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성화대학 경진대회 STOB리그, 반도체 산업의 미래ㆍ한계를 재정의하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관한 반도체 특성화대학 경진대회, ‘STOB리그(Science & Technology Oriented Brain’s League)’가 2024년 12월 26일부터 12월 27일까지 부산 벡스코 컨벤션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예선을 통과한 20개 팀이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반도체 기술 해결안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STOB리그는 우리나라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산업계 ▲교육계가 협력,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STOB리그에는 전국 24개 반도체 특성화대학 소속 학생으로 구성된 133팀이 참가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제시한 8가지 기술 과제 중 하나를 전달받은 STOB리그 참가 팀은 출신학교와 지도교수를 노출하지 않는 블라인드 형식으로 경쟁에 나섰다. 본선에서는 STOB리그 전용 유니폼을 모든 발표 팀에게 전달, 출신 학교를 철저히 숨겼다. 팀 프로젝트로 공정하게 기술 경쟁이 이뤄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오로지 참가 팀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평가하겠다는 의도도 담았다.
치열한 경쟁 속에 ▲어잠깐만요 ▲NAND놈들 ▲DreAM 등 3팀이 대상(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Single이 되고 싶은 Poly ▲캐바케 ▲드GAA자 ▲MOSFET 원정대 ▲APEX ▲Si Surfers ▲아주 확실한 DRAM 등 7팀은 최우수상(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ChipDuck ▲장목대성 ▲주석전자 ▲CAP going ▲BURNOUT 등 5개 팀은 우수상(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상), ▲Poly-Go ▲씨너지 ▲믿음을 주세요 ▲꽉찬집 ▲Fourly 등 5개 팀은 장려상(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상)을 받았다.
“반도체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팀원 모두가 성장했습니다.”
권오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학생 (팀 NAND놈들)
“반도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를 얻은 데다 대상 수상이라는 결과까지 이어져 기분이 좋습니다.” 권오민 학생은 ▲양태현 ▲오경준 ▲박우빈 학생과 함께 ‘NAND놈들’을 결성, STOB리그에 참여해 대상(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팀은 낸드플래시 셀에 저장되는 데이터 오류율을 낮춰 수명 연장이 가능한 데이터 랜덤화 알고리즘과 하드웨어를 설계ㆍ개발했다. 낸드플래시 기반 저장장치는 셀 하나에 0과 1로 구성된 데이터를 저장한다. 예로 4비트 저장이 가능한 QLC(Quad bit Multi Level Cell) 방식 낸드플래시는 0000부터 1111까지 16개로 분류된 공간에 데이터를 담는다. 권오민 학생과 팀원은 0000과 1111과 같은 극단적인 공간에 데이터가 담기면 오류율이 높아지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관리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제안한 데이터 랜덤화 알고리즘은 데이터 입출력 성능에 영향이 거의 없으며, 낸드플래시 수명에 영향을 주는 인접 셀에 대한 전압 격차와 간섭 패턴을 5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권오민 학생과 팀원은 2개월 이내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우선 팀원이 각각 잘하는 분야를 파악하고 업무 분담 과정을 거쳐 효율을 높였다. 지도 교수인 김지홍 교수와 주기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과제 완성도를 다듬었다. STOB리그를 준비하며 개발에 몰두하느라 팀원 모두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는 게 권오민 학생의 설명이다. 하지만 과제를 준비하면서 겪은 모든 경험을 통해 팀원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즐겁고 뿌듯함을 느낍니다. 저는 인공지능 반도체ㆍ시스템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게 목표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학업과 연구에 매진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과학기술 산업에 직접 기여하고 싶습니다.” 권오민 학생은 STOB리그 대상 수상 이후, 학업과 연구를 이어가며 반도체 산업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팀원들과 함께 반도체 산업의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한아름 충북대학교 전자공학부 학생 (팀 어잠깐만요)
“팀 모두가 열심히 준비했고, 대상 수상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쁩니다.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고생한 팀원이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도움을 준 박준영 지도 교수님과 학교 관계자에게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한아름 학생은 ▲전민서 ▲최재훈 ▲김동해 학생과 함께 ‘어잠깐만요’를 결성해 STOB리그에 참여, 대상(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팀은 핀펫(FinFET)과 GAA-나노시트(Gate All Around-Nano Sheet)의 모스펫(MOSFET-Metal Oxide 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 저항과 용량 성분을 비교하고, RC 지연(Resistance-Capacitance Delay)을 최적화하는 설계 기준 및 개선안을 제안했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배선은 얇아지고 길어진다. 이때 기생 효과(Parasitic Effect)에 의해 기생 저항(Resistance)과 축전량(Capacitance)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결국 모스펫의 신호 전환 지연으로 이어져 성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아름 학생과 팀원은 RC 지연을 줄이고자 핀펫과 GAA-나노시트 구조의 차이점을 분석했다. 두 구조를 이루는 디자인 파라미터를 변경했을 때 기생 저항과 축전량의 변화도 측정했다. 정확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논문과 기존 사례를 참조하며 자료를 준비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아름 학생은 “예선 보고서 제출 하루 전, 계산한 최종 저항 수치를 보니 오류가 있었어요. 최대한 검토했지만, 놓친 게 있었던 거죠. 결국 잠도 못 자고 데이터를 모두 수정했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STOB리그를 경험하면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팀원의 능력은 모두 다르지만, 각자 역할을 잘 수행하며 발휘한 시너지 효과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니까요.” 한아름 학생은 STOB리그를 통해 팀워크의 중요성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의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반도체 산업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소자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한아름 학생은 반도체 산업에 도움이 될 전문가를 꿈꾸며 학업과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