다. 덕분에 이벤트캣은 대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정말 사람이 하는 것처럼 번역한다.

XL8 이벤트캣은 수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 받았다. 세계 곳곳에 있는 임직원들을 모아서 화상 회의를 하려는 다국적 기업, 해외 기업의 담당자와 중요한 온라인 미팅을 하려는 실무자,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에게 강의를 전달하려는 대학 등이 이벤트캣을 찾았다. 전문 통번역사를 가진 세계 규모 대기업도, 세계 각국 담당자와 자주 화상 회의를 하는 다국적 기업도 그렇다.

XL8는 이들 수요에 맞춰 이벤트캣의 성능을 높이고, 번역 가능한 언어의 개수도 42개로 늘렸다. 구어체로 자연스럽게 언어를 번역하는 인공지능 도구답게 말투를 조절하는 기술, 의료나 법률같은 전문 부문의 통번역 시에는 강연자의 약력과 저서 등 추가 자료를 입력해서 더 정확하게 번역하는 기술도 반영했다.

부산 국제 인공지능 영화제에서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운용하는 XL8  / 출처=XL8
부산 국제 인공지능 영화제에서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운용하는 XL8 / 출처=XL8

이벤트캣 등장 이후 경쟁 언어 번역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지만, XL8는 이를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 이렇게 만든 전략이 ‘수요자 맞춤형 개조’다. XL8는 실시간 통번역 의뢰를 받으면 빠른 시일 내에 전담 직원을 파견, 수요자의 문제를 파악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행사라면 청중의 수를 포함해 전체 규모와 주제의 전문성을, 학교 강의라면 학생들의 국적과 수업 난이도 등을 조사한다. 그리고 전문성과 언어의 데이터를 추출해서 이벤트캣에게 가르친다. 그러면 이벤트캣은 평범한 통번역 도구가 아닌, 수요자와 서비스 대상이 문제를 해결하고 원활히 소통하며 만족하도록 돕는 맞춤형 통번역 도구가 된다.

이벤트캣의 활동 영역을 넓히려던 XL8는 SKT,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민관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한다. 주관사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먼저 XL8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의 성장을 도울 방안을 고심했다. 이어 SKT와 논의하며 XL8가 인공지능 통번역 기술의 연구 개발과 고도화에 집중하도록 도왔다.

SKT는 XL8에게 연구 개발, 그리고 민관협력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한 사업화 자금을 지원했다. 서비스 고도화를 도울 네트워크와 멘토링도 제공했다. 서울 강남 코엑스에 업무 공간을 제공, 이 곳에서 열리는 행사를 찾아온 세계 각국 소비자에게 XL8이 이벤트캣을 알리도록 도왔다. 이어 SKT는 세계를 대상으로 연 각종 온오프라인 행사에 XL8 이벤트캣을 도입한다. 이들이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히도록 도울 목적에서다.

퍼플렉시티 CEO 간담회에서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운용하는 XL8  / 출처=XL8
퍼플렉시티 CEO 간담회에서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운용하는 XL8 / 출처=XL8

덕분에 XL8는 이벤트캣을 고도화, 우리나라 내외 다양한 행사에 공급해 효용을 증명했다. 이벤트캣은 2024년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 실시간 통번역을 시작으로 SKT의 주요 대외 행사 전반에 참여했다. SKT AI 서밋에서는 10종류가 넘는 부문별 전문 기술 강연을 세계 동시 접속자 2만 명 이상에게 실시간 번역해 제공했다. 이를 계기로 XL8는 사회적 가치 페스타, CES 2025 전시관 등 SKT의 세계 규모 행사에 참여해 실시간 통번역을 성공리에 이끌었다.

이어 XL8는 법률과 의료 등 전문 지식을 다루는 행사에 참여해서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전파했다. 서울대병원 함께 한 국가손상감시체계 국제 심포지엄, 가천대학교 코코네스쿨과 일본 대학생들이 함께 한 창업 경진대회의 실시간 통번역을 지원한 것이 사례다. XL8는 전문 지식을 다루는 행사의 강연자 자료와 사전 지식, 행사의 성격과 다양한 언어를 이벤트캣에게 미리 가르쳐 최적화한 덕분에 활약했다고 강조한다.

라움미술관 행사에서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운용하는 XL8 / 출처=XL8
라움미술관 행사에서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운용하는 XL8 / 출처=XL8

XL8를 세운 정영훈 대표의 창업 동기는 기술로 언어의 장벽을 해결하는 것, 나아가 세계인 누구나 자유롭게 소통하고 그 나라의 문화까지 이해하도록 돕는 것, 언어 때문에 차별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의 목표에 동감한 인재들이 속속 모여 XL8의 토대를 다졌고, 이 토대에서 미디어캣과 이벤트캣이 만들어졌다. 이 성과를 토대로 XL8는 세계를 주도하는 정보통신기업의 요람,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영국 런던,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에 영업 거점을 세우고 세계화에 박차를 가한다.

목표를 공유하는 구성원들과 다양한 성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SKT 등 파트너 기관의 힘을 빌어 XL8는 다음 도전 과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구어체의 묘미를 잘 살린 실시간 통번역을 제공하는 이들은, 나아가 한 나라의 시대상과 사회 유행까지 반영한 실시간 통번역을 구현할 목표를 세운다. 이를 위해 세계 주요 LSP와의 데이터 협력을 강화하고 다방면의 전문 행사에 참여, 양질의 대화 데이터를 쌓는다.

방송 미디어에서 기업과 기관, 나아가 일반 소비자로까지 사용자층을 넓히는 것도 XL8의 도전 과제다. 저마다 다른 환경과 상황에서 언어의 장벽에 부딪힌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도록 돕는 목표도 세웠다.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소개하는 이상은 XL8 이사(강연자)  / 출처=XL8
실시간 번역 기술 이벤트캣을 소개하는 이상은 XL8 이사(강연자) / 출처=XL8

이상은 XL8 이사는 “2024 민관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과 스타트업과 주관 기관 모두가 한 몸이 돼 동반 성장하는 프로그램이다. 단발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자들이 꾸준히 모여서 논의와 고민을 거듭하며 마음을 주고받는 파트너가 되도록 돕는다. SKT 덕분에 XL8는 세계 기업과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소개했고 풍족한 성과를 얻었다. 이후 진행될 민관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에도 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참가,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디어캣과 이벤트캣으로 쌓은 언어 데이터로 서비스를 계속 고도화하겠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언어 장벽을 꾸준히 허물고, 이 성과를 토대로 일본과 유럽 등 세계 곳곳에 인공지능 통번역 도구 이벤트캣의 효용을 알리겠다.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인의 통번역 수요를 가장 잘 해결하는 팀이 되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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